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지 불행인지,
장점인지 담점인지
며칠전에 끓이는 속을 삭혀내지 못하고
남편흉을 보며 내가 억울하니 알아달라는 식의(^^) 글을 올리고 나서는
저는 이내 그 사실을 다 잊어 버리고
다시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목장의 소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무뇌충 인간인것처럼 바글바글 끓이며 성토하다가
초록은 동색인지(같은과가 만난건지) 살다가 물들었는지
나도 어느덧 무뇌충 아메바형이 되어서
성토를 통하여 카타르시스 되어,
어느새 다 잊어 버리고 다시 평심을 찾게 되곤합니다.
심지어 성토를 심하게 한 날은
뒤이어 자아비판의 소리가 안에서 용광로처럼 끓어 올라서
"그럼 넌 다 잘했니? 넌 장점만 있니?,
이 성호씨는 너에게 100% 만족해서 암 말도 안하는 줄 아니?"
하면서 내 안의 이 성호씨가 빙의 되어서 나를 성토 하는지
나도 모르게 자아비판 내지는 반성의 마음이 타 올라서
그런 날은 나도 모르게 저녁상을 더 잘 차려주는 이상한 습관이 붙어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면서
남편을 인도하기는커녕 점점 더 왕권을 휘두르게 만드는 결과가 되곤 하였습니다.
말로 싸워서는 나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을 일찌기 간파한 이성호씨는
나와 말 하는 것을 일체 단절하고 소통을 거부하며
불통의 시기를 지속해 왔습니다.
" 너가 나에게 맞혀라~ "그런 식이었는데...
나는 그것의 진의를 이제사 파악했습니다.
왕의 권좌에 오르면 누리는 삶이 되므로
아내를 동반자나 약자,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군림하여 막강 권력을 휘두르고자 하는 것이 남자들의 심리이며,
특히나 대한민국 남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 되는 심리라는 것을요.
어릴때부터 주체성이 강했던 나도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자라서
가정내에서 남편의 위상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했으므로
그동안 남편을 하늘같지는 않아도 항상 대접을 해주려고 지나치게(^^) 노력하고
스스로에게 당부하며 살아 왔는데요.
상황에 적응하여 자동적으로 밥시간이 되면 달려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노예근성이 생긴건가?하며 나를 질책해보기도 합니다.^^
사랑하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맘이 생기는데
그것이 언젠가부터는 마지못해서 해야만하는 과제처럼 여겨지고부터
매 끼마다 왕처럼 대접받고 싶어하는 남편을 성토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요구에 맞추려고 하는 현상을 자책하기도 합니다.
나는 이런 대한민국 남자들이 개선 되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나눈 대화 입니다.
남편 왈 " 내가 이상한건가?"
나: ...(무신 뜻이징?)
나: 와? 뭐가?
남편: 아니야...
말 끝을 흐리는 것을 보니 반찬이 불만입니다.
요즘 우리집은 아이들이 다 떠나서 둘이서 밥을 먹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늘 외치는 말, "갓한 밥에 갓한 반찬"타령을
더더구나 지키기가 어려워요.전 애시당초 손이 커서
뭐든 많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늘 남게 되는데
내가 잔반처리기가 되다보니 살이 찐 것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있지요.
(내가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남편이 흐리는 뒷말을 찰떡같이 알아 듣고
나:찌게 때문에?"
남편: "응~"합니다.
찌게를 넉넉히 했더니 3일째 올라 왔거든요.
그래도 새로 양배추도 찌고,민어도 한토막 구웠는데(김,김치, 양배추, 버섯볶음도 있음)
남편은 묵은지같은 얼굴을 한 찌게가 눈에 거슬립니다.
나...흐흐흥흥...당신 오늘 말 잘 하셨엉~...(속으로~~)
" 어디 가서 그래 말하면
당신은 참 고귀하신 분이시라고 여길 줄 아나?
귀하게 자라서 입이 고급이시라고 대단하신 분을
마누라가 잘 알아서 안 모신다고 나를 성토할까봐?"
" 배 고프면 김치 한가지도 꿀맛이더라.
나는 똥개 유전자라도 지녀서 세번이든 네번이든 같은 음식을
아깝다고 다 먹어대는 줄 아셔?"
저는 그동안 억눌렸던 불만이 화산폭팔처럼 쏟아져 나오려고 하는 것을
아침인지라, 하루 시작점인데...하며
하고픈 말1/10만 했습니다.
"위대하신 수령님,대단 하십니다요."
제가 남편에게 하고픈 말은 101가지도 넘습니다.^^
그런데 언제 내가 이렇게 무뇌충 인간이 되어 버렸는지
3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 잊어 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잘 지내기를 매번 반복합니다.
때로는 내가 돼지 사육하나~ 싶게 매일 먹는 것만 생각해야만 하나~
일주일에 두번만 잘 먹고 나머지는 좀 대충 먹으면 안되나?
인간답게(^^) 고고하게, 생각하며
본능에 충실하지 말고 자아성찰을 통해서 정신을 배양하자고 아무리 외쳐도,
남편은 자신의 존재가치는 잘 차려진 밥상에 있노라~하듯이
저를 지금까지 용의주도하게,집요하게 지속적으로 훈련시켜 왔다는 것을
저는 마침내 자각하고, 노예해방(^^) 선언을 각오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아?" 이런 심정이 될때까지...
그대는 몰랐으리라.
그대가 내가 아플때 한번이라도 지극정성으로 밥상도 차려주고
보약도 해주고, "그동안 수고 했어, 고마와," 이런 말이라도 했으면
내 안에서 이렇게 반항하는 심정이 싹을 튀우진 않았으리라.
폭군의 치세에 길들여져서 인간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노예들처럼
난 그렇게 살수 없는 인간이거든.^^
당신은 당신의 권력의 맛이 달콤하여 어느새 폭군처럼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권력자가 되어 있다고.
똑같이 일하고 와서 당신은 느긋하게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난 무슨 요리를 해야 기뻐하실까?내지는 불만이 없을까를 하루종일 궁리하며
진수성찬을 매일 해다 바쳐야 하는 내 삶이 즐겁지가 않소!
그대도 나에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역활을 바꿔 보기를 강력 주장해도
절대로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독재요, 오만이거든.
독선적이고 오만한 위정자는 백성이 외면하며
아껴주고, 배려하고,책임감을 다하지 않는 가장도 그런 위정자와 마찬가지라오.
뭐든...
사람인지라...
누구나 실수도 하고...
반성도 하는게 사람인지라...
그대가 바뀌면...
나는 그예 다 잊어 버리고
노래하는 종달새가 될 것이므로...
"그대가 바뀌시오~"하고 이제는 강력히 주장 할 겁니다.
문제 해결방식을 제시하지 않고
비판만하는 사람이 더 나쁘다는 관점을 가진 나이므로
나도 오늘부터 연습, 연습 하리다.
" 그대 덕분이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를
암송 해서라도 자꾸 말로 하는 연습 해 볼게요.(사실 이게 잘 안되지만)
나를 몹시도 사랑하는 수호천사 언니가 보내 온
남편사용 설명서...ㅎㅎ...
나도 이제 남편사용 설명서를 숙지하여
좀 더 지혜로와질 필요가 있습니다.
(10분도 못 되서 자아비판 하는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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