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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내 어릴적 엄마의 <콩국시>

by 농부김영란 2004. 8. 26.

요즘 올림픽때문에 자주 TV앞에 앉게 된다.

평소 변명이겠지만 아이들에 치여서 손 많이 가는 음식보다는

간편한 요리쪽으로 선호했던 내가 이제 아이들도 조금 크고

요즘 유난히 아이들의 먹성이 커져서 수시로 먹을 것을 공급해줘야하고,

또 내가 건강이 기우면서 절실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복고형으로 회귀한지라

내 어릴때 엄마가 해 주시던 맛을 떠올리면서 가끔씩 도전해보게 된다.

반찬 마땅치 않아 요즘 잔치 국수에다가 가볍게 한끼 때우기도 하는데...

TV앞에 앉아서 멍하니 손 놀리지 말고 콩국수 밀대로 밀면서 보니...

어느새 그 번거롭게 여겨지던 콩국시가 모양은 그럴듯 하게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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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서 반죽 색이 누렇지만 맛은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고, 우리밀가루는 농협에서 작은 한봉지씩으로 된것을 구입 하였다.

 

병원의 상술에 깊은 생각없이 배 가르고 아이 낳고,멀쩡한 맹장 떼어내고,

감기에도 한웅큼씩 항생제 먹어대고,식습관은 내 편리한대로...

그렇게 내 몸을 무시하고 함부로 굴린 댓가로 몸에 이상 신호가 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건강에 깊이 관심을 기울이고 먹거리도 선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나라에서 나는 식품을 선호하게 되었고,

내 어릴적 엄마표 음식들을 되새겨보면서 자연에 가까운

담백한 음식들을 즐기고 해보게 된다.

내 무지함에서, 지혜없는 조급함에서 빚어진 건강 상실이

살길 찾기의 방편으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내 아이들에겐 그나마 천만다행인 계기가 된것 같다.

남편은 아직도 아파 본적이 없으니 입에 맞는 음식만 찾고

난 그 입맛을 변화시키는데 중점을 두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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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웰빙, 웰빙!

요즘 야단 법석인 이 단어.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건강이 최고라 여기게 된것은 그동안의 시행 착오에서 오는

 깨달음에서 이 단어가 이리도 유행하게 된것인가?

내가 보기엔 그런 성찰에서가 아니라 이런 흐름을 감지한 상술들이 이용하느라

더욱 그리 야단법석으로 떠들어 대는것 같다.

현란한,기기묘묘한,으리번쩍한...그런 웰빙을 대표하는 물건들.

과연 웰빙이 최고급 친환경 아파트에, 웰빙을 부르짖는 전자제품이 만들어내는

식품들에,

웰빙이라는 단어가 안들어가면 소비자가 외면이라도 할까봐

지상 최대의 구호로 외쳐대며 생산해내는 그 가공 식품들만 먹고 살면...

말 그대로 웰빙족이 되어 무병장수하여 천년만년 살수가 있단 말인가?

 

근본을 중시 여기던 내 나라가 언제부터 이리도 냄비 근성이 되어서

가볍게 들뜨고,경거망동하고, 사방에서 눈과 귀를 흐리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표류하게 되었던가?

중심 똑바로 가지지 않으면 바보 만들기 너무 좋은

이 근거없는,검증 안된 단어들에 우리는 또 어디로 이정표없이

표류하고 있는게 아닌가하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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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집집마다 내 키만한 암반과 반들반들 잘 길들여진 박달나무 홍두깨가 가보처럼 있었는데

밀고 밀어서 종잇장처럼 얇게 미는 재주는 살림꾼이라는 또 하나의 징표이기도 하였다.

찢어지지 않고 얇게 밀수록 맛도 부드럽고 많이 밀어서 끈기도 좋아서

기계로 나오는 국수맛과는 비교도 할수없었지.

쌀밥 먹는 것은 일년에 몇번이고 잡곡밥에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

수제비, 칼국수,찐빵,만두...등등...한달에 몇포대씩 밀가루를 소비하던 시절.

어려운 시절이었어도 이렇게 칼국수를 미는 날이면

온동네 아낙들이 다 모여서 먹을만큼 푸짐하게 큰 솥으로 한 솥 끓여 대었었지.

어려운 시절이었어도 인심이 후했던 내 어린 시절....이 그립다.

사람 사는 내음이 풀풀 날리던 그 시절의 정서가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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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있는 것을 뒤져보니...국물 내기에 좋은 버섯이 없다.

천연 조미료로 더없이 좋은 버섯을 난 선호하여

서울에서는 세일만하면 늘 사서 온갖것에 거의 다 넣었는데

이곳 제주도에 오니 버섯값이 내가 사던 두배값이라 싸지 않으면 사지 않고

쌀때까지 기다리는 나인지라 요즘 버섯이 우리집 식탁에 귀하다.

할수없이 다시마에 멸치로 국물내고, 세일할 때 사둔 맛없는 돼지호박과

양파,청량초 하나 넣어서 국물을 내니 내 맘에는 어릴때 그 맛에 따르지 못하는지라

흡족치 않는데도 아이들이 의외로 맛있다며 잘 먹어주니...

자주 해 줄까하는 용기가 또 생기려 한다.

뭐든 잘 먹어주면 기특하고...자꾸만 해주고 싶은 것이 에미 심정이어서...

맹물로도 맛을 잘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대가라 생각 하는데...

난 아직 멀고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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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나는 이왕 하는 김에...하면서 뭐든 많이 하는지라

수제비 반죽도 재빠르게, 얇게 뜯어 넣어야 맛이 쫀득거리며 국물도 깔끔한데

많이 하다보니 국물이 뿌옇게 되었다.

그래도 감자 넣은 수제비는 그냥 밀가루 수제비보다 휠씬 맛이 좋은것 같다.

 

배추가 비싸기도 하거니와 배추맛도 그리 좋은 때가 아니라...

묵은 김치로 버티면서 이렇게 가끔씩 김치대신 부추 겉절이를 곁들여서 한끼 때운다.

 

아이들 방학이 끝나가는데 그동안...세끼 네끼 식사 공급하느라

더욱 무더운 여름 방학이었다. 더구나...인스턴트 멀리하자 다짐하고부터는...

그래서 라면, 식빵 가끔씩 줄때는 그리 편하두만...그래도...

이렇게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 주기를 바라면서...

나도 내 엄마 음식을 대를 이어 가듯이 내아이들도 대를 이어 가기를 바라는

내 친정 엄마표 음식들이다.

 

2004.8.26.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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