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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태풍때문에 쉬는 날

by 농부김영란 2006. 7. 10.

 

 

 

태풍의 한가운데 쯤 와 있나부다.

 

 

 

오히려 바람도 잔잔하고 비가 멈추고 고요하다.

오늘은 아이들도 모두 휴교하고 

나도 밭일도 못하고 일기예보를 주시하고 있다.

컴퓨터 학원도 휴강이고...

생업 전선인 남편만 출타중이시다.

 

이 비가 잠깐이라도 그치면 나는 궤양병 방제를 위해

귤밭 소독을 해야 하므로 날씨 변화에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

천상 농부가 되어 가고 있는게 분명하다.

이제 조금씩 농사원리를 터득해 가는듯하다.

4월에서 6월까지는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돌진하였다.

2월에 신청한 고용촉진의 일환인 컴퓨터학원도 6개월 과정이라

모든게 너무 정신이 없었다.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에 신청한 컴퓨터가

오전10시에서 12시까지라 시간적으로 너무나 쫒기게 되었다.

새벽서부터 시원할때 일하고 한낮에는 쉬는 것이 능률적인데

나는 아이들때문에, 컴퓨터 학원때문에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가 없어서

마음도,몸도 심하게 부대낀 것 같다.

 

황무지 하나까지 개간하여 씨 뿌린 것이...이제 조금씩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농삿일이라는 것이 찾아서하면(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끝이 없는지라

발을 동동 구르며 대충...흉내만이라도 내고나니

장마철에 접어들어 어쩔수없이 휴식 시간이 좀 생겼다.

덕분에 그동안 엉망이었던 살림을 하나씩 둘러보고 있다.

일을 벌려서 감당을 못해 쩔쩔매다보니 다른 한쪽에선 또 균형을 잃게된다.

여전히 학원하나 보내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으라고 한 아이들이 걱정이다.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보려고는 하지만...혹시 방치가 아닌가하여 걱정이 된다.

 

올해는 내가 온전히 내 힘으로 농사를 짓고 있으므로...

내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결실을

그동안 마음빚을 진 지인들과 나누고 싶다.

이곳에서 알게된 분께서 힘에 부치는 소독을 하고나면 기진맥진하여

그리고...지극정성으로 매일 돌본거 생각하면 비상품이 된것들조차

누구하나 주기도 아깝다 하셔서 공감은 했는데

나는 그러하기에 나누고싶다. 내겐 너무나 소중한 땀의 결실이기에...

말로서, 이론의로서가 아닌...땀의 성실한 댓가이기에 나누고 싶다.

 

나는 반지르르 윤기나는 말의 유희보다

투박하고 어눌한 표현이라도 진실이 담긴 한마디 언어가 좋다.

태풍과 장마가...잠깐이나마 휴식을 갖게 해주어서 고맙다해야할 날인가싶다.

부디...어딘가에서 이번 태풍으로하여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기만 바랄뿐이다.

 

 

 

 

 

요즘 아이들에게서 움직이는 포토샵을 배워서...

내 블러그가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ㅎㅎ...

이렇게 난...뭐든 과잉이다.

컴퓨터학원에서는 다음달까지 전과정 완료인데...

근사한 홈페이지 하나...내 손으로 만들어보는 꿈에 부풀어

또 나를 혹사하고 있다.^^

내가 조용할때는 잠잘때와 기력이 쇠진해서 쓰러져 있을때 뿐이니

내 팔자 내가 만들면서 누굴 향해 고달프다 말할까.

 

 

200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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