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예인이는 서울에서 초등학교 1학년 조기입학하고 2달만에 제주도로 내려 왔다가
올해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육지(^^)로 유학을 갔다.
셋째이며 막내인데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무탈하게 잘 자라 주었다.
막내를 처음 떼어놓고 내가 걱정이 많이 들게 되었을테지만
위로 두 언니들까지 함께 방을 얻어 자취를 하게 해서 걱정이 하나도 안 되었다.
언니들이 이미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집 떠나서 산 생활을 여러 해 한 덕분에
막내는 처음 집 떠났지만 언니들과 함께 있어서 걱정이 안되었다.
생각나면 카톡으로 "오늘은 잘 지냈니? " 하는 안부를 물으며
나도 바빠서 거의 잊고(^^) 사는 지경이었다.
며칠전에 막내에게 카톡으로 안부를 물으니 중간고사 기간이라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면서 "마미, 예인이가 안 보고 싶어? "했다.
"당연히 보고 싶지~그래도 언니들과 함께 있어서 걱정이 안되네~" 했었다.
막내는 어릴때부터 있는 듯 없는 듯 했지만 조용히 자기 할일을 다 알아서 해서 기쁨 막내라 불렀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인 막내.^^
그저께 저녁을 해서 먹으려는데 막내가 전화가 왔다.(7시경)
"엄마, 나 중문이야~"
"응, 이게 무신 말"
"나, 제주도 왔어~" 그런다.
갑자기 연락도 없었는데 웬일이지? 무슨 일이라도?
"시간 맞춰서 리무진 내리는데 나가마" 하고는 저녁식사를 미루고 막내를 데리러 나갔다.
혹시라도 뭔가 힘든 거라도 있나해서 재차 물으니
중간고사가 끝나고 시간이 며칠 여유가 있어서 내려 왔단다.
위로 두 아이들은 방학때나 내려 오라고해서(뱅기값 등등 때문에) 학기 중에 온 적이 없는데
막내는 언니들이 있는데도 내려 왔다고 살짝 질책을 했다.^^
언니들 말에 의하면 막내는 대학생같지 않게 놀러도 다니지 않고 집순이라 한다.
그래서 "막내야 맘껏 대학생활을 즐겨라~"해도 막내는
주는 용돈도 남아 돌아서(언니들은 매번 모자라서 가불하기 쉽상이었는데^^)
돈도 많고 시간도 있고 해서 집에 왔단다.
"아이구 이런 범생이를 봤나~....기특 하면서도 걱정 되네.미팅도 좀 하고 그러지."
하기사 아직 대학 생활이 창창히 남았으니 늘 그래 왔듯이
조용히 자기 할 것은 다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애들 아빠는 자기는 한번도 안부도 안 물으면서
막내가 왜 내려 왔냐고 자꾸 묻는다.
"아빠 보고 싶어서 왔겠지~"남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거니 싶어서 내가 대신 말해준다.
자신은 안부도 한번 안 물으면서 속으로는
자기를 생각해주는 말과 행동을 바란다는 것을 나는 안다.^^
막내가 집에 오니까 난 만사를 제쳐 놓고 막내와 추억을 쌓을 궁리를 했다.
아이들이 초중고를 함께 생활 했어도 학교 생활이 빡빡하니
여유롭게 함께 여행을 하거나 추억을 쌓기가 어려워서
대학생이 되어서 방학때 집에 오면 나는 어떻게든 함께 시간을 가져 볼려고 궁리를 한다.
예슬이도 방학때마다 함께 올레를 걷으며 대화를 하곤 했었다.
그래서 막내에게 제주도 살았어도 제주도 풍경을 제대로 느낀 적이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방학때마다 조금씩 느껴 보자~하며
지금 가파도에 청보리 축제를 하고 있으니 가보자고 했다.
전에는 귀찮다며 가자고 해도 안 따라 나서더니
떨어져 있었더니 엄마 그리움이 생겼는지 순순히 가자 했다.
저녁때 비가 온다해서 서둘러 가자고 피곤한 막내를 데리고 나섰는데
예보와는 달리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내리면 비 옷 입고, 우산 들고 걷자는 심정으로 내달렸는데
비는 세차지는 않아도 주룩주룩 쉼없이 내렸다.
산방산을 지나면서 마음이 슬며시 돌아서기 시작했다.
시험공부 하느라고 , 집 내려오느라고 피곤한 아이를 비까지 맞히면서
추억을 쌓아 보겠다고 하는게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자 했다.
그런데...해무에 둘러쌓인 산방산 풍경이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내가 본 산방산 풍경 중에서 최고의 풍경이었다.
산방산이 아련한 안개에 쌓여서 구름위에 떠있는 듯, 신비롭기까지 했다.
비까지 적당히 내리고 있어서 명암 채도(아는척?^^)까지 기가 막힌 풍경이었다.
막내가 이번 학기에 사진이 전공 수업이었는데 교수님께서 아주 잘 찍었다고
칭찬 받았다고 해서 막내더러 비오는 산방산 사진을 찍으라 했다.
나도 그동안 블로그에 올리느라 다년간 막 찍은 사진기술이지만
구도, 포커스, 등등의 내 감이 있어서 막내에게 많이 찍어 보라고 했다.
나도 서당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 경지에 도달하여(스스로 이래도 되나?^^)
막내에게 사진 찍는 팁을 알려 주었다.
나도 올해는 정말 한번 제대로 사진 강의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노래 부른지가 10년이 넘었건만..ㅎㅎ..)
제주도 풍경은 거의 다 찍기만해도 작품이 되는 풍경들인데
그래도 사진에도 개인의 취향, 느낌,테크닉등이 반영되므로
사실적인 전달의 의미보다 예술성이 가미된 사진은 개인의 감인 것 같다.
비때문에 가파도는 포기 했지만
해무에 쌓인 신비로운 산방산 사진을 찍게 되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막내도 핸드폰으로 찍었지만 나보다 화소가 좋은 최신형 핸드폰이라서인지
사진이 비교적 잘 나온 것 같다.
나는 몇년전 공짜폰이라는데 맘이 끌려서(그때만해도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모르고)
장만한 폰을 수명이 다할때까지 쓰는 형이라서 매번 아쉬워 하면서도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핸드폰을 올해는 큰 맘 먹고 바꾸고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연습을 좀 더 하고픈 생각이 든다.
전문가가 찍었으면 얼마나 멋진 사진이 나왔을까~ 하는 풍경을 만나서
조금 아쉽지만 두고 보려고 다양하게 찍은 산방산 사진을 올려본다.
이래서 제주도다.
사진 기술 없어도 사진가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풍경이다.
아래는 막내 예인이가 찍은 산방산 풍경
아래 사진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은 산방산 사진이다.
내가 찍은 산방산1
내가 찍은 산방산2
내가 찍은 산방산3
내가 찍은 산방산4
내가 찍은 산방산5
다시 예인이가 찍은 풍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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