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시작이 반■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㉘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
"꿈은 꾸라고 꿈이고 꿈을 꾸면 이뤄진다고 꿈이니 꿈꾸는 꽃동네를 만들어야겠다" 지난해 시작한 그림은 1년 사이 내가 봐도 괄목상대(刮目相對)했다. 스스로 ‘자뻑’하는 게 내 취미이긴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함께 시작한 우리 호근동 아줌마 그림팀들 모두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감탄할 만큼 그림실력이 늘었다. 선생님은 우리들의 부족한 그림을 늘 칭찬해주며 이제는 전시회를 해보자는 말로 우리를 고무시켜주니 모두가 열성으로 그린 결과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행운은 조용하면서도 내공이 탄탄한 그림선생님을 만난 덕분이다. 지난해 3월 그림그리기를 시작할 때만해도 나는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만져본 이후 처음 대하는 물감 앞에서 붓을 어찌 움직여야 할지 막연했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이것저것 그려보기까지 하니 스스로 기특(^^)하고 막 자랑질하고도 싶어진다. 유치원생이 솜씨 자랑하며 벽에 붙여 놓듯이, 창고 한 편 벽에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즐비하게 붙여 놓았다. 누가 보면 유치한 내 감정과 발상을 비웃을지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명예나 타이틀을 만들고픈 의도가 아니고 노년의 삶을 지루하지 않고, 하고 싶던 일을 조용히 하며, 스스로를 잘 감당하려는 계획인지라 부담과 강요가 없는 선택이라서 더욱 자유롭고 즐거운 것 같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훨씬 즐겁고 서로를 고무시켜주는 것 같다. 우리 호근동 그림팀 아줌마들은 그림도 늘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그림도 함께 그리고, 서로 안부도 묻고 하며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 일부러 규칙적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그림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고, 칭찬하며 화목까지 덤으로 얻었다. 우리 마을은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는 중이다. 나는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을 동경해 우리도 그렇게 됐으면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불가능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유명인사들이 모인 근사한 예술마을은 아닐지라도 같은 취미를 통해 더 아름답고 정이 있는 예쁜 마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꽃동네를 만들자고 노래를 부르며 이웃들에게 삽목한 꽃나무들을 나눠주니 몇 년 사이에 우리 동네가 꽃으로 환해졌다. “꽃을 키우고 가꿉시다~”라고 플랜카드를 붙였더라면 이리 됐을까? 나부터 귤밭 일부를 꽃밭으로 만들고, 온 동네에 꽃을 나눠주면서 꽃을 심으니 어느덧, 꽃동네가 돼간다. 내가 한 알의 꽃씨가 돼 꽃을 피우니, 보는 이들이 저절로 함께 하면서 집집마다 꽃을 열심히 가꾼다. 몇 년 후... 꽃과 그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 돼서 내가 꿈꾸던 동네가 돼있을 거라는 마음에 미리부터 설레기도 한다. 꿈은 꾸라고 꿈이고, 꿈을 꾸면 이뤄진다고 꿈이니, 꿈꾸는 꽃동네를 만들어 봐야겠다. 시작이 반이니 벌써 절반은 온 셈이다. 미술샘은 취미반인 우리 아줌마들에게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하려고 다양한 기법을 알려주셨다. 그사이 연필 데생에 수채화, 아크릴화, 오일파스텔, 지점토까지 섭렵했다. 크레파스 같은 오일파스텔이 정교한 그림이 되지 않아서 처음에는 피했는데, 막상 해보니 또 다른 매력을 느껴서 꿈으로만 남을 예쁜 여자를 그려 봤다. 예쁜 색깔 오일파스텔에 예쁜 여자 그림에... 내 투박한 농부의 손이 화룡점정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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