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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맛있는 농사, 멋있는 농부

by 농부김영란 2009. 7. 7.

 

 

 

 

원고청탁을 받고 딱 잘라 거절을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한달여나 끌고 보니 뒤늦게 거절하기가 너무 미안해서

그냥  주제 불분명한 아줌마 수다 일색이라도 봐 줄수 있겠냐고, 자신없음을 강변했는데도...

그냥 지금처럼 그렇게 눈치없이 마구 떠드는 글이 좋다시니

히구...가문의 영광인가~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수다도 경쟁력이라는 것을 또 실감 하였다.

4년째 농사를 내 힘으로 지어 봤으니 이제사...농부 대열에 당당히 들어섰다고

더구나 샛별농부라고까지 자화자찬을 일삼으며 명퇴한 남편을 귀농까지 시킨 장본인이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어딘가 염기서열이 살짝 어긋난 연구대상감인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은 3D 업종에다가 미래가 보이지를 않는다며 등지고 떠나는 농부라는 직업에

무슨 창창한 미래가 있다고 초. 중. 고 세아이를 키워내야 할 부모가

농부라고 명함까지 새겨서 자랑스럽게 사방팔방에 나발을 불고 있으니...

3년이나 겪었으면 도망 갈때도 되었겠구만 외려 20년넘는 요리사 경력의 남편까지 귀농 시켜부러?

'귀농 1년차는 낭만이고, 2년차는 절망, 3년차는 포기,

4년차부터는 희망'이라고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낭만의 1년도 겪어 봤고 그 절망의 아득함도 살짝 맛 보았고,

포기라는 단어 앞에서 수없이 저울질도 해 봤고, 희망이 샘 솟는다는 4년차에

나는 꿈꾼다.농부로서의 비상을.그리고 고뇌한다, 살아갈 일을...

이제는 현실과 꿈 사이의 괴리도 느끼고 과연 내가 농사만 지어서 세아이 뒷바라지 해낼수 있을까를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있지만... 희망을 만들고 있는 나는

지금의 선택을 후히하지 않기위해 노심초사하고 또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있다.

 

 

 

 

몇년 전 농업기술원에서 전정을 배울 때 강사 선생님이 공공연히 말씀 하셨다.

귀농하여 친환경 농사 짓는다고 요란을  떨던 사람들이 야반도주 하는 것 많이 보았노라며...

그 이야길 듣는 순간은 좀 껄쩍지근하였지만(지금 깝작대는 널 보니 미래가 보인다는 것인지...)

고개가 끄덕여 지던 것이 그렇게 농사라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는 함축된 표현이라고 생각 하였다.

어쩌면 내 횡보를 예의 주시할 사람들이 너도 별수 없구나. 그럼 그렇지...

그런 소릴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이를 악물고(^^) 지낸 시간들이었다.

농사나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은 몸이, 더구나 도시에서 피폐해진 부실한 몸으로

그동안 농사의 모든 과정을 내 몸에 배게 하느라고 많이도 헉헉 되었다.

내가 먹고 싶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일념은 있었지만...그 길이 만만치 않음을

친환경 농사하는 농부가 1%에 불과하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돈만 벌겠다고 덤볐다면...과연...친환경 농사를 할 수가 있었겠는가?

내가 먹고 싶고, 내 아이에게 주고 싶은 농산물을 내 손으로 길러 내겠다는 옹골찬 야심으로

농사는 지어 놨는데...아~ 이걸 어찌 다 먹을 수가 있어.투자한 돈 은행 이자라도 건져야지~

그런 맘으로 또 난 생전 처음으로 장사까지 해 보았다.

맘이 약한 나는...장사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용기를 내어서 지인들께

차마 팔아 달라는 소리는 못하고...가격은 최저가에...박스는 터지게 담고,

거기에 몇박스만 사도 덤으로 쥬스용 귤까지 택배비 물어가며 드리고...(그렇게 공든 탑을 쌓았다.)

그런데 다행이 남편이 아직은 직장에 다니고 있기에 그냥 나누어 먹는 마음으로

인건비는 계산 안하고 원가만 건지면 된다는 심산으로 판매까지 도전했는데...

거기다가...내 안의 자부심...농사는 초보지만 최상의 물건을 만들고픈 욕심에

건강한 농산물로서만은 부족하지, 거기에 맛까지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일이 익은 것만 구분하여

수확해 내보내니 내 귤 먹다가 시장에 여느 귤 못 먹겠다는 환호를 들으니...

우직한 소도 칭찬에는 춤 춘다~(고래만 춤추는게 아니여~) 기냥 이길로 쭈욱 가보자!

 

 

 

 

그렇게 나는 손마디에 옹이가 박히고, 이제는 태양도 두렵지 않는 새깜둥이 농부가 되었다.

올해는 남편과 함께 하는 온전한 귀농가족이 되었는데

어찌하면 최소한 남편이 회사 다니던 수입을 보전하여 아이들을 키워낼까로 머리가 뜨겁지만...

그동안 내가 우직하게 걸어온 것을 지켜봐 준 지인들이 팔 걷어 부치고 도와 주시니

나는 그에 보답키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행복한 먹거리를 생산해서

도시에서 자연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믿음직한 농촌이웃이 되어

건강한 밥상을 차릴수 있도록 잔꾀 부리지 않는 농부로 살아 가려한다.

고희의 나이쯤에  자연과 더불어 정직한 농부로 살아낸 것을 후회없도록 그렇게 살아 보려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으니 섣부른 기대도,설 익은 포부도 드러낼 일은 아니건만

여태 그래왔듯이 이렇게 공언을 하고나면

배수진을 친 심정이 되어 힘든 순간을 넘기고 나아갈 수가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기운을 마구 불어 넣으며 채찍질 해 본다.

 

 

 

 

맛있다, 기분 좋다, 행복하다...

거기에 건강까지 생각하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나는 희망을 꿈꾸는 농부!

오늘도 땀으로 목욕한 듯한 나를

스스로 그렇게 칭찬하며 이 여름을 이겨 나가고 있다.

 

2009.7.7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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