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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현실과 낭만사이

by 농부김영란 2010. 9. 15.

[김영란의 귀농일기] 현실과 낭만 사이
2010년 08월 14일 (토) 11:04:59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나보다 2년 먼저 충북 괴산으로 귀농한 문우가 계신다.

괴산으로 귀농하신 그 문우는

처음에는 유기농 고추로 농사를 시작 하셨는데

귀농책까지 내신 분이라서 나는 늘 그들의 생활을 관심 가지고

나도 귀농을 할 수 있을지를 가늠만 하고 있었다.

 

처음에 유기농 고추로 시작하여 이제는 귀농한 이웃 몇사람과 공동으로

여러가지 작물을 농사해 회원제로 운영하시며 나도 그 회원으로 있다.

방송에도 소개되고 부부가 따로 귀농이야기 책도 내신 지명도 있는 분이시라

귀농에 대한 지표가 될 수도 있는 분이신데

나는 발칙하게도(?) 그들이 농사지어서 얼마를 버는지가 가장 궁금하여 그 분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보았다.

 

"귀농 8년째인데 이제는 자리 잡으신 것 같나요? 외람된 질문이지만 연소득은 얼마 정도인가요?"

그들의 귀농 초반부터 그분들의 농산물을 구입하며,

뒤에서 박수부대로 인연맺은 빽으로 이런 질문을 당돌하게 해보았다.

초기에는 남편이 농민신문 편집장으로서 투잡을 하여 부족한 수입을 보충했다하고

지금은 아내가 낮에는 직장을 겸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농사지어서 연소득이 순수입으로 대략 2천만원정도라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감자, 옥수수, 고구마, 고추, 김장배추, 여러 가지 잡곡, 쌀까지 회원들에게 다양한 품목을

보내 주시는데 세집이 수입을 나누어보니 그 정도라 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아이가 둘이 있는데 그 수입으로 감당할 수가 있나요?"

시골살이라 따로 쓸일은 많지 않지만 아이들 교육비가 가장 큰 비중인데

국립대로 보내고 농민에게 주는 학자금 혜택을 받고 하면 그런대로 유지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분들 성품이 부풀려서 말하지 않고 어쩌면 겸손하게 조금 줄여서 말했을지도 모른다는

혼자의 추측도 해 보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것은

비교적 바람직한 모습으로 정착하고 있는 귀농모델의 현주소가 어떤지가 궁금했고,

지금 나의 현실적인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고 싶어서였다.

 

사십오세 정년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 요즘

이 나이의 사람들이 농촌으로 귀농하였을때 가장 뜨거운 이슈가 자녀교육과 교육비일 것이다.

그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세 아이 중·고등학생인 나이고

그 절대절명의 문제를 흔쾌히 풀어 나가야하는 난제를 손에 들고 뜨거운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감성지수가 이성지수보다 훨씬 높은 나는

"자연이 좋아서. 이제부터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이런 관점에서 농부에 도전했고

지금 어느정도 틀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세아이 모두 대학교육까지 마치는 시점까지는 공중널뛰기 곡예를 하는 사람처럼

절묘한 균형잡기를 해내어야 한다는 각오는 하고 있다.

 

나도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기는 했다.

억대 농부니 하는? 억~소리 나오는 꿈은 애당초 꾸지도 않고

남편이 23년 근무하며 대기업에서 받았던 월급이 내 목표치인데

농사지어서 그렇게만 이루어지면 크게 성공한 변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귀농일기까지 쓰는 사람이 되고보니

누군가 내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연수입이 얼마지요?"일것 같다.

올해 기상이변으로 극심한 해걸이 현상을 겪고보니

3년정도 수입을 평균 내어야 할것 같은데  이룰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자연에서 깨달은 자유의지를 더하면

현실과 낭만사이에서 내자리 찾기가 이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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