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4월이 지나가고 5월이 되었어요.
(4월은 아픈 기억이 많은 달이라 그런가봐요)
햇살아래서 쪼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고 흙과 뒹구는 일이
의외로 큰 힐링이 된다는 것을 느끼곤 해요.
전에는 밭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김 매는 사람들을 보면
삶의 척박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측은지심이 생겼었는데
마음을 비우고, 번잡한 상념들을 털어내는데는
검질 매는 일(풀 뽑는 일)이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풀을 뽑아서 정리된 것을 보면 성취감도 느끼고
어수선하던 모습이 정리되니 머리도 정리되는 느낌이거든요.
꽃밭과 텃밭까지도 저의 할 일이다보니
큰 업적(^^)은 없어도 소소히 분주한 봄날이라
5월까지는 부지런히 흙과 즐겁게 놀아야 한해가 풍성 합니다.
꽃밭과 텃밭과 청복이와 홍복이는 제게 옵션으로 바쁜 대상들입니다.^^
5월이 되자마자 따뜻한 믿음밭부터 귤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2016년 햇 귤꽃의 모습입니다.
해마다 만나는 귤꽃이지만 참으로 청초하고 예쁘지요.
이 귤꽃의 향기와 색감을 살려서 차로 만들어 보려고
꽃차 마이스터까지 섭렵을 했는데 어찌나 까다로운지
만족할만한 귤꽃차를 만들지를 못했네요.
귤꽃향기는 흰색꽃다운 향기(^^) 치자꽃향기와 비슷해요.
그런데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꽃들이 피어나다보니까
향기가 덩어리가 되어서 정신이 혼미할만큼 강해요.
이맘때 제주도에 오시면 도대체 이 향기가 뭘까 싶은,
그 향기가 바로 귤꽃 향기에요.
은은하게 스치는 향기가 아니라 향기 항아리에 풍덩 빠진 느낌요.^^
특히나 서귀포는 거의가 귤밭이다보니 귤꽃향기에 정신이 몽롱할 지경입니다.^^
귤꽃을 보시고 향기를 떠올려 보시라고 자세히 느낌을 올려 보네요.
꽃봉우리가 열리기 전에는 쌀튀밥처럼 보이다가
꽃잎을 열면서 향기를 품어 내지요.
동그란 암술아래에 아가귤이 맺혀 있지요.
드디어...햇귤의 탄생이 시작 되고 있답니다.
이제부터 2016년 귤이 시작 되는 것입니다.
올해 반디농장 귤은 특별한 자연재해만 없다면 평년작은 될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간벌을 하여 다소 수확량이 줄어 들 것 같긴 하지만
남은 귤나무들이 꽃이 잘 온 상태라서
부디 올해는 평탄하게 끝까지 잘 가주기만을 기원해 봅니다.
반디농장 회원님들께서는 5월까지 회비를 입금해 주시기 바랍니다.^^
믿음밭에 <자란>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 주네요.
지난해 <흰색 자란>도 심었는데
올해 청초한 꽃을 보여 주네요.
제가 흰색을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이 들어서 인 것 같아요.
발아래 조심조심...<흰 눈주름꽃>이 피어 있거든요.
돌나물(돋나물) 꽃도 눈 부셔요.
작은 화분 하나였던 <서양 제비꽃>도 식구를 해마다 늘리네요.
이맘때 너무나 앙증맞고 예쁜 <좀 씀바귀>인데
번식력이 너무 강력하여 다른 아이들을 모두 아사시키는 아이들이라
경계대상 1호로 등극했어요.^^
3년전 한뼘정도 크기였던 <해당화>가 한송이 피었어요.
심지 않아도 지천에 넘치는 야생화 중에 <노랑 괴불주머니>.
지난해부터 이 아이들이 눈길이 가서
검질대상에서 제외하였더니 대단한 번식력으로
이 봄에 한 몫하는 아이들이군요.
풀이기도 하고 꽃이기도 한 아이들이 반디뜰에서는 귀빈처럼 살고 있어요.
제주어로 <볼레낭꽃>이라고 해요.
보리수나무꽃이라는 뜻이지요.
제주어가 참 예쁜 말이 많아요.
지난해 산에서 한뼘 되는 것을 데려 왔는데
1년만에 1m정도가 되었네요.
클로버만 보면
네잎클로바가 있나 살펴보곤 해요.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상징한다 하지요.
반디농장 회원님,그대가 바로 제게 행운인걸요.^^
우리 서로 행운인 거지요?^^
우야든동(^^)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