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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뜰 정리

by 농부김영란 2016. 7. 25.


50세를 전후해서는 감당할 수 있었던 일이

55세를 전후해서는 감당하기가 벅차게 되어

지난 해부터 넘치지 않으려고 각별히 조심하고 있었다.


잠을 안 자고 쓰던 블로그도 잠 안 자고는 쓰기가 힘들어서

 블로그가 휴점(^^)상태가 많다.

내 신체 나이가 70대가 된 것 같다고 자조 했는데

건강검진 받아보니 신체 나이가 66세로 나오네.TT

너무 몰아서 일을 해대는 습관을 버리려고 노력 중인데...

조금만 기운이 모이면 일밖에 안 보인다.

아주 미련한 성정이다.

지혜로 일하지 않고 맨 몸으로 일하는 것이 몸에 밴 듯 하다.

이 미련한 성정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도 하지만

내 몸이 너무나 혹사를 했다고 내게 마구 항의를 하는지라

이제는 조심하려고 노력 중이다.


장마철에 물 먹은 솜같던 몸이 장마가 끝나가면서 좀 가벼워지기에

귀곡산장이 된 믿음밭 쉼터 뜰을 대정비에 들어 갔다.

꽃이란 꽃은 다 가져다가 놓아서 만물상 뜰이 되어

발 디딜 틈이 없던 뜰이 너무나 정신이 산만할 지경이라,

모두 다 몰아내고 후박나무 한그루만 남길까~하는 생각이 들던 터에

둘째언니가 다녀 가면서 내 허락도 없이

시원하게~~내가 아끼던 꽃 조차도 다 베어버렸다.

처음에는 아끼던 꽃들이 사라져서 좀 속 상했지만

한편 생각하니 이 기회에 벼르던 대수술을 하자 싶었다.


그동안은 내 성격은 여백이 없었다.

여백 있는 사람과,여백 있는 공간과,여백 있는 그림을 좋아하면서도

내 자신은 온통 채우기만 하여 온 사방이 아수라장이다.

모든 것을 가벼이 해야 할 때가 왔는데

치우는 것이 또 큰 일인지라 생각만 하다가

믿음밭 뜰부터 정리에 들어 갔다.

장마철이고...삼복 더위가 밀려 온 이 여름에...

숙원 사업(^^) 또 하나 해냈다.

땀으로 목욕하며 온 몸이 뻐근 했지만

일이란 성취감이 뒤따라서 할 맛이 난다.


믿음밭 뜰과 쉼터는 계획없이 그때 그때 만들었던 거라서

조잡한 구석이 많긴 해도 비밀의 정원처럼

조용하게 숨어있는 공간이라서

작고, 낮고, 소박하고,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배여 있다.

귤나무를 하나씩 없애면서 조금씩 꽃들이 자리 잡아서

정원의 느낌은 아니고 소박한 꽃밭이었다.

늘 바빴어서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그냥 던져 놓듯이

심어 놓은 뜰이었다.귤밭을 점령(^^)한지라

최대한 귤나무를 살리다보니 좁은 뜰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귤나무까지 다 없애고 시원하게

비단잔디를 깔고 커다란 후박나무 한 그루만 남길까 하다가

귤밭답게, 제주도스럽게,그리고 꽃 들여다보며 이야기 하는 내가

꽃 그리워 할까봐 구석구석 꽃들을 숨겨놓고...

그래도 뜰에 의자 놓고 바람과 햇볕과 별과 달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예인이는 헌 의자를 색칠하여 새 의자로 만들었고

나는 의자를 놓을 공간을 만들었다.

종려나무 아래 색 고은 의자들이

 그리운 이에게 손짓을 해댄다.

겨울이 최고의 계절인 서귀포에 종려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쪼이면서

사철 초록 귤나무에 주황빛 귤들이 조롱조롱 달린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가장 제주도스런 풍경을 즐기고 싶은 그대를 위한 의자이다.












땅에 붙은 아이들 한올 한올 옮겨 심는데만 이틀 시간이 걸렸지.


















