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작은 인연>과는 뒤늦게 간 대학에서 만났다 .
갈 길 방향 못 잡고 방황을 하던 20대를
이 길이다며 정하고 뒤늦게 간 대학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이다.
과는 다르지만 졸업후 우리는 내내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었다.
20대 중반을 넘기고 간 대학은 또래 친구들보다 늦은 출발을 하게 하여
남은 20대를 우리는 질주를 했었다.^*^
그녀와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여러개 있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자면 며칠밤은 지새야 할 판이라
이번에 그녀와 만나서 오랫만에 회포를 푼 이야기만 남기려 한다.
10년 후 쯤 돌아보면...이런 추억거리가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 같아서
늦은 기록이라도 남겨 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이다.
10년전에 써 놓은 일상 이야기를 이제 보니 새롭고
내 삶의 족적이 된 것 같아서 일상사 끄적임이라도
그 어떤 유명 작가가 쓴 글 못지않게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 같다.
<작은 인연>은 내가 서른 둘 2월에 결혼하자 그녀도 5월에 결혼 하였다.
둘 다...독신으로 빛나게 살 자신이 없어져서 서둘러 내린 결정이었다.(^*^)
치열한 직장 생활에서의 또 다른 안식처쯤으로 살짝 가볍게 내린 결정이라면...
약간의 후회서린 판단이겠지만...
사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에서일 것이다.
우리 곁에 빛나는 싱글 순옥언니를 보며 우리도 결혼 안했었다면
내 일에서 종횡무진 하였을까 싶기도 하지만
가 보지 못한 길에대한 아쉬움일 뿐
사람그릇이 다 다른지라 지금의 내 자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결혼하자마자 예슬이를 가지게 되었지만
작은 인연은 둘째 예지와 동갑내기 딸을 낳았다.
이번에 예지와 작은 인연 딸 성연이가 둘 다 대학생 새내기가 되어
아이들도 만나게 해주고 우리도 오랫만에 회포를 풀려고
내가 예지 입학식때문에 올라간다고 하자
작은 인연은 나를 위한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그녀 집에서 오랫만에 하룻밤 회포를 풀자고 하더니
예지를 오리엔테이션으로 학교에 들여 보내 놓고
그녀는 나를 차에 태워서 그 길로 강원도로 내달렸다.
집에서는 힐링이 안될것 같다며 강원도 춘천 근처에 휴양림에 예약을 해놨단다.
나는 집을 벗어난 것만도 해방이요 힐링인데
그녀도 집을 벗어나는 힐링이 간절히 필요하다며
우리는...춘천가도를 신나게 내 달렸다.
예지보러 학교에 온 큰언니를 만나서 우리는 함께~~~신나게 고고씽.
오랫만에 만난것도 반갑고 기쁜데 자유부인이 되어
오직 우리들만 생각해도 되는 시간이 주어짐에
우리 둘이는 참으로 오랫만에 그동안 살면서 켜켜이 쌓인 마음의 먼지들을 털어냈다.
가족간의 관계속에서,내 정체성은 어디에 있나 싶었던 주부, 엄마, 아내...
그 사이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남편이 명퇴하여
생활고까지 짊어져야 하는 세월들을 공유한지라
마음의 피로도 만만치 않았어서 그 모든 것에서 잠시라도 벗어난 것 자체가
어깨의 무거운 돌덩이를 집어 던져버린 후련함이 있었다.
더구나 우리 둘은 동갑내기가 가지는 비슷한 기질이 있어서인지
가끔은 과격할만큼 도전정신이 강하여 죽이 잘 맞는다.
스노우타이어도 준비않고 내달려온 길이라
강원도 산길은 눈이 여전히 무릎까지 쌓인 곳이 많았는데
그녀는 베테랑운전사이기도 했지만 겁없이(^*^) 종횡무진하여
산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휴양림 팬션에 도착 했다.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도 힐링 그 자체이지만
그녀와 삶에서 쌓인 여러가지 피로를 함께 털어 낸 것 자체가
보름이 더 지난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이 벅찼다.
돌아오자마자 그 벅찬 감동을 풀어 놓았으면 글이 더 생동감 있었을텐데
그 사이 밀린 일을 하다보니 감정이 희색되긴 했어도
그녀와 가졌던 기쁜 추억이 봄날의 나른해지는 마음을 다잡아 주고있다.
