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04년도에 제주도에 이사와서 2005년도부터 귤농사를 짓게되어
햇수로 9년을 귤농부로 살았습니다.
첫 인증은 무농약으로 2007년도에 받았습니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저의 각오와 생각을 찾아 보았더니
새삼스럽고 그 초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http://blog.daum.net/yeainmam/1245363 ( 2005년도 em센터 교육 수료)
http://blog.daum.net/yeainmam/1220968 (각오를 쓴 이력서)
돌아보니...짧지도 않은 세월을 한 우물을 파며 달려 왔네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유기농 귤농사에 투신하였습니다.
그사이...농사의 힘든 순간도 몇번을 겪었으나
잘 이겨 나오면서 저는 더 단단해졌습니다.
지난 농사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 다 올려져 있으니까
제가 그동안 투신했던 유기농 귤의 가치에 촛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이제 막 유충에서 탈피한 익충 무당벌레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유기농산물의 정의를 정확하게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무농약 농산물과 유기농산물도 혼동이 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소비자였을 때에도 정확하게 잘 몰랐으니까요)
우선 국립 농산물 품질 관리원에서 정의한 기준을 적어 보겠습니다.
* GAP농산물: 화학 농약, 화학비료 모두 치지만 안전 기준을 준수한 농산물
(우수농산물이라고 표기 되어서 헷갈렸음)
* 저농약 농산물 : 화학농약과 화학 비료를 기준치의 1/2정도 준 농산물
(기준이 모호하여 없어질 제도)
* 무농약농산물 : 화학농약은 칠 수 없고 화학비료는 1/3 정도 치고 1년이상 재배한 농산물
* 유기농산물 :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치지 않고 3년이상 재배한 농산물
간단하게 정리하면 위와 같이 구분합니다.
유기 농산물의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토양검사, 수질검사, 잔류농약 검사
영농일지, 영농자재 구매내역과 증빙서제출 등등
엄격한 서류 심사와 실사를 거쳐서 인증서가 발급되고 사후 관리도 받습니다.
유기농 인증서는 해마다 새로 받아야 합니다.
무농약과 유기농은 관리에 있어서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유기농은 일체 화학비료 농약을 쓸수가 없어서
생선액비등도 양식한 것은 쓸수가 없어서 자연산으로만 만들고
축분도 무항생제 가축으로 하여야 해서 저희는 축분도 쓰지 않고
식물성 자연 발효 퇴비를 쓰고 있습니다.
유기농을 10년 하다가 무농약으로 돌아선 지인이 화학비료를 쓸수 있으니까
수확량이 확 달라졌다고 힘들게 유기농만 고집하지 말라고 조언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치피 친환경 농사를 짓고자 마음 먹고 가는 길이니
어렵더라도 유기농 농부로 내쳐 가기로 늘 마음을 동여맵니다.
<익충인 풀잠자리의 모습입니다>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는 인류 역사에 큰 혁명을 가져 왔습니다.
대량생산의 혁명을 이루어 한편은 인류에 기여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로하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무수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화학농약은 한번만 주어도 모든 벌레를 죽이는 위력을 가지고 있어서
농산물은 겉으로 매끈하고 보기 좋은 상품이 되었고
화학비료는 척박한 땅에서도 비료덕분에 수퍼농산물이 되었고 대량 생산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위해 화학 농약과 화학 비료를 들이 붓기 시작 했습니다.
땅은 미생물도 살 수 없고 어떤 벌래들도 살지 못하는 땅으로 변해갔습니다.
과학 문명의 발달로 농약도 별별 약이 다 개발 되었습니다.
건강한 생명력을 잃은 무수한 먹거리들이 최고의 상품으로 포장되어
최고의 환대를 받으니 농민들도 돈을 벌기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시류에 편승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젊은날 몸을 돌보지 않고 내달린 댓가로
제주도 올 때만해도 살기 위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본능적으로 찾고 추구하다가
농부가 된 사람이라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가 절로 강하게 되었습니다.
도시 소비자로 살다가 생산자가 된 지금,
저는 누가 시켜서도 등 떠밀어서도 아닌, 자발적인 유기농 농부가 되어
내 건강과 내 가족 건강과 내 이웃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되어 기쁩니다.
<벌써부터 새들이 이렇게 쪼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농부들이 유기농농부가 되기를 기피하는 이유는
판로가 어렵고(모든 행정적인 지원과 시스템이 관행농에 집중되어 있음)
수입이 노력에 비해 턱없이 낮아서입니다.
수입이 낮은 이유는 화학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지 않고
친환경 자재로만 농사를 짓다가보니 관행농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수확량이 되어 버리고
과수농사의 경우는 나무 관리를 잘 못하면 나무가 죽어 버리면 큰 타격을 받기에
특히나 과수농사로 유기농을 꺼려하는 실정입니다.
