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우연히 북카페에서
생태 세밀화가 이태수 화백님 그림을 전시하고 있음을 보았다.
생태화 세밀화가가 그린 그림...이라 들어가서 보았다.
대체로 사물을 그대로 묘사한 그림은 테크닉만 있는 편인데
이태수님 그림은 사진보다도 더 정교하면서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표정, 온기가 느껴졌다.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 등)
시선을 더욱 가까이 하여
솜털 하나하나까지 숨결을 불어 넣은 그림을 보고, 또 들여다 보았다.
그림 전체가 맑으면서도 색감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왔다.
그림 잘 그리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은
작가의 정신세계와 온기가 느껴지는 격 높은 생태 사물화였다.
내가 찾던 그림책이며 그림이었다.
이 그림 한장 한장들을 그리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을 생명의 느낌이 전해져 왔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서 그림책은 필요 없을터이지만
나는 나를 위해서 이태수님 그림책을 보이는대로 샀다.
없는 것은 주문하고, 인터넷 서점까지 주문했고,
앞으로도 몇권 더 주문 신청해 두었다.
(필 꽂힌 김영란의 기행^^)
아이들 어릴때 그림이 예쁘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책을 사곤 했는데
국내작가 그림책들은 대부분이
우화나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준들의 그림인지라 흡족치 못했었다.
그림만 봐도 많은 이야기가 상상되는 그런 그림책을 원했는데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칼데곳 상을 탄 미국의 그림책들을 사 모았던 기억이 있다.
디즈니 영화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자 했는데
실제로 어른인 내가 더 그림책과 디즈니에 빠져 들곤 했다.
이태수 화백님 그림에 풍덩 빠져서
그림을 느끼고자 그의 그림책을 보이는대로 사는 것도 모자라서
나는 그 작가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일었다.
그림으로만 봐도 그 분의 느낌이 상상 되었다.
어른으로 살아 가면서 우리들이 잃어 버리게 되는 것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마침 작가와의 자리가 2주 후에 마련 되어 있었다.
그날만 손 꼽아 기다렸다.^^
혹시나 잊어 버릴까봐 그 날만 암송했다.
드디어 작가님(화백님)을 뵌 날...
역시 그림과 글에서 느껴지던 모습 그대로였다.
세월이 느껴지는 것은 머리카락 뿐(^^).
얼굴은 미소년 그대로였다.(나이가 나랑 동갑인데도)
맑고, 순수해 보이고, 따뜻해 보이고, 위장된 겸손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우러나는 겸손함이 느껴졌고,
자연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그림과 글과 사람이 일치된 느낌.
산다는 핑계로 이미 동심을 잃어서 탁해진 내 감성이 아파오고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맑은 기운을 호흡하고 싶어서 그 분곁에서
광팬들이 하는 지나친 관심과 애정을 마구 분출하였다.
사춘기 아이들이 아이돌 스타에 광분 하듯
내 맘도 흥분되어 푼수없는 아줌마처럼 화백님 주변을 맴 돌았다.
"화백님, 저의 짧은 생각이지만
아이들은 사진 대신에 그림을 보면서 사물을 인지하는 수준인지라
작가님의 그림의 진면목을 보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작가님이 불어넣은 숨결까지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이들의 사고로는 거기까지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내 보시면 어떨까요?" 하고
'감히 외람되게 제안 했다.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어른이 보는 그림책...
우리 어른들에게도 오래전에 잊혀졌지만
동심으로 늘 돌아가고픈 맘이 있어서
행복한 그림책을 보면서 힐링 될 것 같아서
나는 처음 본 작가님께 그런 제안까지 하고 말았다.^^
천부적인 자질에다가
자연을 닮은 마음을 담아서 그린
이태수 화백님의 그림 동화를
나같이 목 마른 어른들께 추천한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사진은 그림책에서 찍은 거라서 표현에 부족함이 있지만
차 한 잔 값으로 이런 귀한 그림책 한 권 사는 것도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작은 응원이 되지 않을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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