마음 가득히 채우고 돌아온 싱그러운 기운때문에
요즘 내가 일에 다시 파묻혔어도 즐겁게 가고 있는 중이다.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 휴양림 팬션.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따뜻한 남쪽나라 서귀포에 살다가
강원도 최북단 오지에서 만난 산골풍경이 얼마나 반갑던지...
(휴양림 이름을 잊어 버렸다 TT)
작은 인연...인연...그녀 우정을 생각하니 마냥 따뜻하다.
그녀...쉰 중반의 나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소녀같다.
이번에 나를 위해 베풀어 준 그 따뜻한 마음
나는 서귀포에서 갚을 날 기다리고 있을게~~~^*^
눈 깊이가 한자나 되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봄 기운이 솔솔 풍겨왔다.
(2월 26일 풍경)
휴양림 팬션 뒤쪽으로 난 산책로
나무위에 까치집인 줄 알았더니
그 귀한 겨우살이가 눈 앞에...
그림의 떡이로구나.
히히하하호호...
우리는 여전히 20대 만난 그때처럼 (마음은 언제나 청춘)
수다쟁이 소녀였지만 다시 치열한 삶으로 돌아가면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때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겠지.
그땐 우리 다시 만나서...
이렇게 풀어내자.
너 삶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보다 더 무겁니?
그렇게 도토리 키재기 하다보면...어느새 스르르르...
우리보다 더 못한 사람들이 마구 떠올라서
저절로 힐링이 되는 아줌마 수다의 효과.
우리는 실타레가 엉킨 먼지같은 묵은 감정들을 두서없이 풀어내고
마음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수다로 밤을 지새웠다.
아줌마들의 힐링 방법.
서로에게 위안 받기.
우리 다시 한동안 잘 살아낼 수 있을거야.
휴양림에서 돌아 오는 길
춘천의 명물 막국수를 안먹어 볼 수가 없지.
막국수와 감자전...맛 기행도 여행의 묘미라...
우리...훗날 돌이켜보면 지금이 최고의 시간일거야.
그러니까...우리...매순간 행복하게 살아야 해.
쉽게 올 수 없는 길.
특히나 제주도에서 한번 나오기도 어려운 나를 위해
작은 인연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이번에는 소양호로 데려갔다.
30년전의 아스라한 추억속으로 돌아가게 한 장소.
찬란한 20대...그 때 와 보았던 장소이다.
그 고즈녁한 장소에서 나는 시간여행을 잠시 떠나본다.
소양호 물안개처럼 아련한, 눈물빛 20대가 떠오른다.
그땐...내가 너무 여렸어.겉으로만 당찼고 마음은 너무 여린.
.
.지금은 몸무게도 20kg이나 더 나가는 육중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이제야말로 내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온 것 같다.
돌아 돌아서 와 선자리...
이제 내 그릇만큼의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으니
작은 행복이 소중해졌다.
지금 이 자리...내가 선 자리가 최고의 자리라는 생각이 드는,
이제사 철이 조금 드는 탓인지...
소양호를 뒤로하고
그대로 돌아가기가 아쉽다며
작은 인연은 또 청평사로 차를 몰았다.
눈길에 깊은 산속을 운전할 수가 있을까 걱정하며...
일단 가보자...뱃길로가 아닌 새로난 차길로 돌아서 가는데
그 눈길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그래도 야호~ 얏호~ 하며 겁없는 아줌마의 기질을 맘껏 발휘.
길 옆으로 쌓인 눈이 1m 가까이 되는 듯.
역시 강원도다.
청평사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세월을 보여주는 소나무
뱃길로 청평사로 오는 길이 저 아래 보인다.
첩첩산중이란 말. 겹겹이 둘러싼 큰 산들을 보니 떠오른다.
청평사 올라 가는 길.
올해 고희를 맞은 큰언니도 예지 보러 학교에 왔다가 동행했다.
어릴때는 큰언니가 나이 차가 나서 까마득해 보이더니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그냥 친구같은 큰언니이다.
소원 돌탑 하나 쌓고...
청평사 당도하기 전에 만난 구송폭포.
겨울 폭포가 더 장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왔다 갔노라는 징표인 사진 찍기...ㅎㅎ..
이제는 만천하에 얼굴 드러내는 것도 다반사다.
흠...나도 이젠 밝은 색 옷으로 입어야겠네~~~^*^
멀리 청평사 입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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