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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자연인, 자유인

by 농부김영란 2011. 6. 23.

 

 

 

영실에서 만난 흰그늘 용담꽃

 

자연인, 자유인

 

거의 일년 내내 밭에서 살다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도 귤나무와 대화하고

하루를 보내니 가끔은 사람 그리울 때도 있다.

대처에 살때는 사람에 치여서 사람을 피해 호젓한 산을 찾아서 휴가를 떠나고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사람 구경하러 축제를 기웃대거나 올레개장식등을 참가하게 되었다.

사람과의 부대낌으로하여 피로가 많이 쌓였던 도시생활과는 달리

귤밭에서 귤나무나 발아래 풀꽃들만 만나다보니 사람살이나 모습이 궁금해지고

나날이 초자연인으로 변해가는 내가 때로 생경해지기까지한다.

도시에 사는 지인들이 자연을 찾아 휴가를 왔음에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머리에 고대를 하느라고

부산을 떠는 모습이 갑갑스러워보이는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내 옷차림이 이젠 너무 예의를 벗어나는게 아닌가싶게 자유로와져 버렸다.

 

서울에 살때는 시장만 가는데도 일상복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갔고

최소한의 화장인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나가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 와서는 밭에서 일하던 차림으로 온 시내를 쏘다녀도 아무렇지가 않다.

누구를 의식하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내 편한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

오랫만에 나를 만난 지인들은 새깜둥이 나를 보고 연민인지 염려인지

제발 썬크림을 듬뿍 바르고 일을 하라고 조언까지 하는데

나는 그조차 포기해버린지 오래다.첫 한두해는 검게 타는 것도 신경 쓰이고

얼굴에 잡티가 수놓듯이 자리하는 것도 가슴통증이 되더니 이젠 무덤덤해져 버렸다.

그런 것에 신경 쓰다가 내가 제대로 된 농부로 태어날 수가 있을가 싶었다.

취미생활이나 텃밭 수준의 농사가 아니라 세아이가 최고의 양육비가 들어가야하는 시점에

농부로 거듭나려고 하는 마당에 손마디에 옹이가 박힌다고

새색시처럼 스스로를 안쓰러워해야 할 나이도 아니거니와

내 외모로 승부해야 할 일도 없는데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싶었다.

더구나 내 나이는 외모의 평준화가 된다는 나이인데 싶어서 더욱 초연한 척 한다.

그래도 간간히 흰머리 가득한 내 머리와 잡티투성이인 내 얼굴을 거울을 보면

어색한 내가 거기에 있구나 싶기도 하다."너무 심하게 초자연인이 되는게 아니야?" 싶기도 하다.

 

이제 누구 앞에서도 나는 농부라고 안팎으로 말할 수가 있게 되었다.

햇빛과 바람이 두렵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서서 일하는 것과

일을 하지않는 날이 오히려 몸이 무거우니 자연에서 이방인이 아닌 자연인이 되었다.

 

마음이 통하는 지인이 나더러 몸은 고되어도 자유인으로 사는 것이 부럽다했다.

자유인으로 살려면 어느 정도 반항아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내면의 자유까지 들여다 보는 그 분 시각이 반가왔다.

자연인이 되면서 자유인까지 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내 농부생활 최고의 소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농일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내 넋두리가 아니라

귀농인들에게 도움되는 한가지라도 공유하고자하나

주제를 뭘로 잡아야할지 고심이 늘 뒤따른다.

<이제 귀농을 말한다>하고 선도적인 주제로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비판적인 성향이 될것 같아서 내 맘가는대로 <자연인>으로 주제를 정했다.

언제나 내 생각과 다른 상황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반골기질이 되어

의도하지않은 과격한 비판이 앞설까 걱정 되어서이다.

비판적인 날을 세우고 보면 부족함 투성이지만 세상은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는

넉넉하고 배려하는 기다림과 조언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회부터는 조심스럽게 <귀농정책과 귀농>에 대해

몇발 앞서간 귀농선배로서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목마름이 심한 것을 함께 공유하여

수박 겉핱기 귀농정책에서 탈피해야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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