수확량이 떨어져도 가격이 두배정도 되면 수입이 보존되지만
스스로 판로도 개척해야 하는 마당에 가격경쟁까지 하려면
그 고충은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일반 관행농보다는 20-30%정도 많은 선에서 판매가가 정해지니
노력에 비해 수입이 안되니까 농부들이 기피하는 현실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타이백 귤이 권장 되어 유기농귤보다도 두배정도 가격을 매겨서
더더구나 유기농귤농부의 사기를 떨어 뜨리고 있지요)
그래서 유기농 농부의 애환은 보람있는 농사를 짓고서도
심중의 고충을 스스로 삭혀야 합니다.
비교하지 말자고 마음 다져도
유기농농부를 김 빠지게 하는 현실이지요.
유기농산물의 가치를 농부가 일일이 역설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류의 흐름에 적당히 따라가며 이익을 취하는게 현명한 방법일텐데
지원없이 나홀로 가는 길은 이래저래 외롭고 힘든 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만이 유기농농부를 지켜주고 살리는 방법입니다.
저희는 안정적인 판로를 추구하다가
2008년도부터 회원제로 전환하여 미리 주문하는 예약형식을 도입하였습니다.
지금은 회원제가 정착되어 12월초에 다음해의 귤을 예약 신청 받습니다.
회비는 꽃 피는 5월에 수확량을 가늠해보고 받습니다.
제가 판로에 고민하지 않고 농사에 전념하고
회원님이 안전하게 드실만큼의 귤을 보내 드리기위해
회원제를 만들었습니다.
일정량은 회원님께 공급하고 나머지는 일부 일반판매를 합니다.
일반판매는11월 말경 쯤 잠깐합니다.
올해도 내년(2014년도) 회원님 신청을 12월초에 공지하여 받을 것입니다.
저는 감히 저희 귤을 만난 회원님들이 행운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말 속에는 수십가지의 이유가 들어 있어서랍니다)
물론 저희 회원님들은 반디농장의 자부심입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북돋우고 돈독한 관계가
제가 힘든 유기농 농부를 지속해 올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해걸이하여 한 해 푹 쉬는 귤나무>
반디농장 유기농 귤은 2년에 한번 따는 귤이 되었습니다.
나무에서 자연이 알아서 다 익혀줄 때까지 기다리므로
남들보다 훨씬 늦게 수확하고 꼭지가 노랗게 익은 완숙과만 골라 따서
심지어 1월달까지 귤을 따게 되어서 귤나무가 쉬지 못하여
이듬해는 완전 해걸이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수확량도 줄어 드는데 해걸이까지 하게 되니까
맘이 부대꼈는데 이제는 아예 느긋하게 한 해 푹 쉬고
이듬해 달려 주는게 귤나무를 위해서는 더 좋다 생각되어 마음 비우게 되었습니다.
유기농 귤에다가 완숙과만 골라 따니까
귤맛은 자연이 내주는 최상의 맛이 됩니다.
땅 힘을 기르고 나무를 튼튼하게 키우는데 노력하니까
건강한 귤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유기농 귤밭은 땅이 살아나서 온갖 미생물과 잡초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제 맡은 역활을 하며 건강한 땅을 만들어 주고
귤맛도 신선하고 깨끗한 맛을 만들어 줍니다.
인공 감미료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에는 당도만 높은 것을 찾지만
정말 맛있는 것은 다양한 맛이 잘 조화되어 있는 것이지요.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이 맛을 잘 알아 봅니다.
반디귤을 먹다가 시중의 다른 귤을 못 먹는다고들 말하는 이유이지요.
자연이 만들어 준 개운하고 상큼한 맛을 유기농 귤은 보여 주지요.
어찌 맛으로만 평가를 하겠습니까만
과일은 기호식품이라서 맛없는 과일은 잘 안 먹게 되니까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저도 완숙과를 따느라고 해걸이도 감수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귤 수확철에는 귤 맛을 보고 따느라고 수십개의 귤을 맛보며 땁니다.
귤 수확철에는 치약을 쓰지 않고 양치질을 하는 이유가
맛을 정확하게 보려는 저의 노력이지요.
누가, 어디서,어떻게 농사 지었는지를 보고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이기에
늘 마음 수련을 해야 초심이 흔들리지 않더라구요.
귤맛을 죄우하는 최고의 자양분 햇살과 바람과 깨끗한 물과
땅속의 미생물과 식물성 퇴비와...
자연으로 이루어진 것들로 맛을 만들려고
남들 다 수확하여 출하하는데도 느긋이 기다리는 반디농장입니다.
