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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고지를 눈 앞에 두고서...

by 농부김영란 2010. 1. 31.

 

차도 탈이 나고 나도 탈이 나고 남편도 피로가 쌓여서 말투가 짜증이 섞였다.

어제는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싶더니 내 몸도 드디어...아주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깨진 항아리처럼 금 간곳이 많아서 간신히 조각 맞추기 하면서 유지해오던 몸이

농부가 되면서 많이 건강해졌지만 내 몸에 과하다 싶으면 신호를 보내다가

그래도 강행군을 하면 아예 작동거부 신호를 보낸다.증상으로 보면 벌써

병원을 갔어야 하지만 미련 곰탱이인데다가 네번의 개복 수술을 하고나니

병원 문앞에 가기도 무서워서 스스로 치유하기를 바라면서 며칠 쉬고나면 또 살만해져서

병원은 가지를 않는데 아무래도 종합검진을 받아봐야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여기저기서 아주 심각한 증상을 종종 보여주지만...

그러기에...쉬고싶다할 때 좀 쉬어야지 그렇게 몸을 혹사하면 되니? 하고 몸이 내게 반항을 한다.

하지만 일을 앞에 두고 어찌 쉴 수가 있나. 더구나 대충 못하는 성격에 끝까지 잘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예민하고 각진 성격이 늘 몸을 고달프게 하고 내 삶을 지치게도 하지만

그게 성격이요 팔자려니 하면서 손등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모습을 한 숨 쉬며 내려다본다.

왜 난 이렇게 생겨 먹었지? 스스로를 자조하면서...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때문에...

내가 잘 살아내고, 잘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 드려서

함께 꿈꾸고 함께 희망하고 노래하고 싶어서...

 

며칠전에는  사거리 한복판에서 차가 멈추어서 견인되었었다.

안그래도 요즘 차에서 나는 소리도 심상치 않아서 점검을 받아야지 했었는데

매일 바쁘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차가 네거리 신호등 받아서 좌회전하려고 섰다가

시동이 꺼지면서 차 앞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카센터 사장님은 늘 나를 한심해서 못 살겠다는 표정이다. 도대체가 차량 관리라고는

모르는 무지몽매한 사람이라 차가 이러면 견디냐고 한다.

냉각수가 다 떨어져서 엔진과열로 시동이 멈추고 연기가 난 것.

거금 19만원을 지불하고 다시 고쳐서 왔는데 어제는 또 고장.

17만 킬로를 달렸고 10년이나 된 차를 양도받아 내가 또 4년째 쓰고 있으니

이 차도 수명이 다 할때가 온 것이다. 게다가 주인이 차를 관리는커녕

무조건 몰고만 다니니 차가 주인 잘못 만나서 골골거리다가 드디어 차도 뻗고

 나도 어제 저녁 증상이 아주 안좋더니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못 일어날것 같지만 눈은 말똥 거리니 컴 앞에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아무래도 며칠 쉬어야 할 것 같지만...구정전까지는 매진해야만 하는데...하는 일걱정이 앞선다.

 

나는 요즘 저녁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서 8시만 되어도 눈이 게슴해지고 비몽사몽이 되어서

초저녁에 전화를 주셨다가 내가 잔다는 소리에 놀라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렇게 자고나서 새벽에 일어나서 댓글도 달고 메일 확인 주소작업을 하는데

아침 시간도 늘 빠듯하다.수확량이 두배라 일이 많을 줄은 예상했지만

남편과 둘이서만 지금까지 감당해 오다가 며칠전서부터 도우미할머니들 도움을 받고 있다.

사부님(em센터 이 영민 선생님)께 아직도 귤 수확을 다 못하고 있다고 했더니 한 걱정을 하시면서

사람들을 주선해 주셨는데 80이 되신 할머니도 계시는데 놀랍다.

일은 아무래도 젊은이들 속도를 따르지는 못하지만 한평생 일로 단련된 분들이시라서

참으로 존경스럽다.내 어머니 같으신 분들이라서 최대한 잘해 드리려고 하는데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마음 같아서는 내 손으로 맛있는 것을 해드리고 싶은데

밤 낮으로 바쁘다보니 내 먹는것 하는 것도 귀찮아서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 가서

점심을 대접하는데 고마와 하신다.  어른들은 외식 같은 것을 잘 안하시는지라

처음 와 보신다고 하신다. 가격을 따지지 않고 맛난 것을 사드리려고 하는데

그 연세에 이렇게 일을 하시는게 존경스러워서다.

6학년 중반 언니가 제일 젊었고 7학년, 8학년도 계시니...

하시는 말씀들을 들으니 일하는 재미에 살지, 놀멍 뭐하냐~그러신다.

일하는 재미...일하는 재미...그렇지.

일하는 것이 어찌 재미난 놀이이겠나만 지루한 힘든 일을 재미로 여기면서

한평생을 일을 해오신 어르신들이 마냥 존경스럽다.

우리들은...그 분들께 비하면 시쳇말로 호강에 뻗친 삶을 살았던거지.

 

나도 많이 단련되긴 했어도 내 몸이 견디는 한계가 있어서

넘친다싶으면 내 몸에서 아주 긴박한 신호를 보내는데도 무시하고 가다보면

며칠은 눈도 못 뜨고 몸살을 하곤한다.

오늘은...아무리 바빠도 쉬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아직은 차도 고쳐서 써야하고 내 몸도 조신하게 다루어서

막바지 고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 올라가야겠다.

숨이 막히고 아득해지도록...숨 가쁘게 달려 왔는데

한 숨 가다듬고...

2009년도 귤 축제를 행복하게 마감해야겠다.

 

1.31 英蘭

 

배송이 2-3일 미루어지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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