봄에 <자란>이 피고

그 위로 여름 되면 < 나도생강꽃>이 긴 목대를 빼고

은근히  우아를 자랑한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던 <나도생강꽃>같은...이런 존재감이 좋다.

천천히 가족을 만들어 가고 있어서 기쁘다.











일 하다가 후박나무 그늘 아래

종이상자를 깔고 벌러덩 누웠다.

한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 주는 큰 나무의 존재가 참 미덥고 고맙다.

긴 장마 끝에 파란 하늘도 반갑고

울울창창한 후박나무도 올려다 보면서...

(사실은 뜰 정리하면서 땀을 됫박으로 흘려서

탈수현상으로 몸이 많이 부대꼈었다.

그런데 이열치열 맞다. 어차피 이 무더위에는 가만 있었어도 부대꼈을테니까)






 의자 놓을 자리를 만들어 본 기념으로

먼저 인증 샷~!

이 자리는 꽃이 빼곡히 있던 자리다.






종려나무 아래 자갈돌 깐 기념 인증샷~!^^







일 시작 전 사진이 없어서

전 후가 비교가 안 되네.^^

오솔길 정도만 남기고 꽃들이 가득하던 곳.






참...원시적으로 일한다.^^

자갈돌 대문앞에서 마당으로 이동하는데 기여한 장비들.

굴러 다니던 찢어진 방티.호미

자갈돌이라 꽤 무거워서 콘테이너에 담아서 수레로 이동.

2톤정도의 자갈돌 날라서 펴는데

중노동 노가다를 실감했다.

평생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정말 힘들 것 같아.

이틀동안 나르고 펴고...풀 뽑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을 체험.







학교를 지나 가다가 의자를 교체하려고

밖으로 내 놓은 것을 보고 10개 가져 왔었다.

방학 맞아 집에 온 예인이에게...밥값을 하라며...

의자를 새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깨끗이 씻는데 하루 걸림.






친환경 페인트를 칠 하기 전...젯소를 칠 하는데 하루 걸리고...

세상 일 쉬운 거 하나도 없다구...ㅎㅎ...

"그래도 끈기는 많이 생겼네~"하는 생각 들었다.






탈바꿈 하는 의자들...

깜깜해질 때까지 색칠한 예인.

" 이 화백을 믿으라구~"하더니 나중에는 신음소리가...





폭염 주의보 내린 날.

예인은 예술을 하고

나는 자갈돌 까는 노가다를 하고....









내 사진은 예술 사진이 아니고 리얼 생얼 사진.

"삶이 예술이다~ 우헤헤헤~" 일개미의 선언!!!







때론 유치찬란한 화려한 색들이

삶을 아름답게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지.

초록의 정원에 알록달록 의자가 꽃이 되어 주겠지.














의자가 있는  풍경은 더 아름답고 따뜻하다.

햇살 고운 겨울에 의자에 걸맞는 사람이 앉았으면 좋겠다.








정돈된 뜰이 그간의 노고를 잊게 해준다.








버리고 버려도

못 버리는 습관이 남아 있다.

너희들이 있어야 더 재미나지...하면서...






1년에 한번 하얀 수련을 보여 주던 작은 연못도 없애지 못했다.

이 작은 연못에 수련과 어리연과 미나리와 개구리밥까지도 산다.

진짜 개구리도 함께 산다.^^

아끼고 키우던 당사자는 버리는 것이 한계가 있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3자가 무조건 다 버리지 않는 한.

이번에는 여기까지 정리하고...


언젠가는...

빈  뜰이 될 날도 올까?

그래도 채울 때가 좋은 날이겠지?










우렁각시처럼 다녀 가시던

닥종이 샘께서 2년전 우리 뜰에서 찍은 영롱한 새소리

동영상을 보내 주셨어요.

초봄이라 꽃도 없고 어수선한 뜰이 지금과 비교 되네요.ㅎㅎ...

반디뜰을 보고 가신 분들께서는 눈에 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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