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의 바다■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바다의 넘치는 생명력이 은이에게 삶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지도 모른다" 서귀포에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여동생인 은이는 말기암 환자여서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요양차 서귀포로 왔다. 기도와 섭생으로 건강을 회복하기로 하고 공기 좋은 서귀포로 왔는데, 언니가 하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나는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다른 식당은 가지 않고, 지인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은이가 오고부터는 더 자주 가서 은이의 낯빛을 살피곤 한다. 췌장으로 온 암 때문에 췌장 일부를 절제했지만 간으로 전이 돼서 더 이상 수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도와 건강한 먹거리로 치료를 하고 있는 은이를 보며 나의 일인 듯 감정이입 돼서 한동안 힘들었다. 삶과 죽음이 양손에 쥐어져서 균형이 깨지지 않게 생명줄을 부여잡고 있는 그녀를 보며 무심코 맞는 나의 일상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녀가 깊은 신앙심과 건강한 식사로 스스로를 잘 감당하고 있기는 해도 내비치는 병색이 조금이라도 짙어지면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힘내! 이겨낼 수 있어. 너의 의지를 믿어” 이런 말이 그녀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고 힘이 될까마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려고 생기를 부채질하곤 한다. 벼랑 끝 절벽에 매달려서 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녀가 안쓰럽고 경건하다. 57세 그녀가 겪고 있는 암환자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나는 좀 더 내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아프지 않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습관적인 생활, 인스턴트식품, 공해, 스트레스,.. 주변에 암환자가 점점 많아지는 상황을 돌아보며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혀를 유혹하는 기름진 수많은 음식들을 일체 끊고 현미밥에 마늘, 머위나물, 왕고들빼기김치 등등 너무나 소박한 그녀의 도시락을 보면서 지금 건강한 나도 저렇게 소박한 밥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넘치는 먹거리들 대부분이 내 몸을 오염시키고 독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해 봐야함을 은이의 도시락을 보면서 자각한다. 부디 은이가 잘 이겨 내서 먼 훗날 오늘을 웃으며 반추할 수 있기를... 며칠 전 은이가 바닷가에서 주은 쓰레기가 8자루나 돼서 동사무소에 전화해서 수거해 가라고 하니 감사해 하더란다. 그녀가 새벽기도를 마치고 해 뜨는 바닷가를 산책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쓰레기 줍는 이야기는 처음이어서 그렇게 많은 쓰레기를 주웠다는데 놀랐다. 매일 조금씩 주은 게 8자루가 됐다 한다. 예쁜 바닷가에 밀려온 쓰레기들이 안타까워서 줍기 시작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은이야~ 그 바다는 은이 바다구나~" 그 바다가 어쩌면 은이를 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좋은 일을 하는 은이 마음이 즐거울 테고, 그 바다의 넘치는 생명력이 은이에게 삶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지도 모른다. 내게도 벚꽃 같던 27살에, 폐결핵이 걸려서 삶이 아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약에 취해 몽롱한 시간들을 대하소설 토지와 대망을 읽으면서 흘려보냈었다. 하루하루 잘 보내다보면 내 안의 생명력이 나를 구원해줄 거라고 은이를 응원한다. 무념무상으로 이 세월을 건너가고나면 어느덧 추억의 시간들이 돼 있을 터. 은이야, 오늘도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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