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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귤밭올레 <1>

by 농부김영란 2009. 6. 14.

 

 

 

 

봄내 제주올레를  들먹이더니 이제는 급기야 귤밭올레라고까지...

아무래도 올레신이 강림 하셨나부다.^^

올레란 제주어로 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말하는데

내가 서귀포에 살면서도 올레를 갈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한번 올레행사 때 뿐이라서 아직은 올레새내기일뿐이지만

내가 왜 이토록 올레에 열광(^^) 하고 있는지는

올레의 자연뿐만 아니라 올레꾼들...올레를 지향하는 사람들,

어쩌면 동족들을 상면한 기쁨에 들떠서인지도 모른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동포들을 만났다는 설레임에...

하지만 난 제주올레 이전에 이미 제주도의 자연에 미쳐서 귤농부까지 된 사람이다.

감성이 맞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않아 내내 바람이 안을 휘감고 있어서

코드 맞지않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부대끼느니

혼자만의 은밀한 기쁨을 곱씹는게 낫다는 생각에 이미 혼자 즐기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이왕이면 통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교류가

주어진다면 그이상 더 바랄게 있으랴.그러던 차에

제주올레 붐이 일어나니  자발적으로 올레홍보에 열까지 올리고 있다.

 

 

 

 

그런데...

굳이 올레길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내겐 늘 대하는 귤밭 올레가 있는데... 

그래서 이미 내 안의 갈증이 절반은 잠재워진 상태이지만

나만의 열병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 모두들 초자연적인 것을 그리워 한다는 것을

올레열기를 보고 느낄수 있었다.

지난 가을...수확을 두어달여 앞두고 잠시 일에서 놓여나는 시간이 왔을때

나는 늘 드나들던 철대문이 너무 재미없다며 멀쩡한 담장을 뻥~하고 구멍을 내었다.

어린날 기억을 더듬어 시골 사립문 같은 것을 만들어 그 길로 드나들고 싶어서였다.

내가 혼자서도 잘 노는 이유중에 하나가 이렇게 수시로 내게 이벤트를 하는 까닭이다.^^

귤밭을 사는 날로부터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고 맘 먹었기에

그 동안 일부러 번쩍거리게 도색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위압적인 기계를 동원해서 훤하게 밀어 제끼는 일이나

돈을 마구 들여서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하나도 하지않고

내 손으로 아주 조금씩 달팽이 걸음으로 귤밭 주변을 손질해 왔다.

 

 

 

 

소박하지만 감각있는, 미소짓게하는 그런 대문 하나가 떠오르지않아서

8개월째 방치되어 온 문에게 요즘 또 내  feel이 꼿히고 있는 중이다.

저 상태도 일종의 정낭이라고나 할까, 그리 나쁘지는 않은것 같지만

사립문을 살찍 밀고 들어서는 기쁨을 누리려고 여름내내 고민 좀 해보려고 한다.

작품하나 만들어 보려고 욕심 내다가 결국은 그냥 저대로 머물 공산이 크지만

봄내 산같은 일들을 치루고나니 이젠 소독만 철저히하고

제초작업만 잘해주면 되는데 유치원농부가 이젠 많은 일을 감당해주니

나는 내가 늘 꿈꾸던 일을 또 꿈꾸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유치원농부를 월반시켜야 할까부다...ㅎㅎ...)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또 다른 기쁨을 만나야 재미있지 않겠니?하면서

담쟁이 덩쿨이 휘감은, 시원하게 쭉 뻗은 삼나무 아래

수선화 길을 만들었다.귤나무도 삼나무도 사시사철 푸르지만

담쟁이는 제주도에서도 낙엽이 지더라.

그래서 지천에 널린 아이비들도 귀빈대접하며 모셔준다.(아이비는 낙엽이 안져)

제주도의 가장 특징적인 자연을 손 꼽으라면 구멍 숭숭 뚫린 화산석,

아파트 몇층 높이의 방풍림 삼나무, 그리고 아직은 제주도에서만 있는 귤나무...

그리고도 수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 세가지는 제주도에 가장 흔하게 있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볼수없는 자연들이다.그 세가지가 내 귤밭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초생재배를 하니 온갖 풀꽃들이 피고 진다.

삼다도라하는 제주도, 그 삼다에 현무암 돌이 있는데  그 돌들때문에

또 진풍경이 생긴 것이다. 밭 하나하나에도 사람이 사는 집처럼

돌담을 쌓아서 경계선을 삼았기에 이렇게 귤밭에도 쪽문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꽃밭을 만들고보니 뭔가 빠진것 같다는 것을...

나만 느낀게 아닌가부다.예쁜 파라솔 테이블이 있으면 그곳에서 차도 마시고...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이심전심.삼심사심...

