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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불면

by 농부김영란 2013. 1. 12.


근심이 생겨서인지 잠이 오지를 않는다.

초저녁 잠 까무룩 들었다가 눈 뜨니 한시...두시...세시...

그냥 일어났다.

어떻하지?

귤 마지막 배송 하고

깊은 단 잠 자고 싶은 맘 굴뚝이었는데

근심 하나 추가 됐다.

어제 5차 마지막 귤 내 보내려고

믿음밭 귤 수확 들어 갔다.

될듯 될듯 싶었는데...

새들이1/3이나 먹어 치우고...

턱없이 모자란다.


지난해 귤은 도무지 가늠이 잘 안되었다.


태풍이후 성장치못한 잘잘한 탁구공만한 귤이 70%이상인데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하게 못생긴 귤까지...

(한나무에서도 너무나 깨끗한 귤과 너무나 지저분해진 귤이 이해가 안가는)


그나마 4차까지 배송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건만...

(태풍에 다 잃어 버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겠는데)

기운이 주루루룩 빠지고...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새해 들어서 피로가 누적되어서

집중이 잘 안되 실수도 잦았다.

보내 놓고 체크 하는 것을 잊어 버리고 또 보내고...

내 입장을 생각한 따뜻한 지기님이 귤값 덤터기를 자처했다

요즘 정신이 흐리멍텅해진 내가 선물로 보낸 귤을 또 보낸 것이다.

한상자도 아니고  네 상자나...

로또 맞은 사람도 있고 허리 휘는 사람도 있고

멘붕(멘탈붕괴)이 된 사람도 있고...


2년전에...나무에서 귤을 다 얼려버린 상황도 겪었던지라...

귤이 모자라는 상황을 이해해 주실터이지만,

맥이 빠져서 허탈해지는 것은...

두어달을 밤낮으로 쉬지 못하고 달려온 피로때문인가 싶다.


<꿈>...따뜻한 그대와 동행을...

이라는 글 제목도 생각해놓고 마지막 귤을 보내 드리고

앞으로 내가 꾸는 행복한 꿈을 도란도란 털어 놓으려고 했었다.


이제 여기쯤에서

나의 꿈을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귤농부 8년을 훌쩍 넘긴 시간.

오로지 내가 주체가 되어

온 몸으로 나를 ,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들.

최선을 다했어도...불가항력적인 것도 있다는 것을 터득한 시간.

농사는 90%가 하늘이 해준다는 사실.

1차 생산만 하다가는 늘 이런 허탈한 상황을 반복하게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몸으로 감당하는 노동력도 한계를 느끼고...


그 어떤 말도 없이 해마다 다른 상황을...

묵묵히 함께 해 준 회원님들께 감사 드린다.

농부의 애환을 함께 느껴 주셨던

오래 내 곁에 함께 해 주신 회원님들을 떠 올려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주었던

따뜻한 그대가 있음에...기운을 다시 차리고

나는 또 다른 우리들의 행복한 동행을 준비할 것이다.


나의 창의성, 나의 감성, 나의 재능, 나의 열정이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하고 재미난 일을 도모해 보고 싶어서

2013년도부터 또 다른 꿈을 은밀히 꾸고 있었다.


귤이 모자란다고...

근심걱정에 내가 쓰러지면 다음 축제를 할 수 없을터이니

다시 잠을 청해야겠다.

일본 쓰나미 장면을 본 이후부터는

어려움이 느껴지면 늘 그런 생각을 하곤한다.

쓰나미 겪은 사람들도 있는데 뭘!

하느님은 늘 다 채워주시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늘...내 노력으로 채우라고, 그만큼 부족하게 만드신다고.


그것이 내가 감당해야만 할  내 몫의 삶이라는 것을.


원하는대로 채워지고, 넘치면 내가 자만해질까봐서...


그래도...

조금만 더 허락하시면 안될까요? 하느님,

저 가끔 너무 지쳐요~~~

나이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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