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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三日 閑談 (삼일동안 망중한 이야기)

by 농부김영란 2009. 7. 20.

 

관광지에 살다보니 휴가철이면 연례행사로 휴가를 오는 분들을 맞느라 분주해진다.

사람관계에 호불호를 두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유난히 살뜰한 정을 나누는 분이 오시면

만사를 제치고 만나서 그동안의 회포를 푸는게 사람살이의 정이라...

살아 오면서 내 사는데 정신이 빠져서 늘 마음에만 두고 사는 이가 적지 않은데

차일피일...언젠가는~ 하면서 미루다보면 그러다가 말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터득해가니

지금 닥쳤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부터는 내가 삶의 주체요,

우리집 가정경제까지 책임지겠다고 호언한 마당이라 스스로를 더욱 사회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날 찾는 이 있으면 바쁜 일을 잠시 미루고라도 달려가기로 했다.

 

드디어~~~휴가철.

 

 

 

 

2월에 서귀포로 이사 오셔서 이웃이 되신 알레올레 마중물언니네 고명따님이

귀한 일주일 휴가를 내서 부모님을 찾아 뵙는다니...오지랖 넓은 자칭 홍보대사가

또 어찌 모른척 할 수 있으리요.^^

웬만한 여느 관광지는 거의 다 본터라... 와산 돌집을 안내한다는 명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그날 저녁에는 이미 전날...제주도에 뜨셨노라~~전갈을 해 온

친자매같은 선배언니를 영접하러 서귀포 휴양림으로 내달렸다.

한라산 중턱에는 짙은 안개가 10m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자욱한데다가

이미 날도 어둑하여 혼자 산길을 내달려 가자니...으스스스...참 날도 고약타.

13년을 쉼없이 달려온 폐차 직전의 힘 딸리는 아반테를 끌고서 헉헉 거리며

고지를 향해 간신히 올라 가는데 귀한 분은 역시 높은 곳에서 영접하누만 하며...

남편이 집에 있으니 일단 집은 안심이고...내가 익히 하룻밤은 지샐 위인이라는 것을 눈치챈

서방님은 잘 도착했나 인사도 모르는 무심한 분이구먼...별 생각 다하며

간신히 휴양림 방갈로에 도착해 보니 언니 일행 5명이 방금 도착했다한다.

화창한 날씨라면 이런 한여름이면 휴양림만한 피서지가 없을터이지만

장마철에는 그다지 강추할 곳이 못되는 것 같았다.(찾아 오기도 힘들고)

 

 

 

선배언니를 빼고도 작년에도 뵌 분들이시라 이미 친숙한 감정이라

일년만에 만나니 더욱 반가왔다.

나는 뭘 특별히 해드릴지 가늠이 안되어서 일단 감자를 한 소쿠리 싸들고

내가 담근 매실주 한병 들고서 갔다.

언니들은 하룻밤 보낼건데도 가히 이삿짐을 꾸리듯 먹거리를 가득 챙겨 오고...

서귀포로 이사 오신지 3년 되는 낚시의 달인 오빠가 계셔서

우리는 작년에는 학꽁치 회를 배를 두드리며 먹었었고

올해는 어른 팔만한 자연산 광어를 포식했다.

나는 드릴거라곤 귤밖에 없는데 그건 가을에나 나는 것이니...기냥 붙어 가는 기지 뭐.^^

이미 언니들은 전날부터 만나서 회포를 풀었음직 한데도

무궁무진...쉼없이...낄낄 깔깔...화기애애...사기충천이었다.

 

 

 

 

선배언니를 빼고는 3명의 언니들이 한동네 살던 소꿉 친구들이라고 하고

나와 선배언니는 늦게간 대학에서 만나서 내가 결혼전까지는

친자매처럼 따르고 붙어 다녔는데 내가 결혼하면서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선배언니는(다섯살 인생선배) 그 후 화려한 싱글로 쭈~욱 승승장구...

