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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콩 빈대떡

by 농부김영란 2004. 9. 16.

어제는 시어머니 기일이였다.

남편은 두 분의 어머니가 계신다. 낳아 주신 어머니,길러주신 어머니.

낳아 주신 어머니는 6남매의 막내인 남편이 7살때 돌아 가셨다 한다.

나의 막내딸이 7살이니...내가 이 나이에 세상을 하직한다고 하면...

어미된 마음으로 헤아려 보자면 차마 눈을 못 감으셨을것 같다.

특히나 아직 한창 어린양하는 막내를 보면 가슴이 찢어져 나가는 통증을 안고

돌아 가셨을것 같다.아니...하늘에서조차도 이승을 잊지 못하여

구천을 맴돌며 자신의 소생들이 잘 살고 있는지 배회 하실것만 같다.

난 그 이유만으로도 남편에게 늘 연민과, 안쓰러움과, 엄마같은 마음이 되곤 했다.

웬지 결핍된것 같은 사랑을 내가 채워 주며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출근하면서 아무것도 준비말라하며 술이나 한잔 올리자 한다.

내가 지난번 시아버지 기일때와는 달리  아무 준비가 없는듯하자

내게 부담을 안주려고 그런줄 내가 알지.

"저녁에 바쁘다"하여 9시에 오시라 하였다.

그런데 웬걸...5시에 퇴근 하였다.

지난번 시 아버님 기일때도 우리가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서울 큰집에 가려면

비행기표값만해도 거금인지라 못가게되어 내가 형식없이 마음만 담아

젯상을 준비 했는데 남편이 의외로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았었다.

이번에는 추석도 얼마남지 않아서 많은 것을 하지는 못했지만 역시 파격적인(?)

막내 며느리 맘대로 제사상을 차리기로 하였다.

시장에서 얌전하고 이쁘게 잘 생긴 옥돔 한마리.(늘 조기만 잡수셨지요?)

고기 양념해서 너비아니로 구운것.닭 한마리 삶고...

오랫만에 빈대떡을 하고 싶은데 녹두가 눈이 튀어 나오게 비쌌다.

그럼 꿩대신 닭으로...콩 빈대떡을 하기로 하였다.

두부전,호박전, 새송이버섯전,포도와 밀감...고사리 나물과 숙주 나물...

나박 김치.진지와 맑은 국...

 

형식 파괴...제사상이지만 멀리서 올리는 막내 며느리의 상이니 애교(?)로 봐주시겠지.

안 봐주시면 떼를 써야지.막내 며느리가 응석받이(인정하시리라)막내 아들과

별 탈없이 잘 살아가고 있으니 이제사 한시름 놓으시지 않으실까

감히 그렇게 나도 응석을 부려보고 싶다.

지금까지도 굽어 살펴 주셔서 별 탈없이 잘 살아 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복을 듬뿍 주시라고 떼쓰듯이 절을 올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한마디 잊지 않고...

"느그들도 꼭 이렇게 엄마 제사상 차려야 혀~"하고 부담을 준다.

이런 부담 없으면 그 바쁘게 사는 생활에서 만날수나 있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오손도손 음식 나누어 먹으니 정이 새록새록 도타와지지 않는가?

이 어미의 그런 뜻을 내 나이나 되어서야 헤아릴지도 모르지만 유언으로 남겨 둬야지.^^

"우애있게 살거라."

 

심혈을 기울인(?) 콩 빈대떡은 식어도 고소하게 맛이 있어서 만든 방법을 기록해 본다.

 

..

 

 

 

 

 

 

 

 

 

 

 

 

 

 

 

 

 

 

 

 

 

콩과 쌀은 5:1정도 비율로 물에 담그어서 불린다.

콩은 불리면서 껍질을 벗긴다.(냉콩국수는  완벽하게 벗겨야지만

전用은 완벽하게 벗기지는 않아도 된다.)

충분히 불은 콩과 쌀은 함께 넣고 물은 겨우 잠길 정도로하여 

믹서에 입자가 곱게 간다. 쌀가루를 넣는 것과 쌀을 불려서 가는 것과는

맛이 차이가 있는것 같다.물을 많이두고 갈면 반죽이 너무 흘러내려서

물은 겨우 잠길 정도로하여 되직하게 갈아야 농도를 맞출수 있다.

(믹서에 갈때 너무 열이 나므로 식혀 가면서 갈아야 한다.)

냉동실에 얼려둔 묵은 김치 꺼내어 송송 썰어 참기름 양념해두고

(김치는 익은것으로 양념을 대충 털어내고)

돼지고지는 갈은것보다도 씹히는 맛이 있게 채썰어서

불고기 양념하여 미리 볶아 물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였다.

숙주 나물은 데쳐서 꼭 짠다음 소금,파,마늘,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송송 썰고

고사리는 불고기 양념으로 볶은 다음 3-4cm로 잘라 두었다.

시각적으로 이쁘게 하자면 위의 부재료들을 고명으로 올려서 굽기도 하지만

내가 먹는 것이라 반죽에 다 함께 섞었다.

반죽이 그래도 묽은것 같아서  녹말가루를 넣으니 바삭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소금간하여 팬에 올리브 오일 두르고(콩류는 기름을 많이 먹는편이다.)

노릇하게 굽는데 불은 중간불.다른 부침개보다도 겉면이 빨리 타므로

불조절을 잘해야 한다.

녹두 빈대떡을 할때는 색상을 내기 위하여 치자물을 넣기도 하였는데

내가 집에서 먹는것이라 그냥 하였다. 녹두 빈대떡도 위의 방법과 같게 한다.

콩전은 맛이 고소하여 아이들도 좋아 하였는데 만들기가 좀 번거로우니

한꺼번에 넉넉히 해두고 냉동 시켰다가 아이들 간식으로 조금씩 주면 좋을것 같 다.

부재료는 각자의 식성에 따라 가감한다.

 

2004.9.16.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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