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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성신문57

봄 농사, 라이프 봄 농사 ■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⑱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1.04.02 15:21:59 "멀리가지 않고도 봄을 만끽하며 느린 소처럼 일하는 봄날이다... 행복은 수입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봄의 한가운데, 봄꽃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귤나무는 새싹이 움텄고, 잎과 꽃이 구분될 정도로 모양을 드러냈다. 예년보다 보름이나 빠른 봄. 농부의 관점으로 보면, 또 조심스럽다. 벌써 새싹이 나오면 어느 날 난데없이 뒤끝매운 한파가 몰려와서 어린 새순과 꽃눈을 얼려버리면 한해 농사가 낭패가 되는 경험을 종종 하는지라, 일찍 달려가는 봄이 마뜩찮다. 세상사가 하도 어수선하여 마음 졸이며 사는데 농사라도 풍년이 들어서, 농부도 서민들도 먹고 사는 시름을.. 2021. 4. 13.
변하는 남편 변하는 남편■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⑰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내가 겪었던 울화통을 되갚아 주리라 했는데 안타깝게 부도수표 될 듯" 심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의 취미는 남편 흉보기였다.(^^) 명퇴 후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동업자가 된 남편과, 소소히 쌓이는 갈등과 불만을 안으로 삭히지 못하고 지인들과 만나면 남편을 안주삼아 흉이라도 실컷 보아야만 살 것 같았다. 이해불가 벽창호 같은 단세포 원시동물이라는 둥, 사람 모습을 한 아메바 무뇌충이라는 둥 말로서 분풀이 할 수 있는 온갖 표현으로 실컷 흉이라도 하고나면 그나마 마음에 쌓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다. 대화의 접점을 찾아보려고 시도하면 들은 척도 안하고 마이동풍(馬耳東風)이고, 힘의 우위로 지배하려는 .. 2021. 3. 28.
일하는 즐거움 일하는 즐거움■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⑯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이제는 일하는 게 즐거워진 농부가 된 것이 축복이라는 걸 깨닫는다. 신은 시련의 끝에 은총의 뒷문을 살짝 열어 두신다..." 돌아보니, 일이 내 몸에 맞는 옷처럼 됐을 때가 농부 10여 년차 됐을 때였던 것 같다. 4~5년차쯤에는 ‘노동력에 비해 수입도 적은 유기농부를 지속해야 하나...’ 하는 갈등 때문에 잠깐 기로에 섰던 것 같다. 귤나무도 유기농귤나무로 환골탈퇴하면서 초췌하기가 말할 수 없고, 수확량도 급감하니 이래서 유기농부를 포기하는구나 싶었다. 줄어드는 수확량을 메우려니 경작지를 늘려야 하고, 노동 강도는 점점 더 세지니 몸은 더 힘들어 지고... 정말 수지타산 맞지 않는 농사 같았다... 2021. 3. 19.
식보(食寶) 식보(食寶)■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⑮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발아래 치이며 풀이라 불리던 그 많은 식물들은 거의 먹는 보약 같은 식물이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내 주변에는 코로나 걸린 사람보다도 암에 걸리거나 암으로 세상 떠난 지인들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 회원님 두 명이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나와 엇비슷한 나이라 더 가슴이 먹먹했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여동생이 얼마 전 제주도로 왔다. 췌장암이라서 췌장의 2/3를 잘라냈는데, 어느새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돼 수술할 수도 없는지라,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회복하기로 하고 도시를 떠나 공기 좋은 제주도로 살기 위해 왔다. 암을 더 크게 하지 않고 제압하기 위해 먹.. 2021. 3. 14.
알뜰과 궁상 사이 알뜰과 궁상 사이■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⑭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알뜰이 궁상이 된 습관을 떨쳐버리는 게 올 한해 나의 최대 목표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기댈 언덕이 없는 사람이 자산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알뜰하게 소비하고, 최대한 긴축재정으로 저축을 하는 게 기본일 것이다. 사업가가 돼서는 안 될 사람인 아부지가 사업을 하신 덕분에 나는 어릴 때부터 사업에 실패해 겪어야 하는 인생 부침을 간접체험 했다. 엄마의 그늘아래였기에, 엄마의 투혼으로 온 힘으로 바람을 막아주신 덕분에, 세상물정 모르는 우리들은 ‘엄마가 고생하시는구나~’ 정도로만 세상을 인식했었다. 아부지의 사업실패와 좌절로 우리 가족들은 각개전투하면서 삶을 몸으로 터득하게 됐다. 반골기질.. 2021. 3. 10.
화양연화(花樣年華) 라이프 화양연화(花樣年華)■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⑬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일을 즐겁게 하려면 나를 즐겁게 할 일을 병행해야만 한다. 일은 삶이고 취미는 삶을 풍요하게 해준다..." 청수리 곶자왈에 백서향이 만개해 숲이 그 향기로 가득하다고 지인이 함께 가보자고 해 마음이 들떠서 단숨에 허락했다. 다음날이 되자, 봄이 와서 아우성치며 올라오는 새싹 위의 묵은 검불을 걷어내는 일이며, 텃밭 만들어서 씨앗도 뿌려야 하고, 귤농장 주변 사방에 심어놓은 꽃들이 삭정이가 돼 산발을 하고 있고... 머릿속엔 할 일이 줄을 서서 떠오르고 있다.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꽃놀이 갈 때가 아니라며 마음 한 편에서 호통을 친다. 마음이 설왕설래 하다가 지인에게 못가겠다고 문자를.. 2021.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