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월 23일) 예슬이와 가파도 청보리를 보러 갔다.
예슬이는 올해 임용고시 재수생으로 지금은 집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음달부터는 서울 고시원으로 가서 임고학원에 등록할 예정이라
아이가 서울 올라기기전에 바람도 쐬어 주고
추억도 만들고 싶어서 예슬이에게 가파도를 보여 주겠다 했다.
예슬이는 엄마와 감성이 가장 잘 통하고
심성이 착하고 따뜻하여 늘 애잔하고 고마운 큰딸이다.
올 2월에 교원대를 졸업하고 임고는 탈락하여
올해 임고재수생 신분이라 폐인모드(^^)로
지내는게 안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은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인생의 쓴맛을 보아야 삶이 성숙해지고 단단해진다는 엄마의 지론으로
"충분히 고독하고,충분히 고뇌해 보거라~"하며
졸업 후 바로 학원에 등록하겠다고 불안해하는 아이를
집에 붙들어 둔 엄마였었다.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할 미술 선생님을 뽑는 것조차도
건조하고 틀에 박힌 법전을 외는 것처럼
형식의 틀의 잣대를 통과해야만 하는 현실이니
외우고 외우고 외우는 공부에 청춘을 다 바치고 있지만
그 와중에 인내와 끈기는 길러질 것이라 생각하고
아이에게 나름의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
돌아가더라도,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 사랑하고 질리지 않고,행복해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평생 직업을 준비하는 것.
더구나 선생님이 되는 길이라 조급해 하지 말고 준비하기를...
포기만 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단다.
가파도의 청보리를 보면서 너른 가슴을 키우라고
찾은 가파도였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도 하루쯤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그 어느 섬보다도 때가 덜 묻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섬 가파도.
청보리 축제기간이라 배는 만석이었으나
사람들과 풍경이 적당히 어우러지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나는 가파도올레 개장식 때 와 봤었기에
일단 섬을 한바퀴 돌려고 예정하고 선착장에서 해변가로 노선을 잡았다.
섬 한바퀴 다 돌아도 두세시간이면 족하니
쉬엄쉬엄 놀멍쉬멍을 제대로 해 볼 요량이었다.
가파도는 섬 전체가 평면적이고 낮아서 끝과 끝이 다 보이는 섬이며
가파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제주도 섬이
해무와 어우러져 신비감마져 풍기고 있었다.
내가 요즘 필 꽂힌 노란괴불주머니꽃이
연보라 갯무꽃과 어우러져서
역시 자연이 주는 색감이 최고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맘껏 자유를 구가하는 시간이 좋아서
절로 룰루랄라 노래가 나오는 즈음
바닷가를 내려다보니
내가 그토록 찾기를 바라던 뿔소라 껍데기가
돌위에 무더기로 흩어져 있네!
소라 중에도 뿔소라껍질은 모양도 예쁘고
색감도 어찌나 예쁜지 예슬이도 감탄사 연발이다.
일찌기 나는 뿔소라에 반하여 다육이집으로 쓰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소라껍질 화분에 자란 다육이가
슬그머니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여
다시 다육이를 심으려고 뿔소라를 찾고 있었는데
"원하면 주어지는 법칙~~"
내 눈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이미 내 맘은 뿔소라에 다 뺏기고
갈길을 잊어 버렸다.
이제 겨우 시작점인데 뿔소라 껍질을 발견하는 순간
"예슬아~ 뿔소라 껍질만 있으면 가파도 다 안 걸어도 된데이~"
우리 예슬이 엄마의 기행을 한 두번 본게 아니라
"아이고,우리 엄마 못말려~" 를 연발한다.
그래도 착한 예슬이는 엄마의 소망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자기가 다 들고 가주겠단다.
예상치 못한 획득물에 비닐봉지가 없어서
간식으로 가져간 토마토를 미역 파는 할머니께 드리고
봉지 하나 얻어서 가방 가득히 뿔소라껍질로 채우고 나니
가방이 무거워서 섬 한바퀴 다 돌려던 계획을 수정.