지금은 모대학 교수님으로, 요즘은 방송에서도 심심치않게 보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길을 달려 오는 동안 그동안 자주 보지는 못하다가

작년에 선배언니 일행이 제주도로 휴가 오면서부터 우리는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사회에서 만났으면 조금이라도 통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이해타산의 부분)

학창시절 사심없이 만난 관계라서인지 그 속내와 인간성과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애잔한

삶의 여로를 서로가 가늠할수 있는 사이라서인지 오랫만에 보았어도

그 어떤 흉허물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인생 뭐 별거 있어~~~

가 우리들의 모토였으므로...기꺼이 우리는 숨김없이 무너졌다.

일 할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놀때도 열심히라.

 

 

 

단체복이라고 언니들이 준비한 옷을 다 함께 입고서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는 다음날 신비의 도로를 거쳐

점심은 전복이 가득 덮힌 해물탕을 내가 사기로 하고 서귀포로 하산하였다.

(내가  깜빡하여 휴양림 사진은 못 찍었다)

서귀포의 <기억나는집> 해물탕은 내가 강추 하는 집.

살아있는 전복이 그릇을 가득 덮어서 가는 사람마다 감탄하는 곳이라

우리 귤밭에서 귤나무 숯불구이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비가 와서 나무도 다 젖었고

효돈밭 관리사 수리중이라  환경이 여의치 못하여

대신 전복해물탕으로 내가 점심을 내고서 그때서야 남편을 대면 시켰다.

언니들은 야단법석, 귀농하여 유치원농부가 된 남편을 보더니 선배언니 일갈.

대기업 과장도 부장도 다 싫다며 속 편한(속이사 편하지) 귀농농부가 된 남편에게

속내를 물어 보는데...철없는 남편, 마누라가 먹여 살린다 했기에 속이 편하다고...

흠...그러시겠지요~~암요.

아직도 도끼눈을 살짝 흘리면서도 나는 남편이 마음 편하게 사는 삶을 택하는게

옳다고 생각하기에 서로가 맡은 일을 잘하자 한다.

조직에서 청춘을  바치고...늙고 골병들어 팽 당하여 의욕도, 기동력도, 꿈도 다 잃고

패잔병이 되어서 남은 삶 무기력하게 사느니 한살이라도 기력 남았을 때

새출발 하는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덕에(어쩔수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나는 남편이  새 삶을 차근히 준비하는 시간을 주고 그동안 내가 꾸려 가보기로 한다.

 

하면 하는기지, 대한민국 아줌마가 안되는게 어디 있니~~~^*^ 그런 명언도 있던데...

 

 

 

점심을 먹은 언니들은 화순해수욕장 옆에 용천수에 몸 담그고

옆에 노천해수욕장에서 좀 놀고 유리의 성에 가잔다.

50대 중반의 이 뜨거운 여인네들.얼음물같은 용천수에 들락날락.

그것도 모자라서 일제히 옷을 입고 노천탕에 풍덩.

히히하하호호.거릴낄게 없다.누가 태양을 두려워하랴~

누가 50대가 기울어 가는 해라고 했나...

난 언니들의 넘치는 에너지에 아연실색.에구...새끼들 쭉쭉 뽑아낸 난

이렇게 더워도 찬물에 들어가면 몸이 오싹해서 기겁을 하겠는데

언니들은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활화산 같다.

아니면  속이 불이 나는 일이 쌓이고 쌓여서 이리들...야단법석인걸까? ^^

언니들에겐 모처럼의 자유이니...뭐 거리낄게 있으랴. 그리고 얼마만의 자유인데

촌음을 아껴서 맘껏 발산하고픈게지.이 중 누구 하나 인생을 허투로 산 사람도 없고

다들 맡은 자리에서 내노라하는 분들이 역시...놀기도 잘 노시는구먼.

 

 

 

 유리의 성을 가자하던 것이 물장구 치고 놀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

그냥 집으로 가서 도야지 바베큐에 한잔하자로...

