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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一月이 如 一日(한달이 하루같네!)

by 농부김영란 2008. 8. 3.

 

<뜨거운 여름>

언젠가 책에서 읽은듯한 귀절.

마흔이 넘으면 세월 빠르기가 화살같다는 말...을 정말 실감하고 있다.

몇년전서부터 뇌의 회전속도가 유난히 슬로모션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늘상 반복되는 하루 일상사도 잊어버리기 일쑤...

그 단순한 반복조차 메모지에 기록해가면서 오늘도 무사히~~~를 주문 외듯하는 요즘...

 

직박구리의 부화과정을 훔쳐 보느라 한달이 훌쩍 지나 버렸고

그 사이 찜통 폭염에 두번의 소독도 지나갔고(더위 먹고 한참을 헤롱대다가)

폭염을 피해 새벽 일찍 일 시작하여 한낮에는 피하여야만 하는 것을

아침에 아이 태워주고 남편까지 출근시킨 후에야 내 일상이 시작되는지라

어쩔수없이 한낮에도 강행해야하는 농부 4년차의 일상이 점점 요령 피우기로 들어 서는게 아닌가싶다.

소독은 그렇다쳐도 풀과의 전쟁은 치러본 사람은 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일.

끝도 없는 일 앞에 우직함이 무서워지고, 머리 굴리기부터 해보지만

빠져 나갈길이 없다.그냥 몸으로 밀어 부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으니...

그래서 찜통 여름이 더 덥고,머리는 더욱 뜨겁기만하다.

유기농 아무나 하는줄 알아? 스스로 반문하면서 스스로 자위도 해보고, 질타도 해보고...

도리질 하면서도 그래도 결론은 역시 친환경 농업임을.

 

<가지 않은 길>

늦은 결혼...前...신나게(^^) 화려한 싱글을 외치며 종횡무진하던 시절.

소위 코드가 맞고,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여 친 언니처럼 따르던 언니가

대학교수가 되어 여전히 화려한 싱글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번 여름...제주도에 온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 옛날 변함없는 우정을 기억하여 각별한 배려가 필요한 사이였건만

그 시기가 두아이 기말고사에다가 , 장마끝 소독을 미룰수 없는 상황이고,

하루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게 분주함의 연속이라 간신히 하루짬만 내어

미흡한 해후를 할수밖에 없어서 못내 미안한 맘이었다.

화려한 싱글과 세자매맘의 일상의 갭을 그 언니가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며...

나도 가지않은 길에대한 회한과 마치 전쟁을 치르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 일상을

그 언니가 이해해 줄수가 있을까...하는 맘으로 잠시 맘이 어지러웠는데...

그래서...서로 처지가 비슷해야만 우정도 배려도, 온전히 통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로가 잡고있는 삶의 끈이 방향이 다른데서 오는 갭.

세월의 큰 강이 우리사이에 흐르게 되었음을 말 없어도 서로가 느꼈다.

서로가 가지 않은 길에대한 회한과 부러움을 간직하고서.

 

<4박 5일간의 외출>

세 아이 낳고 키우면서 어디 맞길데도 없고 한시도 아이들과 떨어질 형편이 못되어

혼자만의 외출은 엄두를 못내었다.그런데 지난 4월 암선고를 받고 투병중인

친정 작은 아버지도 뵙고,연로한 친정엄마도 뵈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여름 방학

남편은 근무시간이 맞지않아 포기하고 아이들과 일주일정도 전국 일주를 하리라

큰 결심을 했는데 막상 길 떠나려고하니 태풍소식이 들려와서 아이들 데리고 길 떠나기가 두려웠다.

시골길을 경유하여 서울까지로 일정을 잡았는데 아이들은 수학여행외에는

엄마랑 떠나는 첫여행이라(제주도에 와서) 큰 맘 먹고 내 인생의 멘토인 친구의 권유에 따라

<통 큰 엄마>가 되어 보기로하고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아이들에게도 많은 것을

채워 주리라 계획을 세웠는데 태풍중에 길 떠나봤자 고생만 하고 소기의 목적달성은 커녕

가계부의 메울길없는 적자에만 허덕일것 같아서 여행 하루전날 일정을 나 혼자만으로 변경 하였다.

다행이 아이들이 모두 방학중이라 집안에 있으니 먹을것 가득 채워 놓고,

가사분담을 골고루 배분해 주고ㅡ 엄마 없는 동안 잘 해내면 금일봉을 하사하겠노라

(요즘은 아이들이 현찰을 선호하는바)  선언하고...

혼자의 길을 떠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이게 대체 얼마만인고.

나 혼자만의 여행이...그 사이 가족 대소사로 하루밤 자고 온적은 두어번 있었지만

이렇게 며칠씩 집을 비울수는 없었는데 아이들 아빠가 저녁에는 퇴근하니

"길 떠나면 고생인겨. 집이 최상의 피서지노라" 아이들에게 선언하고

엄마 없어도 잘 해낼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라며 당부하고,길을 떠났다.

친정 어른들 뵈러 가는 길이니 엄밀히 여행이라고 말할수는 없었지만

어쨌튼 혼자만의 외출이니...내겐 화려한 외출일수밖에 없었다.

대구공항에서 내려서 안동까지 가야하는데...(거기서도 한시간씩 더 들어가야하지만)

대구에서 선생님인 의리의 내 친구들이 나를 공항까지 나와서 맞아주며

안동까지 아주 편안히 데려다까지 주니 기분은 절로 띵호와...

사실 목적은 암환자 작은 아버님을 병문안차였지만 일흔일곱이신 연세를 감안하면

진인사대천명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어느정도는 담담한 마음은 당사자가 아니라서일까.

