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귀농일기(서귀포신문)

지켜야 할때

by 농부김영란 2010. 9. 15.

[김영란의 귀농일기] 지켜야 할 때
2010년 05월 22일 (토) 13:10:22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올해 귤꽃이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너무 많이 달리기도 한데다가 늦게까지 나무에 두었어서

해걸이를 예감하긴 했으나 심해도 너무 심한 해걸이 현상을 보고 올 가을 수확할 때 귤 비상이 걸릴 예감에 미리 걱정이 많다.

더구나 작년부터 회원제를 도입하여 회원들은 미리 신청하고

대기하고 있는데 귤이 없는 상황이다. 작년도에는 예상보다 수확량이 많아서

막바지까지 판매하느라 파김치가 되었는데 올해는 그 반대현상이 되었다.

 

이렇게 해마다 일희일비 하게되어 수입편차가 심할것을 대비해 회원제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또 귤이 모자라서 회원들께 보내드릴 수 없을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올 봄 귤꽃 개화는 한달이 늦는데다가 봄 내내 저온현상에다가 하루건너 비가오는 바람에 심한 일조량 부족으로 귤꽃이 핀다해도 끝까지 온전히 잘 결실해 줄지도 의문이다.

 

여전히 농사가 하늘이 90%를 좌우함을 또 한번 느낀다.

 

우리 효돈밭은 지난해 과잉생산으로 해걸이를 하는 명분을 찾을 수가 있지만

우리 옆밭은 작년 여름에 열매솎기에 동참하여 올해 많은 결실을 기대 했는데도

그 밭에도 새순만 가득하고 꽃이 없으니 사람의 계산을 자연이 비웃고 거부하는 것을 본다.

생각대로라면 올해 꽃이 가득하여 열매가 많아야 할 터인데 나도 이 현상에 갸웃한다.

냉해가 오는 지역도 아닌 따뜻한 지역인데도 말이다.

 

생태계가 자신의 질서를 잃어가고 있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올 봄만해도 하늘도, 땅도, 바다도 요동치고 음습하고 괴괴한 날씨가 계속되니

꽃들이 자신의 본분을 잊어 버리고 꽃피는 시기를 잃게 된 것도

우려하는 자연생태계파괴의 휴유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늘 발전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자연파괴를 일삼았던데 대해

이제는 자연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현상을,

지구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에서 두려움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나아가야 할 때와 지켜야 할 때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올해 당장 귤꽃 지키기에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제는 지구 지키기에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패스트 푸드가 슬로우 푸드로 바뀌고 느리게 살기가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것도

참 삶의 의미를 찾고자하는 흐름인것 같다.

 

지구 곳곳에서 아프다고 몸살을 하며 환경파괴의 댓가를 벌써부터 혹독하게 치르고 있지만

더욱 무서운 재앙이 오기전에 이제부터라도 개발지상주의는 지양하고 환경을 지키고 복원하는데

더욱 관심을 기울이라고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오는것 같다.

 

해걸이야 격년제로 겪던 일이긴 하지만 올 봄 날씨는 예년 날씨와는 다른것 같다.

겨울서부터 하루건너 비가 오다시피하는 것을 보니 또 올 여름에는 어떤 날씨가 될지 미리부터 염려된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인 농심은 묵묵히 지켜내야 할 자연앞에 경외심을 느낀다.

이제는 나아가기 보다는 지키고 보존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귀농일기(서귀포신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소문 홍보  (0) 2010.09.15
자리돔 물회  (0) 2010.09.15
묘목을 심으며...  (0) 2010.09.15
유권자로서 지켜본다  (0) 2010.09.15
지목이 임야라고 농지가 아니라니...  (0) 201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