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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내 생애 가장 바빴던 날들

by 농부김영란 2010. 2. 11.

 

어제(2월 10일) 오전으로 구정전 택배 마감이라

마지막까지 숨이 턱에 차서 간신히 주문을 마감하고(일부는 구정후로 이월)

눈을 간신히 뜨고 지쳐서 집에 돌아오니...

몸보신 하라고 덥히기만 하면 되는 봉하마을 청둥오리탕이 택배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밤 12시에 저녁 먹고 잤더니 몸이 띵띵 부은 것을 고지가 저긴데~ 하며

아침도 굶고 새벽부터 나가서 비옷 입고 모자란 귤을 따서

젖은 귤을 일일이 닦아서 내 보내느라 일은 세배나 힘들고 더디었다.

 

 

 

막바지 주문 내보내고 허기져서 배가 등에 붙었는데

어찌 알고 요런 물건이 대령해 있단 말인고.

참 센쑤있는 선물이야 하며...염치좋게 허겁지겁 먹고나니

그제사 주변이 좀 보인다. 휴~~~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만...

먹는 것은 뒷전이고 늘 일이 우선이라...

이렇게...3개월을 꼬박 채웠다.

2009년 11월 11일 개막식(^^)팡파레를 울린 날로부터 꼬박 삼개월.

2010년 2월 11일이 되어서도 일에서 놓여 나지는 못했지만

일단 대단원의 막은 내린거다.일부 나무에 남은 귤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주문이 남은 분들과 고마운 분들과 나눔할 것들이다.

 

 

 

 지난 겨울은 눈도 비도 많이 와서

주문이 들어오면 귤을 따서 내보내기로 한 나를

시시때때 인내심과 투지를 시험하곤 했다.

일은 그래서 몇배나 힘들고 더디게 진행 되었지만

신선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귤을 내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간담이 서늘해지는 폭설과 영하로 내려간 날씨에도

귤나무를 믿고 귤을 나무에 달아 두었던 나를

귤나무도 귤도 내 믿음을 지켜 주었고 회원님도 묵묵히 내 맘을 헤아려서

함흥차사인 귤을 기다려 주셨다.

막바지 감사행사로 이벤트를 한 구정선물이 폭주하여

하루에 수확하여 내보내는 물량이 한정되어 있는데

하늘은 마지막까지 나를 시험대위에 올려놓고 조롱하고 있었다.

일요일부터 비가와서 화요일 잠깐 개었을때...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동원 되었다.

심지어 막내가 초등 졸업식인데도 나는 참석 못하고 졸업식 끝나자마자

귤따기에 동원되었고 오후부터는 또 비가 오려고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을

신심이 깊으신 요한 선생님의 기원 덕분에 비가 저녁까지 기다려 주어서

간신히 주문량을 채워서 내 보냈고 긴급한 주문이 아닌 것은

일단 구정후로 미룰수밖에 없었다.

 

하늘은 나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사람들은 나를 있는 힘을 다해서 도와 주었다.

 

 

 

 귤을 바로 따서 내보내다가 보니 내가 수확량이 가늠이 안되었는데

회원님 마지막 5차귤이 나간 1월 중순이 되자 남은 귤이  너무 많았다.

혹시나 이미 예약된 회원님 귤이 모자라지나 않을까하여

12월초에 인간극장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방송효과로 주문이 폭주할 것이

염려되어 방송도 사양하고 약속했던 회원님 귤을

무사히(^^) 순차적으로 내보내겠다는 일념이었는데

회원님 귤이 다 나가고 난 후에도...가늠이 안될 정도로 남았다.

남편은 귤나무에 한 없이 달려있는 귤때문에 화를 냈지만

난 끝까지 귤나무에서 바로 따서 내보내겠다며 버티면서

머리는 용광로처럼 달아 올랐다.

그냥 나누어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고...

또 이제는 내가 유유자적 여유를 부릴 농부가 아니라

농사로 세아이 키워내야하기에 수지타산을 맞추어야 할 처지를 감안하니

판매를 다해야만 할 상황이라 고민을 거듭하다가

소리내어 도움을 청하니...언제나 그랬듯이 나의 수호천사들이

내 일처럼 나서서 온 가족을 다 동원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기적처럼,

구정전에 주문 더이상 안되요~~~하는 비명을 지르게 만들어 주셨다.

일주일만에 남아있던 귤들이 모두  내 곁을 떠났다.

 

 

 

 하늘은 끊임없이 시험을 하였지만 사람들은 기적을 만들어 주었다.

 

2009년도는 남편과 온전한 귀농가족으로

앞으로 농사로 내가 당당히 삶을 꾸려 나가며 세아이를 교육시켜 내겠다고 각오를 한 바라

내 자신도 시험대위에 올라서서 새로운 여러가지 시도를 한 터라

묵직한 고민이 함께 하였었지만

몸은 지치고 한없이 피곤하여도 

해냈구나~

목표치 초과달성.

내가 연초에 세웠던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고

남편과 나는 농부로서...우뚝 설수 있는 자신감을 더욱 갖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시도과정중에 시행착오가 여러가지 있었지만

하늘이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저울질 하였어도

내가 꾸는 꿈을 향해 날개를 펼치라며 나를 무한대로 아껴주시고 이끌어주시는 

수호천사님들이 계시니 함께하는 꿈을 향해 2010년도에도 매진을 할 것이다.

 

 

 

 

너무 너무 바빴어서 감사표현 늘 제대로 못하였습니다.

저는 구정주간 택배가 마감이라 휴식을 취하며 밀린 일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구정전에 보내 드리려던 선물을 미처 못 보냈습니다.

구정후에도 일부 귤이 남아 있어서 감사 표현하려고 하고

저도 이제서야 김장김치도 하고, 귤효소도 담그고 귤 말랭이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올해는...

좀 더 체계적으로 회원제를 운영 하려고 합니다.

반디농장에서만 맛볼수있는 특별코스요리도 개발하여

찾아주시는 회원님들께 특별한 추억거리를 드릴 궁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장차는 저의 홍보대사님들께 황토방 하나씩 분양해 드려서

함께하는 노년을 꿈꾸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꿈때문에 힘들어도 늘 행복합니다.

 

행복한 구정을 맞게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 드립니다.

 

2010.2.11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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