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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송편

by 농부김영란 2015.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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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자성이 왔다.

내 삶에서 내가 보고 듣고 자란 것이 내 삶의 근간이 되고

정신적인 소양이 되었는데 싶어서

올해는 제대로 된 송편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송편도 빚고 송편맛도 알게 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송편 빚기 귀찮아서 떡집에서 조금 사다가 먹곤 했고

큰집에서 보낸 송편으로 달래곤 했는데

내 어릴때 먹던 송편 맛을 기억해서

한번 제대로 송편을 해보기로 했다.

어릴때는 콩송편과 설탕깨 송편이 있으면

속을 비추어 보아서 콩이 비치면 콩 송편은 먹지 않았는데

나이듦의 현상인지 이제는 설탕 든 음식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 좋다.

콩의 배리한 단맛, 가지의 부드러운 단맛, 양파의 단맛,

심지어 소금에서도 단맛을 느낄 수 있는데

재료본연의 단맛을 느끼는게 즐거워졌다.

감각의 눈이 안으로 깊어지는 것을 음미하게 된다.

 

송편... 햅쌀과 햇콩, 햇곡식으로 소를 넣어 만들어서

솔잎을 깔고 찐 떡...

딱 이대로 해봤다.

 

지인이 농사지은 햇콩을 주신다해서

 밭에서 갓 수확한 햇콩으로 소를 넣기로 했다.

아이들은 설탕이나 꿀을 넣어서 달게 해달라고 했지만

햇콩의 배지근하고 자연적인 맛을 살리고 싶어서

 쌀가루 반죽에 약간의 소금간만 한 송편을 만들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자.

온갖 양념맛에 길들여진 혀를 이제부터라도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가능한한 자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송편은 피를 먹고 만두는 속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송편피는 물농도를 잘 맞추어서 익반죽으로 많이 치대면서 해야

송편피가 쫀득하니 맛있기에 반죽 치대는 일에 집중했다.

송편은 반죽을 잘해야 한다.

물농도가 중요하여 처음에는 되직하여 반죽하기에 어려울정도로 치대어야

나중에 적당한 반죽이 되어 송편피가 찰지게 쫀득하다.

 

솔잎향이 코끝을 스치면서 햅쌀의 찰진맛과

배리한 햇콩의 맛을 음미하며 먹는 송편맛이

내 유년의 추억을 마구 불러 일으켰다.

우리 조상들의 음식은 참으로 선비연하고 멋스럽다.

솔입향이 감도는 송편이라니...

 

믿음밭에 잘 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있어서

오염되지 않은 솔잎을 듬뿍 깔고

어릴때 먹던 그 송편맛을 재현해 보았다.

 

아이들아~ 이 맛을 기억해 줘~

엄마가 백만년만에 만든 진짜 송편 맛이란다.^^

 

 

 

 

 

아이들에게 만드는 법을 일러 주고(서울송편, 경상도 송편)

나는 전을 몇가지 만들었는데

그사이 아이들은 동물농장 송편을 만들어 놓았다.^^

코끼리 송편, 돼지송편,뱀장어 송편,바둑이 송편...에궁.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이쁜 딸을 낳는다던데...너희들은?

그래도 아이들이 훗날 엄마가 되었을 때

제대로 된 송편 맛을 기억해서 맛을  대물림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솔잎향이 은은히 나면서

햇콩의 배지근한 맛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솔잎송편.

어릴때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을 떠올리며...

 

 

전에는 채소전에 고기양념을 하여 붙여서 만들었는데

이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담백한 맛이 좋아졌다.

모양도 너무 멋을 내면 자연스러움이 없어져서

재료모습 그대로...

싱싱한 큰 고추를 반 갈라서

밀가루 계란 소금 간한 묽은 반죽에

고추를 굴려서 지져냈다.

양념장에 찍어 먹는 맛이 좋다.

(애호박, 가지, 양파도 그렇게 할 요량이었는데

송편 먹고 나니 패쑤~^^)

경상도에서는 배추적과 무우전도 그렇게 하는데

어릴때는 그 맛이 너무 촌스럽고 투박하다 생각 되더니

이제는  온갖 기교를 부린 음식보다 더 정감이 간다.

 

나이듦의 증상인가!

 

 

 

 

오징어,표고버섯, 양파, 청량고추, 밀가루, 계란

으로 오징어 동그랑땡 만들었더니

아이들이 남길 것도없이 한소쿠리를 다 먹었다.

 

 

 

 

표고버섯은 전에는 버섯 안쪽에 소고기 양념한 것을 붙었었는데

이제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것이 가장 좋게 느껴진다.

표고버섯 불린것을 물기 꼭 짜서

물2: 조선간장1:청귤청 1ts 에 재워서

버섯이 익게 구웠다.(버섯구이도 좋아)

버섯 익은 안쪽에 밀가루 묻히고 계란옷 입혀서

한번 더 구워 주었더니 쫄깃하고 표고향이 은은한

표고버섯 전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없어졌다.

 

 

 

 

오랫만에 송편다운 송편으로 추석을 보내서

아이들에게 한가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내 곁에 있을때 한가지씩

제대로 만들어서 알려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