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필요한 시간들,
섬과 일상을 벗어난 가벼운 일탈을 꿈꾸었다.
섬 속의 섬...
가장 낮은 섬이라는 문구가 가파도 올레 개장식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였다.
치열하게 보낸 시간들에 지친 몸과 마음.
잠시라도 넋을 놓고 쉬게하고 싶은 시간과 풍경을 원했다.
아직은 관광지로 들뜨지 않은 분위기
원시림은 아니지만 사람의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그런 식상한 관광지는 아니어서 더욱 편안했다.
뜻있는 한사람의 소망과 의지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되새김질하게 주었다.
그 섬에 우리가 있었네.
말하기 보다는 말없이 걷게 만드는 섬.
보리밭 지평선 너머로 바다 건너 산방산이 우뚝 보이는 낮고 낮은 섬
보릿고개의 아픈 추억을 어느덧 우린 잊었다.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생각만 든다.
가파도의 푸른 청보리는 말한다.
내 푸르름을 지켜내기위해 견디어내는 아픔도 함께 느껴 주기를...
길을 찾아 길을 떠나는 사람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고 청보리는 말한다.
꽃이 아니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고 ...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들에게 작은 들꽃이 앵글에 잡혔다.
먼저 가신 님이 보리밭에 누워 계신다.
돌담너머...
멋을 아는 이의 소박한 감각이 발길을 머물게 하기도 하고...
파란 청보리밭 위로 펼쳐진 더없이 평화롭고 맑은 봄빛 하늘이 낮게 구름을 드리우고...
마음의 먼지를 말끔히 씻어주는 막힘이 없는 초록빛 물결.
바다건너 보이는 송학산, 산방산, 한라산이 더욱 정겹다.
혼자 떠나도 외롭지 않고
둘이 떠나도, 셋이 떠나도 번잡하지 않은 곳.
큰 섬 제주도가 작은 섬 가파도를 엄마처럼 품고 있는듯.
극기 훈련같은 걷기가 아닌...천천히 되새김질하듯 걸으며 머물고 싶은 섬
잠시 머물기만해도 치유 되는 풍경
그 곳에도 척박한 삶은 있지만
가파도는 그 모든 것을 품고 넓은 가슴만 내 보여준다.
거침없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서도 푸르르기만한 가파도의 청보리는
삶이 힘들다고 투정하지 말라고 의연하게 말없이 일러준다.
아름다움은 볼줄 알고 느낄줄 아는사람들이 누리는 축복이다.
헝클어졌던 마음이 가파도의 청보리밭을 두어시간 거닐고나자
청보리색으로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가고파라 가파도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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