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란 참 간사하다.
계절을 먼저 느끼는 것이 혀끝 감각이기도 한것 같다.
2월이 오면 어느새 묵은 김치가 식상을 하고
산뜻한 겉절이가 자꾸 입에 당기는가하면 3월이 오면 그것마저도 시들해지고
자꾸만 시원하고 칼칼하고, 개운한 열무 물김치가 생각나는 것이다.
화사하기도 하지만, 나른하기도 한 계절 봄!
봄이 사방에서 기지개를 펴면서 제 자랑을 해대는데
몸은 자꾸만 땅속으로 꺼져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얼마전서부터 작년에 담그어서 봄 한철 잘 먹고 기운 내었던
그 열무 물김치 생각이 간절하여 물이 자박하게 열무 물김치를 담그어 먹었다.
한꺼번에 큰 통에 담그어서 조금씩 먹을만큼 익혀서
시원하게해서 먹으니 입맛이 절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봄철이라 하우스 재배인 열무가 연하고 매운맛도 적고 맛 있었다.
(노지재배 열무는 아삭한 열무 김치로 좋다.)
열무를 소금에 살짝 절이고, 통배추도 한통 소금에 살짝 절였다.(푹 절이지 않고)
야채를 넉넉히 먹기위해 오이도 큼직하게 썰어 넣고(절이지 않음)
양파는 국물맛을 내기위해 길이로 얇게 썰고
쪽파. 청 홍고추도 큼직하게 어슷 썰어서 씨는 대충 털어서 넣고
쪽파는 5cm정도,배도 껍질째 4등분하여 넣었다.
김치 국물은 찹쌀가루풀이 좋으나 찹쌀가루가 없어서
우리밀 통밀가루로 풀을 되직하게 쑤어서 생수 국물에 묽게 풀어 넣고
(풀물을 넣어야 맛있게 익고 열무의 풋내가 나지 않음)고추가루를 넣었다.
고추가루는 너무 많이 넣으면 텁텁하니 적당하게 색이 곱게 날 정도로 넣었다.
봄철에는 마늘맛보다 생강향이 개운하여 마늘은 조금 넣고
생강을 마늘양만큼 넣었다.마늘과 생강의 양도
계절마다 넣는 양을 다르게 넣는 것이 좋은것 같다.
겨울에는 마늘이 넉넉히 들어가도 좋은데
봄에는 양파와 생강향이 더 개운하고 향기로운 것이 참 희안도 하지.
따로 국 끓일 필요없이 시원한 김치 국물이 나른한 속을 확 풀어 주는 듯 했고
야채 넉넉히 넣어서 건져 먹으니 부족한 무기질도 보충해주는 듯
감기는 눈이 절로 떠지는 듯하다.
잘 익은 배추는 쭉 찟어서 먹으니 개운하고
열무 건더기는 건져서 밥에 올리고 고추장 한 스푼 넣고 비비면
깔끔한 열무 비빔밥도 되어 주었다.
작년 5월에 이곳에 이사와서 지천에 돋아나 있던 쑥들이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이미 쑥들이 쓴 맛이 날 정도로 강해져 있음에도 6월까지도 쑥을 뜯어서
콩가루에 버무린 쑥국을 끓여서 먹었고, 몇 덩어리는 삶아서 냉동실에 두었다가
얼마전까지도 쑥국을 끓여서 먹었다. 이곳의 겨울은 너무나 따뜻하여
겨울에도 배추나 무우가 밭에서 그냥 있는 정도라 쑥도 따뜻한 곳에는 겨울철에도 있었다.
봄날이 되면 원없이 쑥을 뜯고 싶어 했는데
2월부터 자꾸만 쑥 뜯으러 가고 싶어 몸살이 났는데도 귤밭을 사서 농사짓는답시고
내 일이 밀리는 바람에 쑥을 보고 지나쳐야만 했다.
어느날 밭에를 가다가 쑥을 지나치자니 도저히 발걸음이 안 떨어져서
그대로 주저앉아 쑥을 뜯었다.^^
내 어릴적 콩가루에 야채를 넣고 버무려 끓인 엄마가 해주셨던 쑥 콩가루국.
어른이 되어서 보니 참으로 영양학적으로 좋은 국이라는 것을 느끼고
옛날 엄마 방식대로 생콩가루에 쑥을 버무려서 멸치 다시마 국물에
약한 불에 천천히 끓여서 먹었다.콩가루에 버무린 쑥을 국물이 팔팔 끓지않고
약하게 끓게 해놓고 쑥을 천천히 밀어 넣듯이 조심스럽게 넣어야
콩가루가 쑥과 따로 분리되지 않고 국물도 맑게 되는데
급하게 빨리 하느라 위의 사진은 국물이 뿌옇게 탁해졌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내가 소금간을 나중에 한 것도 이유가 된 것 같다.
