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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12.15일 귤밭일기

by 농부김영란 2011. 12. 19.

 

 

 

 

이제 귤따기의 환상의 콤비가 되어 가고 있는 큰언니, 쟈스민언니, 어음리 언니

한 알의 귤이 식탁으로 가기까지는 귤과 사람의 수많은 노력이 깃든답니다.

 

 

 

 

 

저는 딸넷에 아들 하나 종손집의 넷째딸이구요.

큰언니는 고희를 앞둔 엄마같은 나이차가 있어요.

해마다 큰 언니 오시라고 하여 난리법석,엉망진창 살림살이서부터

귤따기까지...내 주변 사람들 모두 이맘때 나와 연 맺은 탓에 고생깨나 합니다.

 

 

 

 

귤집딸도 예외가 아니네요.

겨울방학한 예슬이...계절학기 듣고 늦게 오겠다는 것을

"시끄럽다~강아지 손이라도 보태야 할 판이라 당장 날아 오너라"고 했더니

방학하는 날 날아 왔어요. 사실 보고싶어서 그랬는데

맘 약한 예슬이는 엄마말 거역 못하는 착한 큰 딸이예요.

요즘...단단히 한 몫 하네요.대학생 되더니...의젓해졌어요.

엄마의 솜바지 몸빼가 잘 어울리는 귤농장 첫째딸입니다.

 

 

 

 

 

예슬이의 등장은 아빠를 가장 즐겁게 합니다.

예슬이 기대 이상으로 일을 잘 하네요.

힘 쓰는 일조차도 꾀 안부리고 척척 하는 것을 보고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그 옛날 산아제한 시절 외치던 구호가 절로 나와요.

세자매 중 첫째딸 예슬이....대학생 되더니 인부 노룻 한몫 단단히 하고 있어요.

밭마다 즉석 작업장이 만들어져서 수확하는대로 바로 택배로 나가요.

이곳은 기쁨밭 무농약 귤이예요.2차귤 절반은 이곳에서 나갔어요.

 

 

 

 

 

이 밭은 큰길이 창고에서 100m떨어져 있어서

포장한 것을 이렇게 리어카로 실어 날라요.

아빠는 끌고 예슬이는 밀고...

환상의 콤비가 되었어요.

 

 

 

 

 

 

 

 

비가 안와도 아침에 가면 귤이 이렇게 젖어 있어요.

밤새 서리가 내려서 귤표면이 완전히 젖어서 아침에 일하는데 옷이 다 젖을 정도예요.

장갑도 다 젖고 몇번이나 장갑을 갈아 끼워야해요.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꽁꽁~

그래서 아침나절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수시로 불을 쬐면서 일을 하는 고충이 있어요.

이렇게 서리도 맞아서 이겨내고 눈도 맞아서 이겨내는

굳센 금순이 금동이 귤...우리 몸에 보약이 되어 줄거라고 생각해요.

 

 

 

 

젖은 장갑을 말려서 갈아 끼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젖은 귤은 이렇게 햇볕이 나서 말려서 다시 주어 담아야 하는 고충이 있어요.

그나마 비 온 후에는 수분을 잔뜩 머금어서 수확도 며칠 못하구요.

이런 저런 모든 고충도 함께 느껴 주셨으면해요.

 

 

 

 

 

 

 

 

우리집 지킴이 얼룩이도  너무 갑갑해해서 과수원에 나왔어요.

얼룩이는 10살이구요. 서울에서부터 데리고 왔어요.

개 나이로는 환갑이 다 된 셈이지요.

전생이 공주였는지 절대로 맨 바닥에는 앉지를 앉아서 방석을 가지고 다니는데

'춥다고 등에다 매달아 줬더니 <꼬북이>가 되었네요.^^

 

 

 

 

"엄마~~~집에 가유~~~추워유~~~"

눈빛이 애절하네요.얼룩이는 엄마에게 충성심이 대단하답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곁을 주지를 않아요.일편단심 엄마입니다.

 

 

 

 

 

16살 아반테...제 애마예요.

길 한복판에서 멈추기를 여러번.

저는 이제 길 한복판에서 교통순경을 해도 하나도 안 부끄럽네요.ㅎㅎ...

심장도 갈고(엔진), 신장도 바꾸고...온갖 부품 바꾸었지만

여전히 종횡무진하고 있는 제 애마예요.

귤밭에 다니기 가장 좋은 제 친구예요.앞으로도 몇년은 더 애용할 계확이랍니다.

저는 남들이 공짜로 좋은 차를 준다고 해도 이 차보다는 더 좋지않을 것 같아요.

(공짜로 차 주실 분 없나요?ㅎㅎㅎ...)

 

이 밭은 희망밭 유기농 밭이예요.저의 7년 땀이 밴 밭이지요.

 

 

 

어느날 귤밭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 아이가 꽃대를 쑥 올리고  서 있지 뭡니까?

몇년전에 어느 할아버지가 아주 작은 새끼를 주어서 언제 자라나 했는데

그 사이 이렇게 자라서 꽃대를 쑤~욱 뽑았네요.

내년 봄에 우아하게 꽃을 달고 얼마나 위풍당당할지 기대가 됩니다.

기르는 재미...는 보는 재미보다 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년 봄에 꽃 피우면 이 아이 또 보여 드릴게요.

 

귤밭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우리 회원님들과 공유하고자

짬짬이 귤밭일기 올립니다.'

한알의 귤이 식탁으로 가기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 느껴 주세요~~~

제가 느끼는 모든 감정도 다 함께 느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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