그 가지에서 나왔지만 이제는 내 새끼가 부모님보다도 더 비중이 크니...

훗날 내 자식들이 그러해도 서운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와는 또 다른 풍경들.시골길. 광활한 논,다들 정겨운 고향 풍경이다.

 

작은 아버지댁에서 하룻밤 유하고... 작은 아버지께 용기를 드리는 말을 전했지만

기력이 쇠잔해지는 모습에서 얼마나 미래를 기약할수 있을지...싶었다.

작은 아버지는 우리 친정에서는 정신적인 지주이셨기에(아버지 형제중 유일하게 생존)

작은 아버지는 아직 할일이 더 계시니 꼭 이겨내셔야한다고 당부 드리고

친정엄마께로 향했다.암환자보다 더 쇠약하신 우리엄마를 보니...

그냥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친정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온갖 고초를 겪은 것도 모자라

외아들 사업실패까지...하루도 편할 날이 없던 친정 엄마를

시집간 딸이 해줄수 있는게 많지 않음이 애 닳을 뿐이다.

외아들 생각하면서 우리가 십시일반 주는 용돈도

다 모아서 아들에게 몰래 건네는 엄마이니...그 삶이 얼마나 모질고 척박하였는지...

오매불망 아들 생각에 모진 세월 버티셨는데 요즘 조금씩 기운을 내려 놓는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철없는 그 아들은 아들 딸 낳은 부모가 되었건만 힘없는 노모가 건네는 입안의 사탕도

마다않는 걸 보며...자녀는 절대로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내 자식 교육은 막상 뜻대로 되지 않으니 세상사 그래서 돌고도는 세옹지마인가부다.

내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야 세상 이치가 조금 보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녀교육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어찌 하리요.

 

웬래는 4일째 돌아 오기로 했지만 전화를 해보니...다들...

아무 걱정 마시고 더 계시다 오세요~~~하는 것을 보니...

내심 쾌재를 부르면서도...엄마의 부재가 느껴지지가 않는것에 괘씸함마저 든다.

엄마의 잔소리없는 세상이 그리도 좋단 말이지? 나 혼자만 늘 안달복달이지.

세상이 느리게 가든, 거꾸로 가든, 어쨌튼 나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늘 일상에서 여유를 못 찾는 내게 경종을 울리게 한다.

이제는 호시탐탐 혼자만의 자유를 누려 보리라 다짐해본다.^^

 

다음날로 비행기표 연장하고 사촌 오빠 사촌 여동생 신세를 지고 경북일대를 돌았다.

신세진것 제주도에 오면 갚겠다고 호언하고선.

안동부근엔  경북도청이 이전한다고 그 일대가 어수선하였다.

난 투기현장을 본적이 없었기에 그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 마을이 한집 건너 하나씩

부동산들이 장사진을 치고서 땅값이 10배가 올랐다느니 하는 소릴 듣고 아연실색하였다.

지나가면서 보는 부동산만도 족히 100여개는 되는듯 싶으니...

우직하게 노동하여서 잘 사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고,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투기가 팽배한 세상이라

모두들 한탕하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 세태를 누굴 탓하리요.

민심 얻기의 정책만을 쓰다보니 일관성도 없고 악순환이 반복되는것을 지켜 보면서

그저...범부인 내 자신이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저렇게 비옥한 너른 들판이 투기현장이 되어 순식간에 10배가 오르다니...말이 되는가?

이젠 농부의 시각으로 바라다보니...내심 우려가 앞선다.

안동 헛제사밥, 순흥 할매 묵집,예천 한우 육회 비빔밥,등...근처에 맛나다는 집에는 일단 가보아야

직성이 풀려서 일대를 돌면서 어떤 큰 변화의 바람이 태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나도 모르게 내가 사는 서귀포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비교하게 되니...

경관으로나,관광 인프라나,수십년 잘 가꾸어진 서귀포는 그 어느 도시보다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맛 있는것이 많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역시 돼지엄마답게 먹는것으로만 비교)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돼지새끼들은 더욱 토실해졌고, 돼지 아빠 왈, 엄마 있을때 보다 더 집이 깨끗하고

둘째 예지는 요리 담당이라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아빠의 아침밥을 해주더라고 감격해 했다.

설겆이와 청소는 예슬이가(내가 있을때는 쓰레기를 집안에 쌓아 놓는데 그것도 매일 비우고)

막내는 화초 물주기와 빨래담당.모두들...아주 잘...감당하고 있었다.

음...좋았어.이제부터 시작이야.ㅎㅎㅎ....

 

하루 여독을 풀고...밀린 소독을 하는데...

찜통더위...지구 온난화를 정말 실감하는 요즘이다.

작년에 예슬이 중 3이라 방에 벽걸이 에어컨을 하나 달았는데

에어컨 있는 방이 제일 좋은 피서지이다.선풍기 바람도 후덥지근하니 숨이 막히고

그나마 에어컨 방이 상쾌한 공기라 그 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수박을 먹으며 책 읽는 것이야말로

더이상 바랄것없는 제일 좋은 피서인것만 같다.

소독하는중에 줄이 10번이나 터져서 중간 중간 다시 줄을 잇고 고치고하면서 소독을 하면서...

농부를 하려면 웬만한 연장은 다 다룰줄 알아야하고, 베테랑이 된다는 것은

위기상황일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소독중에 줄이 터져도 이젠 쩔쩔 매지도 않고 고치면서

나도 조금씩 베테랑이 되어가고 있군.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띄게 된다.

초보와 베테랑의 차이를 느낄때...

4학년쯤 되니 이런 여유도 부리게 된다.

그래도 더위는 초보나 베테랑이나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일테지만.

 

2008.8.3.英蘭

 

무더위에 모두 건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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