가로질러 가서 청보리 밭만 만끽하자~로...
이상한 인간 김영란은 천만다행이게도 돈에 환장(^^)하여
눈이 이처럼 멀지는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고~
가방 가득히 뿔소라껍질로 채우니
몇년전 예슬이와 올레 걸으며 수박을 운반하던
엽기모녀 행각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 엄마에 그 딸이로구나.^^
http://blog.daum.net/yeainmam/13727168
예슬에게 돌로 소원탑을 하나 만들라 하였다.
"우리 예슬이 올해는 꼭 임용고시 통과하게 하여 주세요~"
뿔소라 무게때문에 섬을 다 돌려던 계획 수정하여
섬을 가로질러 가는 길
올레길(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미역을 말리고 있었다.
가파도 미역은 자연산 미역.
모든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희고,연분홍색, 보라색으로 은은한 갯무꽃이 환상으로 펼쳐졌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섬전체가 최고의 정원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너무 계획적이고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정원은 눈이 설다.
특히나 왜래종 꽃들의 오색찬란한 정원은 싫다.
갯무(바닷가에 피는 무우꽃)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초록색 청보리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
가파도 섬은 내가 가장 좋아할 풍경이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곳.
가파도를 강추합니다.
빵빵한 소라껍질 가방^^
제주도는 보물섬이다.
가파도는 보물중의 보물섬이다.
가파초등학교 벤치에서 단잠을 한숨 자고...
자유와 평화를 만끽하다.
연초록 잎에 노란 괭이풀꽃
나는 이런 잔잔하고 예쁜 풀꽃만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얼마전에 길가에 핀 자운영을 발견하고
며칠후에 몇개 모종을 옮겨 심으려고 갔더니
그 예쁜 꽃들을 다 예초기로 초토화 시켜 놓은 것을 보고
어떻게 꽃들을 무자비하게 잘라버릴 수 있을까 ~ 장탄식을 했었다.
감성,감성,감성...
우리는 왜 감성교육을 시키지 않는거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기본 정서가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를 모셔다가
돈으로 쳐발라 놓은 집들이 감옥처럼 보이던 것은 내눈이 이상해서인가?
저 정겹고 아담하고 아름다운
낮은 민초들의 집이 이 가파도의 풍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풍경을 사절하는 섬 가파도.
가파도 청보리와 갯무꽃 축제에서 맘껏 누려 행복충만인데
뱃속은 밥줘~하고 아우성이다.
아무리 멋있는 풍경도 맛있는 것을 먹어줘야 금상첨화.
청보리비빔밥과 청보리보말칼국수.
보말칼국수는 맛이 진하여서 추천메뉴에 올리기로 한다.(간이 좀 쎄서 살짝 흠)
그런데 계산을 하려는데 발아래 살아있는 뿔소라가 눈에 띄였다.
또 견물생심.
"혹시 이 뿔소라 껍질 좀 구할 수 있을까요?"
가방 가득한 뿔소라 껍질에도 성이 덜 찬 나는
내가 어디가서 뿔소라를 찾겠노?하며
버리는 것을 내가 잘 활용해 주시면 그또한
모두를 위해 좋은 일.
쥔장이 그동안 모아둔 뿔소라 껍질을 보여주며 가져 가라신다.
김영란 또 이성을 잃었다.
예슬이 "엄마 제발 그만해요~" 하며 한숨까지 쉬는 것을
이건 하늘이 내게 주는 선물이여~하며
아래와 같은...기상천외한...행동을 연출하고 말았다.^^
아~난 도대체 왜 이럴까?
뿔소라껍질 자루가 무거워서 간신히 들고 왔다.
뿔소라 다육이화분 만들려고 난 또 바빠지겠지~
이러느라고...난...하루도...한시도...그냥 쉴새가 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예슬아,미안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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