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장마가 폭염보다 더 힘들었어요.
무거운 몸이 더 무거워서 가누기 힘들었어요.
장마철에 나처럼 흐느적 거리던 꽃들도
장마 끝났니? 하면서 일제히 전열을 정비하고
자태를 뽐내기 시작 했어요.
그러고보니...꽃과 나는...생리적 사이클도 일치하나 봅니다.
녹아 내리고 몰골이 초췌하던 꽃들이
장마가 지나자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난 태양을 이기는 아이야~"하며 짱짱하게 피어나고 있어요.
나도 봄 고사리 장마부터 시작되어 여름장마까지 긴긴 장마에
바깥은 정글이 되고 실내는 곰팡이 피어 난장판이 된
믿음밭부터 정리하고 있어요.
이 참에 버리고 버리고 다~ 버리자~ 를 외치며...
농부로 살아보니...옷은 사계절 외출복 한벌씩만 있으면 되고
작업복만 있으면 되는데도 ....
못 버리고 모셔둔 안 입는 옷들도 옷장 가득히...
짐을 위해 존재하는 방들.
(잠은 TV보다가 거실에서 자는데)
방 3개는 모두 짐이 가득 가득...
안보는 책들엔 먼지만 쌓여 있고
(책이 장식품인가?)
남들이 쓰다가 버리는 것들까지 눈에 띄면 줏어와서
이사를 하려고 보니 짐 정리 하는데만 몇달이 걸릴 것 같아서
이사도 가볍게 못하는 신세가 되다니...
버리고 싶다. 버려야만 한다....
그런데 버리는 일도 아주 큰 역사구나~
다 버리고...
1톤 트럭 하나로 이사한다~가 목표.^^
(아이들도 다 떠나서 과수원으로 들어 가려고 한다)
그래서 장마가 끝나자 폭염주의보가 연일 내리는데도
나는 믿음밭부터 정리에 들어 갔습니다.
역시 사람 손이 보배로군...
손길 간 곳이 말꼼해지며 정리 되어가니 기분도 해바라기꽃 같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가을바람같은 바람도 솔솔 불어 오고
하늘도 파랗고, 잠자리떼들이 날아 오르는 것을 보니
펄펄 끓어 오르던 여름도 이제 슬슬 꼬리를 내리게 되겠지요.
이 뜨거운 여름에 해야 할 일.
감물 들이기지요.
감물은 쪽감이 당이 생기기 전인 7월에 채취해서 즙을 내어서
천에 염식을 들이는데 감물은 햇볕을 보면서 색이 점점 진해지거든요.
감물은 땀 많이 흘리는 농부 작업복으로 최고지요.
천이 까슬해져서 시원하고 땀 냄새도 잡아주는 마력이 있어요.
(여름 베게나 요나 이불등도 감물천이 좋아요)
저는 5일장에서 광목바지(하나에 1만원인데 이곳사람들은 상복으로 쓰는 듯^^)를 사와서
처음에는 그냥 입다가 더러워지면 감물을 들여서 입어요.
감물 들이면 황토색이 되는지라 때가 타도 잡업복으로 입기에 딱~이지요.
그리고 면으로 된 티는 모두 감물 들여서 일복으로 입어요.
인견은 감물 들여서 집에서 입으면 여름옷으로 아주 시원해요.
(이 옷 입으면 시원해서 다른 옷은 여름에 안 입고 싶어져요)
기술센터에서 염색축제 기간에 사온 감물. 작은 생수병 1병에 5000원
광목바지가 이렇게 더러워져서 감물들이려고 해요,
전에 들였던 감물티셔츠가 물이 바래서 흰 티와 같이 감물 들여요.
감물을 천 사이사이에 골고루 들이려면 많이 치대야 해요.
감물 들여서 마르고 있는 중.
계속 물에 적셨다가 다시 말리고를 반복해야 색이 나와요.
저는 요령이 생겨서 이렇게 옷걸이에 걸어 놓고
마르면 호수로 물 뿌리고를 반복해요.
하루에 몇번씩 반복.
잘 펴지지 않아서 해를 못 본 부분은 엷게 들지만...
뭐 작업복인디...하며 대충 들입니다.^^
일주일 정도 반복하면 색이 짙어져요.
실내는 곰팡이 세상이 되어서...
단지들도 닦아서 일광욕을 하고 있어요.
아무리 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있어요.
단지...
옷도 화장품도 관심 없는 제가
사치하는 습관이 있는데 ...단지(항아리)입니다
살때는 개념이 집 나가 버립니다.^^
솔솔 사모은 단지가 이제 제법 장독대 하나 만들면 될 정도 입니다.
전에는 인테리어효과를 내려고 남이 쓰던 것을 주워 모았는데
이제는 대를 물려 주려고(^^) 새 단지를 하나씩 샀지요.
제주 숨쉬는 항아리, 명장이 만든 단지.거금 준 큰 항아리...
저 항아리 속에는 효소들과 식초들이 익어 가는 중.
대를 물려 주고픈 새로 산 항아리들.
그런데 아이들이 보석과 항아리 중 어느 것을 택하라고 하면
누가 항아리를 택할까? 난 항아리를 택했었는데...
이사오기 전 서울에서 모아 들였던 단지들은
가져오지 못하고 나중에 다 남들 주게 되어서 얼마나 아쉬웠던지...
(이 단지들은 재개발하는 뒷마을을 넝마주이처럼 돌며 모아 들였던 것이다.
돌아보니...난 ...그때도...좀...이상한 인간이긴 했던 것 같다.ㅎㅎ...)
식탁도 의자도 다 씻어서 일광욕 시키고 있어요.
태양 소독이 최고예요.
나는 장마보다 그나마 폭염이 더 좋아~ 하는 아이들이 또 있지요.
여름꽃들이예요.
이제...힘들었던 여름도 멀지 않았어요.
더위에 지친 몸...잘 관리 하시고
행복한 가을이 오고 있음을 떠 올려 보셔요.
토종 패랭이꽃
닭의 장풀(달개비꽃)
맥문동
흰나팔꽃
아부틸론
? 한라산 야생화
아게라텀
붓들레야
꽃이 필때 잎이 꽃처럼 유인하는...
벌개미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