오랜지기가  파라솔테이블을 보내주시겠다고 귀뜸을 하였는데

아이구...이미 요렇게 날아왔답니다.(그런 생각만으로도 너무 너무 감사)

대전에서 정관장하는 친구가 필요하여 이 파라솔을 샀었는데

이제는 필요가 없다고 한번도 안써본거라고, 내가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하이구...이게 웬떡.안그래도 파라솔 하나 어찌 장만하나하고 궁리만 하고 있었는데...

요렇게 임자가 따로 있다니까...ㅋㅋㅋ...

너무 좋아서 호호호호~ 오도방정을 떠는 웃음이 그칠줄 몰랐다.

생각만하면 이렇게 주어지는 것.

 

 

 

ㅋㅋㅋ...너무 좋아서 이렇게 막걸리를 두병이나 땄다는 것 아입니까?

오늘 일 접어 부러~

남편 열심히 일하는 것을 방해하고(아니 혼자하라하고)

나는 띵가 띵까~~~얼쑤 좋고~

(내가 조리도 새깜둥이 아지매가 되었답니다.^^)

 

 

쳐다보니 색깔도 곱구랴~

친구야...보내주는 택배비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일부러 물받이까지 사서 챙겨 주다니...너무 너무 고맙고

또 파라솔 보내주겠다고 한 지기님...

내가 욕심을 부려서 두개씩이나 끼고 앉으면 더 부자된 듯 싶겠지만

이젠   그런 욕심은 그만 부릴라구요.ㅎㅎ...

옛날엔 다다익선이라며 욕심이 하늘을 찔렀지만서도

이제는 과유불급이라며...득도를 한터라...ㅎㅎ...

그래도 그 마음 너무 너무 고맙구요.어서...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다 있읍네다!!!

 

 

 

 저는 파라솔 아래 앉아서 일어날줄 모르는데

마당쇠 유치원 농부는 기계톱으로 나무 의자를 맹글고 있습니다.

귤밭에 놓을 의자가 이왕이면 자연소재가 낫겠다는 생각에

굵은 삼나무가 필요하다고 누설을 했더니...

하하하하...또 이렇게 주어졌습니다.

마중물언니는 사람을 알아 보시는 눈이 탁월하여

(그 중에 나도 들었다우...헤헤...요러다가 언제 떨어질라나)

율리안나언니라고...또 천사같은 언니를 소개받았는데

얼마전에 내가 유홍초꽃을 물색하다가 간신히 그 꽃씨를 구해서

싹을 틔워 애지중지 길렀는데 가뭄이 들어 그만 말라 죽고 말아서 너무 안타까와 했는데

율리안나언니의 보배눈이 그곳이 있는 곳을 안다하여

한달음에 달려가서 오매불망 유홍초를 구해 왔는데

며칠도 되지않아 길 확장하는 곳에 의자제목이 될만한 삼나무를

발견했다고 저에게 긴급 전갈 하였답니다.

오잉!!!!!

눈썹을 휘날리며 한달음에 달려가니 아직도 현장을 지키고 계신 언니.

한아름씩 되는 삼나무가 나뒹굴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운반이 문제로다!

트럭 사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트럭으로 운반해야 할 터.

궁리끝에 남편과 기계톱을 가지고 가서 잘라서 나르기로 했답니다.

이럴때...우리 부부는 쿵짝이 잘 맞아요. 남편은 자르고 나는 껍질 벗기고...

이럴때는 천하장사...번쩍 들어서 나르지요.그렇게 삼나무 의자가 10개 만들어 졌지요.

있던것과 합하니 큰것 17개 작은것들까지 하니 20개가 넘네.

호호호호...좋아서 넘어 갑니다.^^

 

그리고 남편을 마주한 저 낡은 창고는 올 여름...제 손을 거쳐서 환골탈퇴 해볼 계획.

 

 

 

 

 

 몇년이나 쓰던 깡통 화덕은 이젠 가라~

돌화덕을 만들고나서 부터는 깡통화덕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들어오는 철대문 입구에 또 돌화덕 하나 만들었지요.

귤밭 주변에서 나오는 소소한 나뭇가지나 태울 것들을 다 태워 주는 화덕.

가끔 가다가 막걸리 안주로 괴기도 굽고,

오늘은 창고에 있던 감자.

그거라도 구워야징.

 

 

 

요렇게 군감자가 탄생 했지요. 

요거 까먹을때 입이 새깜둥이 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구워 먹는 맛

자연속에서 먹는 맛이라 일품이지요.

 

저는 이 여름이 다가기전에 두개의 귤밭 올레길을 만들어 놓고

그리운 님을 기다릴 것입니다.

제가 오래도록 준비해 왔던 ...

자연스런, 멋스런,소박한 식탁에

그대 오시면 내 마음을 차려 낼것입니다.

 올 가을...자연 건강식 농부의 밥상으로 그대를 유혹할 것입니다.

 

귤밭올레 2편에서 다시 그대에게 노란 손수건 날리겠습니다.

 

뜨거운 여름 건강 조심 하시고

늘...

우리 잊지말고 기억나는 사람으로 살아 갑시다.

 

2009.6.14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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