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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장마 後

by 농부김영란 2011. 7. 20.

 

 

 

 

장마끝이라는 예보와 함께 지난주 내내 그동안 밀린 일들을 하루도 쉬지않고 했다.

밭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다보니 일도 두배로 느껴지고

실제로도 이동하면서 소비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만만찮다.

이제는 어느정도 일의 꼼수도 헤아리고

일 안하면 몸이 근질거리는(^^) 일중독증상까지 나타나는 것을 보니

이제사 농부라고 말해도 그다지 어색치 않을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줄을 끌고 다니면서 소독하자니 팔힘이 부족해서

소독후 며칠간은 팔을 들기도 어려웠었다.

예초기를 메고 다니며 예초기를 들고 풀을 깎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소독쯤이야~하는 마음과 근력이 생겼다.

 

 

 

장마후 소독과 예초, 여름 퇴비주기, 천일염 뿌리기, 죽은 가지 자르기,

괴물같이 귤나무를 휘감는 덩쿨풀 잡기 등등...일이 산적해 있기에 하루도 쉴 새가 없었다.

거기에 최고의 휴가지인 제주도에 살다보니 휴가오는 손님맞이로도

분주를 더하니 일에서 벗어날 새가 없다.

 

열대야까지 겹치는 고온현상에 몸은 늘어지고, 눈은 침침하고, 마음은 풀어져서

게슴츠레한 의식과 몸을 주체하기 힘든 무더운 여름날이다.

 

한낱 뙤약볓도 무시하고 일을 하다가 갈증이 심해서 탈수현상에 몸 조절이 힘들고

낮에 햇빛을 가득 흡수한 몸이 달아 올라서 밤에도 식지를 않으니 숙면을 취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마끝이 너무나 반갑고 무시무시한 열을 방사하는 햇빛이 넘치는 날이 기분이 좋다.

햇볓 쨍쨍한 날 보기가 얼마만이가 싶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반가와

하늘보기를 수없이 하게 된다.그동안 꿉꿉했던 기분도 날려 버리고

땀이 비 오듯 하여도 기분은 한결 상쾌해졌다.

 

곰팡이 냄새를 풍기던 집안 구석구석 닦아내고 환기도 시키고

이불이며 옷가지를 다 꺼내어서 햇빛 소독하니 기분이 좋다.

장마 후 폭염현상이라도 너무 긴 장마를 거치고 나니 달아오른 태양이 오히려 반갑다.

아마도 햇빛이 계속 되었다면 이 무더위가 또 힘들어서 짜증을 내었을지 몰라도

오랫만에 보는 햇빛이  반갑기만 하다.

 


 


뜨거운 햇살 사이로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은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땀으로 세수하고 눈 뜨기가 버거운 노동을  한 후에 마시는 냉수보다

더 맛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건강한 노동이 주는 선물이다.

 

 

 


얼마나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장마 비 였는 지 곰팡이가 피지 않은 곳이 없다.

 

내 삶에도 갱년기를 맞아 곰팡이 피는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장마 후 햇볕처럼 한방에 기분을 전환 시켜줄 활력소가 무엇일까 싶다.

내 수고가 따르지 않으면 모든 게 질서를 잃고 엉망일까 봐

한시도 나를 편히 쉬게 하지 못했던 내 의식부터 곰팡이 치우듯 청소를 해야겠다.


 

장마 후 ... 햇볕을 받아서 몸과 마음이 빨래한 이불처럼 뽀송해지고 나니

이 맛있는 햇볕이 줄 선물을 예감하고 있다.

올 가을 아주 맛있는 귤이 되려면 지금부터 빵빵하게 햇볕을 충전해야하는데

이런 날씨 가을까지 지속되어주면 환상의 귤 맛이 되어 줄 터이니

폭염 불볕 더위라 해도 나는 태양을 두 팔로 안고 매일 걸어가고 싶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와 내 글이 더위 먹은 거 같다.

한 구절 이상이 이어지지가 않는다. 문맥이 뒤죽박죽이다.

태양이 아무래도 너무 뜨거운가 부다.


하느님, 적당한 햇볕과 바람을 주세요~

결국은 이렇게 기도하게 된다.

 

7.20 英蘭

 

 

초보농부 3학년...열심히 예초하고 있다.

올 봄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일취월장한 농부 모습 보여주고 있다.

 

중학생 농부는 죽은 가지 정리하고...

숙달된 조교는 가르키는 것을 잘해야 일신이 편하다.^^

 

 

 

일할때 땀이 비오듯 하니 갈증이 심하고 몸이 몹시 부대낀다.

시원한 물 이상으로 갈증해소와 당분을 주어서 피로를 풀어주는 귤효소 음료.

요즘 정말 귤효소의 진가를 실감하고 있다.

물과 귤효소 5:1 비율로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면 최고의 음료수이다.

 

 

 

귤나무 아래 봉선화가 한창이다.

 

 

 

색깔 예쁜 봉선화.

손톱에 물들여서 첫눈 올때까지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었지.

 

 

보랏빛 단아한 맥문동의 계절이 되었다.

 

 

개구리밥이 가득 채운 미니 연못.^^

수련이 자리 잡았다.

 

 

 

 

오랫만에 햇볕을 보는 다육이들의 아우성 환희가 느껴진다.

 

 

소라는 껍질을 남기고...

 

 

 

 

 

 

 

 

다육이는 이 재미에 키운다.

한 잎 떼어 던져 놓으면 이렇게 새끼들을 치는 재미...

 

 

오랫만에 다육이들이 햇볕 듬뿍 받게 해주고 있다.

산 화분이 없다보니 흥부네 집처럼 옹색해도 다들 잘 자라고 있다.

키우는 방법 다 무시해도 내게만 오면 잘 자라는 식물들.

 

 

지난해 무릎정도 크기의 오죽을 심었는데

그새 지붕까지 올라갔다.그 옆에 심지도 않은 하늘타리가

담쟁이 역활을 해주고 있다.여름은 덩쿨식물 전성기

 

 

갱년기 증상으로 몸에 열이 나는데다가

한낮에 일하면서 흡수한 열기가 가시지 않아

밤에도 숙면을 못 취해 몸 무겁기가 말할 수가 없는 나날인데

일하기 힘든 한낮에 책베게 하고 잠시 누웠는데 잠깐의 곤한 잠이

밤새 잔 잠보다도 피로를 날려 주었다.

역시 책은 수면제여~^^

 

 

무더위에 건강 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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