국물에 소금간을 하고서 콩가루 쑥을 넣어야 소금이 간수 역활을 하듯이
콩가루를 엉기게 하는데 내가 그것을 깜박 잊고서 나중에 굵은 소금을 넣었더니
국물이 뿌옇게 된것 같았다.평소에는 잘 했는데 햇쑥으로 사진 좀 찍어 보렸더니
실패해서 맘에 좀 안들었지만 맛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제대로 되자면 콩가루가 순두부처럼 쑥에 엉겨 붙어서 국물이 말갛게 되는 것이다.
콩가루를 입히면 쑥향도 부드러워지고 국물도 구수하고 담백하여
아이들이 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무조건 한그릇씩 안기는 에미이다.
'몸에 좋은 것이니 다 먹어~~" 그렇게 종종 먹인 덕에
이제는 아이들도 엄마의 콩가루 쑥국을 즐겨하기에 이르렀다.
쑥 보았다고 분위기도 한번
잡아보고...쑥차...내 방식이다.
쑥을 쪄서 말렸다가 우러나는 연두빛이 고와서 가끔 분위기를 잡아본다.
쑥향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봄에 쑥 뜯어서 쪄서 말리기도 하고
삶아서 냉동 시키기도 하고,쑥국, 쑥떡, 쑥 튀김, 쑥전, 쑥차,쑥버무리,쑥개떡...
쑥이 몸에 좋다는 것은 학술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나는 경험상 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시골 엄마 집에 갔는데 엄마가 밭일 하시다가 낫에 손이 베였다 하시면서
쑥을 으깨어서 즙이나게하여 손에 붙이고 반창고를 붙이시는 것을 보고
왜 약을 안바르고 그러시냐고 했더니 그러면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문다고 했다.
그즈음에 내 발에 무좀이 있는지 발가락 사이가 간질거려서
약국에서 사는 무좀약도 그다지 효과가 뛰어나지 않다고 여겼는데
난 엄마가 쑥이 상처가 아문다는 소리를 듣고 쑥에 소독과 항생제 효과가 있는가 싶어서
쑥을 으깨어서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하룻밤 잤더니 간지러운 증상이 없어졌다.
그 후 나는 가족들이나 이웃에게 권하게 되었다.(자연식품이니 부작용도 없다)
무좀이 있으면 쑥을 찧어서 하룻밤(심하면 2-3일)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헌 면양말 신고 자면(쑥이 떨어지지않게 하기위해)
신기하게도 간지러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알게되어 나는 그 후 더욱 쑥 예찬론자가 되었다.
어느날 아이가 아토피 증상인지 피부가 발그레 좁쌀같은 것이 돋아서 간지럽다고 했다.
연고를 사서 발랐는데도 빨리 없어지지를 않기에 시험삼아 쑥 으깬 것을 그위에 올려놓고
통풍이 되는 거즈 붕대를 씌우고 (반드시 통풍이 되게 한다.)
반창고를 얇게 짧라서 고정켰더니
그 부위가 많이 없어져서 쑥이 마르면 바꿔주고 두세번 했더니 없어져 버렸다.
확실히는 몰라도 쑥이 소독과 항쟁제 역활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니
내 몸에 이로운 쑥....먹어서 섭취해도 내 안의 독소를 정화시켜줄게 틀림없을거라는 생각에
쑥...많이, 많이 먹자~~~~~~이렇게 쑥 예찬론자가 되었다.
항암 효과가 있다는 마늘과 쑥을 먹고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단군신화도 있지 않은가.
그 옛날 우리 조상들도 마늘과 쑥의 효능을 일찍 깨달았기에 그런 신화가 탄생했던 것은 아닐까싶다.
그런 쑥을 많이 아이들에게 많이 먹일 궁리 하다가 생각한 것이 쑥 튀김.
손질한 쑥에 녹말가루를 버무렸다가 튀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설탕과 소금으로 달콤 짭짤하게 간을 하여
반죽에 살짝 집어 넣었다가 건져서 튀김을 하였더니 쑥향도 강하지 않고 아이들이 잘 먹었다.
요즘 농사짓는다고 자식농사에 소홀한 에미가
미안한 마음에 오랫만에 주는 별식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하기야...못 먹는게 없는 아이들이긴 하지만...
오랫만에 튀김 먹고 나니까 속이 느끼한데(기름을 섭취하여)
시원한 열무 김치에 국수 말아 먹으니...등 따시고 배 불러서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더라.
머리보다 배가 발달한 우리 가족(pig 가족)은 역시 먹는게 제일 큰 행복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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