그래서 서귀포 이사 오신지 3년 되는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삼동주라 했다.35도 소주에 담갔다 하는데 맛도 좋고 취하지도 않아서

언니들은 시도 때도없이 한잔~

나중에 결산해보니 과일주 담그는 소줏병(3.5L) 5병을 마셔댔다하니...

크아~~~고래...술.고.래들 출현.제주도를 접수해 버렸다고 큰소리를 치셨는데...

그러고도 하나같이 말짱~~~했다.

언니들이 얼마나 재미난지 나도 일년치 웃을것을 하루에 다 웃어 버린것 같다.

 

인생 뭐 별거 있나~~~

또 한잔...

 

술고래들이 그냥 자면 그냥 술고래지, 음주가무에 능한 술고래들이라서

또 그 밤에 노래방으로 고고씽~~~

아이구나...다들 노래방 번창하는데 일조를 한 가락들이 엿보이신다.

나만...맹~~~꽁~~~ 노래방 간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나네.

이럴때는 나...유일하게 기 죽는다.나도 노래 좀 잘 해서 멋져 보이고 싶은데...

이런 맘 굴뚝 같아도...나는 왜 고거이 잘 안되는지...

천상 무수리, 일개미이다.

 

그 날 밤, 나는 밤한시 반에야  도둑 고양이처럼 집에 기어 들어왔다.

 

 

 

다음날...

연거푸 이틀을 집 나간 일개미가 되어 유구무언이라

낮에 밭에 갔다가 저녁때가 되니 택배로 대학 찰옥수수가 도착하니

내 마음 또...어제 아무래도 내 서비스가 부족한거 같아(이건 순전히 내생각)

찰 옥수수 삶아서 달려갈 생각이 먼저 앞선다.

언니야, 어데서 뭐하노~~~하고 문자를 보내니 한참이나 지나서

열시 반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지금 화순항으로 미쓰이까 잡으러들 가신다고...

흐음...더 잘 되얐네. 이 참에 밤낚시도 구경하고...

그런데 내가 아차 실수를...이미 전날 휴양림 갔다가 신비의 도로까지 간지라

기름이 넉넉치 않은 것을 체크 하지 않았기에

이제라도 넣을수 있겠거니하고 나서다가보니 가는 도중 이미 주유소가 문을 닫아 버렸다.

 출발할 때가 열한시라 일단 중문까지 가면 주유소 문 연데가 있겠거니 하고 달렸는데

중문도 마찬가지...다들 벌써 문 닫았다.그런데 아무래도 화순까지는

갔다가 돌아올 수가 없을것 같아서 할수없이 내일 다시 오기로하고

언니들에게 전화를 했다.돌아 간다고...

그렇게 다시 되돌아 오면서도 혹시나 문 열린 주유소가 있으면 기름 넣어서 다시 갈 요량에

사방을 살피면서 돌아오다보니 신시가지 근처에...불도 환한 그 집, 주유소가 딱 한군데 있다.

그때가 이미 밤 12시를 넘기고 있는데...기름을 넣어서 다시 화순항을 향해서 달렸다.

의리인가, 충성심인가,내 안의 한량끼가 드디어 발동을 했나...

내가 생각해도 웃긴다며...휘리리릭...그 밤에 옥시기 한상자를 다 삶아서 날아가는 나.

안 갔더라면 제명 당할 뻔했다. 모두들 어찌나 좋아 하시는지...

위 사진을 보시면...그 날밤 산방산이 내려다 보는 화순항에서 우리들은...

이렇게...우리도 젊었다는 것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리중에 그 누구도 우아부인, 정경부인은 없었다.일개미도 그날만큼은 질세라...

막춤에,고래고래....

새벽 여명이 부옇게 밝아오는 새벽 네시를 넘기고서야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애잔한 사연 없는 사람 없건만

이렇게 모여서 살아있음의 축제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인생 뭐 별거 있나~~~♪

 

2009.7.20. 英蘭

 

 

풍림콘도 바닷가 우체국에서 찍은 풍경.

무더운 여름 사진으로라도 시원하시라고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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