설익은 밥을 미리 푸지 않는 것도 용기요 인내입니다.
뜸 잘 들여서 맛있는 밥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 회원님들은 저의 마음을 헤아려서 말없이 기다려 주십니다.
보채고 안달복달 하면 제가 마음에 차지 않는 귤을 미리 따야 하건만
햇살을 충분히 머금고 꼭지가 다 익었다고
노랗게 신호를 보내오면 따서 보낼때까지
저의 신념을 믿고 오래 기다려 주시는 반디 회원님들을 믿고
저는 온갖 시도를 다하였지요.
건강한 유기농 귤에다가, 맛까지 최상을 추구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눈 맞히고 서리 맞혀서 껍질이 가죽처럼 질겨질 때까지도
나무에 두었다가 수확하여 시중에서는 볼 수가 없었던 귤을 보내어도
저의 마음을 다 헤아려 주셨지요.
시련을 많이 겪은 것일수록 면역력을 높인다는 저의 생각에 동참해 주셨지요.
우리 몸에 보약이 되는 귤을 만들기 위해 시도 하다가
나무에서 다 얼린 아픈 기억도 이제는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해 나무가 귤도 다 얼었지만 체력이 떨어져서
3년후인 올해서야 체력을 회복 하였으니
제가 귤나무를 얼마나 특공훈련을 시켰는지 몹시 미안합니다.
그동안 오직 유기농 귤 하나만 생산하는데도
저는 진이 다 빠질 정도로 혼을 불어 넣었습니다.
"귤이라고 다 같은 귤이 아니다"고 스스로 말하는 이유입니다.
저를 만나 온갖 시련을 이겨낸 반디농장 귤나무들도
이제는 모두가 체력을 회복하고 유기농 귤나무로 다시 태어나서
얼마나 건강한 모습을 보여 주는지 바라만 보아도 뿌듯합니다.
이제는 이상기후때문에 농심이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시련을 이겨 나오면서 비우고 단단해진 마음으로
의연하게 미래를 맞고 준비할 것입니다.
<10월에 피어난 뱀딸기>
귤밭에는 온갖 예쁜 풀꽃들이 사계절 피어나서
귤나무들과 사이좋게 지냅니다.
귤농부가 귤밭을 벗어나지 못하고 늘 귤밭에 살아도
심심하지 않도록 사계절 예쁜 풀꽃들이 피어나고
귤나무도 사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일년내내 멀리 여행 한번 가지 않아도 귤밭에서만도
수많은 자연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납니다.
이렇게 잘 생긴 귤나무를 바라보노라면
온갖 시름도 다 정화 됩니다.
"유기농하면 나무 죽인다고 누가 그랬어~"하면서
저는 건강한 우리 귤밭의 귤나무들을 대견하게 바라봅니다.
"귤농부는 귤로서 말해야 한다" 고 외치다가 요즘은
"귤농부는 귤나무로서 말한다" 며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가을 하늘은 높고 거미는 살찐다...
먹을게 많은 친환경 밭에서 고래등같은 집을 짓고 행복한 거미입니다>
<햇살 받으며 귤이 잘 익어가고 있는 행복한 귤나무입니다.>
이런 풍경에 농부는 밥 안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지난 여름에 90년만에 겪은 가뭄때 귤나무도 귤농부도 혼비백산 하였는데
시련 다 이겨내고 이렇게 건강하고 탐스런 열매들을 달았습니다.
모든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태풍도 순하게 지나가 주어서 더더욱 감사합니다.
일하다가 종종 올려다보는 한라산에 오늘도 구름이 모자를 썼군요.
영험한 한라산이 구름 베일에 가려서 제주도의 온갖 것을 주관합니다.
태풍도 한라산 수호신 설문대 할망께서 물리치게 해주셨다고
21세기 농부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희망맡><믿음밭><기쁨밭><사랑밭>...
반디농장 세자매의 이니셜을 딴 귤밭에서
절반의 귤나무는 올해 푹 쉬고 있고
지난해에 쉰 귤나무들이 올해는 탐스런 귤을 키워내서
만삭의 임산부처럼 품고 있습니다.
한달여 후에...잘 익은 귤로서 우리 회원님들을 만나러 가려고
막바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죽을만큼 힘들었던 가뭄을 이겨낸 장하고 굳센 금순이 귤들입니다.
<반디농장 다락방카페^^에서 내려다 본 믿음밭 풍경입니다>
저는 지금부터도 축제의 마음입니다.
일년내내 허리 펴지 못하고 땀으로 목욕하며 키운 결실을 바라보면
애틋하고,기특하고,감사합니다.
수확이 끝날때까지 만사형통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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