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몸살을 주체 못하여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동안
나의 날카로운 촉수가 공격적인 자세로 향해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남편이었다.
내 우울증의 원인 제공을 하는데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장본인이라 여겼기때문이었다.
기실 남편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싶어하여
남편의 쉬는 날이면 나는 귤밭으로, 남편은 바다로 우린 서로 엇박자를 치고 있었으므로
서로에게 맞추려하기보다는 자기자신에게만 맞추려고 하였기때문에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몸살을 앓지 않았나 싶다.
남자라는 이름으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남자답게, 아버지답게,상사답게,나이답게...
그렇게 교육을 받은 세대!
힘들어도 힘든 내색 못하고, 외로워도 외로울 수도 없는 가장!
조직에서는 언제 토사구팽 당할지도 모르며
아직도 어린 세자녀와,자신을 돈버는 기계쯤으로만 여기는 듯한 마누라...
번듯하게 내세울 그 무엇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마음은 청춘인데 인정하고싶지 않지만
후줄근한 중년 아저씨가 되었으니...
남편도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을 듯 하다.
낚시를 빙자하여 말없는 바다라도 바라보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속울음을 삼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숨 한번 여유있게 쉬지도 못하고
일개미처럼 살아온 세월만 덩그마니 남아서
"넌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10년이면 변한다던 강산이 1년도 못가서 변하는 세상을 만나서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힘이 드는 것을...
어느날...덜컥 아파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생각만해도 앞이 캄캄할 일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절대절명을 받잡고
안따라주는 몸으로 온갖 재주를 부려보나 맘같지도 않고...
그 어디에다가...가슴속의 응어리를 쏟아 놓으랴~~~
떠나고 싶다,
혼자이고 싶다.
벗어나고만 싶다~~~
고기 한마리도 못 낚으며 낚시에 빠졌다고 핀잔 주는 마누라여!
그대는 내 마음을 알기나 하는가?
얼마전 ...남편이 좋아하는 犬湯을 큰 맘 먹고 한마리 해주었다.
양반의 후예인 난(ㅎㅎ...) 야만적인 식성을 가진 남편을 비난하며
좋아하거든 알아서 밖에서 사서 드시던지
애시당초 내겐 기대 말라고 결혼 서약서에까지 추신으로 달 정도였는데
결혼하고나서 한번도 보약 한번 먹은 적도 없고 병원 한번 안 간 남편이
제 정신이 들고나서 곰곰 생각해보니
참으로 고마운 일로 여겨야 할듯 싶었다.
내가 몸이 골골하며 잠 못들어할 때
잘 먹고 잘 자고 코까지 용마루가 들썩하게 골며 자는 남편이 얄밉다 하였으나
오늘날까지 한번도 아프지않은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웃 사람이 단골집에 부탁한다기에 그럼 나도...하며...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꾹 참고...실력을 발휘하였더니
남편은 내색은 않치만(과묵이 미덕인 줄 알고서)
아침 저녁으로 일주일 내내 달게 드시는 것이었다.질리지도 않는지...
속으로 감격을 했는지...^^
내가 그토록 봄내...힘들다해도 모른척 하더니
犬湯 이후...슬그머니 도와주기 시작 하였다.
에공...에공...견공을 진즉에 대령할걸.
우리집 동거인인 두 견공에겐 극비로 하였지만
앞으로도...매년 한번씩은 남편의 갱년기를 다스리기위해
견공을 상납해야겠다고 맘 먹게 되었다.
이 내 한몸 양반 족보에서 삭제되어도...TT TT
2006.7.6.英蘭
*아이들에게 배우는 포토샵*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고 동창 (0) | 2006.07.16 |
---|---|
태풍때문에 쉬는 날 (0) | 2006.07.10 |
갱년기 우울증 (0) | 2006.06.30 |
우리 하나 되었던 월드컵 (0) | 2006.06.25 |
비요일이 휴일 (0) | 200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