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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집들이 <1>

by 농부김영란 2008. 5. 24.

 

 

 

 

 

 

디카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로 초기에

일반 자동 카메라로도 충분히 만족하던 시절, 

그룹내 국내굴지의 전자회사  덕분에

첨단 전자기기만 나오면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50%정도 저렴한 시세로 가전제품을 구입할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IMF 이후부터는 그 제도가 사라졌지만)

그래서 모든 전자제품은 최소한의 기능만 활용하는 기계치인 내가

골고루 최신제품을 소유하게 되어 디카 초기시절에

이미 디카가 생겨서 이 컴에서 장난을 하며 (^^) 뽐내고 있었는데

이제 그 디카보다 훨씬 성능 좋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서

내 디카도 한물갔고, 내 시력도 언 동태눈처럼 촛점이 흐려져

촛점 제대로 맞는 사진이 없어서...

괜시리 디카탓만 하며 아쉬워 하고 있는 찰라.

 

재료비만 내면 수강할수 있었던 도자기 수업을

딱 3개월 하고 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폐강을 당하여

그 이후 유일한 브루조아(^^) 취미를 접어야 했는데

거기서 만난 인연들이 쭉 이어져 왔는데

이사를 했다는 소식에...

입 싹 닦고, 모른체 넘어져 가자니...

그동안 내 소행(^^)이 너무 괘씸할것 같아서

(다른 사람 집에는 여러번 갔는데 난 한번도 초대를 안함)

그 동안은 농사때문에 바빠서, 피곤해서, 등등...이유아닌 이유를 댔었지만

집이 좁다는 이유만을 대기엔...역부족인지라 빠져나갈 궁리만 하던 차

몇동 몇호에 사시냐고...갑자기 연락이 왔다. 어이쿠나....

아, 지금은 절대로 안되오, 밭에 있어서...이렇게 둘러대고는

며칠후에 ...간단히라도 점심 한끼 먹읍시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한 중에 가장 조촐한 집들이가 시작 되었다.

 

 

 

 

 

 

 

 

집에 금송아지라도 키우나...할까봐 절대 아니라는 것을 확인 시켜줘야만 할것 같아.

신경 써야할 윗분이 계시는 회사 집들이도 아니고

늘 내 허접한 꼴을 익히 봐온 지기들인지라

마음 가볍게...요즘  배고픈 사람없다(다이어트 하는 사람은 있어도)

그 핑계를 대면서 딱 한가지 메뉴로 뻔뻔하게 드디어

놀러 오이소~~~하고 파발을 띄웠더니

울매나 기대를 하고들 오셨나...ㅎㅎㅎ...(미안해라!)

 

 

 

 

 

 

 

우리중에 팔방미인 재간둥이 부부가 있는데

그 중에 남편은 모르는게 없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시다.

스타벅스가 울고갈 명품 커피 전문점을 야심차게(^^) 운영하는 선구자이기도하여

구닥다리 아지매도 아주 가끔 명품커피 맛을 보는 행운까지도 준 주인공이신데

(서귀포 이마트 옆 오~즈 커피 전문점)

얼마전에 안부차 들렀더니 그동안도 부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명품 디카 카메라를 구입하여서

그 성능을 보여 주는데 이젠 웬만하면 견물생심 안한다고

초연해진줄 알았던 외출했던 내 마음이 부리나케 돌아와서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것이었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기술 없어도 카메라가 좋아서 명품 사진이 나온다는 말에 번쩍, 눈과 귀 동하여...

카메라 계 하나 들어?...하면서 같이 간 사람과 땡빚이라도 얻을 기세를 보였는데...

분수를 알자~~~ 간신히 누르고 돌아 왔는데...

 

 

 

 

 

 

 

그 명품 카메라와 함께 나타난 백과사전님.

기념으로 우리 증명 사진이라도 한판 찍으시려나 했더니

최소한의 것만, 아주 부담없이(^^) 준비한

내 음식들과 구석구석을 찍는 것이었다.

카메라 테스트려니...하고 그냥 넘겼는데

그날 오후...이 사진을 보내 오신거다.

지금까지 한 집들이 중에 가장 부담없이 차렸는데

(음식 만드는 취미를 이젠 버렸노라고 노래를 부르고나서)

이렇게 사진화 될줄 알았으면 좀더 근사한 연출을 할걸 싶었지만

역시나 카메라가 좋아야 해~~를 다시 확인시켜주듯

실물보다 더 근사한 사진을 보니

자랑하고픈 맘이 마구 솟아서리....

 

 

 

 

 

 

 

아주 오랫만에 음식 사진, 내 살아가는 모습을 내 보인다.

모처럼 손님이 오신다하니 우선 대청소(이젠 손님이나 오셔야 대청소를 함)

그리고...급한 김에 마당에 나가 풀꽃 한 줌 뜯어와

연출도 좀 하고...

음식은 딸랑...우거지 해장국!

전직 요리사라 듣기만 했지 그 실력을 한번도 못 본 우리 동포들,

기대가 가득한 눈초리이건만...

그 시절이 언제여~~~강산이 변해도 한참이나 변한걸.

이론과 연출에 강한 나인줄 모르셨으리라.^^

실망을 막으려고 미리부터 선수를 치고...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그런데 사진 정말 투명하게 잘 나왔네~~~

맛 있어 보이네~~~

실물보다 더 근사하게 연출할수 있는 카메라라...

어찌 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쏘냐.

아이들이 MP3 산다고 심술 부리는 엄마이면서

나 또한 좋은 카메라를 보니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무비 카메라에, 수동 카메라(작품찍는)에 자동 카메라에, 디카까지

이젠 다~~~구시대의 유물이어라.

기본만 알면 카메라가 이렇게 근사하게 찍어준다는데...

 

 

 

 

 

 

이렇게 사진화 될줄 알았으면 좀 제대로 해 볼걸.^^

마음을 백날 비운다한것 헛것이여.

집에 있는 카메라 다 골동품 만들고 새 카메라 사고 싶어라.

내 중고차값만큼이나 된다는데도.

 

루이비통 가방 좋다는 소리는 들어 가지고

어찌 내돈으로 사리오~~~하는데 어디선가 경품을 내걸었기에

혹시나하여 응모를 해봤더니 새로 생기는 보험회사라나

(이름있는 금융회사이긴 하지만)

한구좌 들면 루이비통 가방을 줄것처럼 하는데...

농사짓는 아줌마가, 늘 손톱에 흙때가 묻어있는 아줌마가

루이비통 가방 들고 어딜 납시려고 그런 맘이 드는지 몰라.

사람이 명품이면 되지...하던 기백은 어드메 가고

이젠 명품 물건으로 연출하고 싶어지는지 몰라.

 

 

 

 

 

 

 그런데 역시 명품 카메라가 좋긴한걸...하고 이 사진들이 말해주잖아.^^

예정에 없던 집들이 사진을 올리게 이 사진들이 만들잖아.

이런 최신형 카메라가 중고로 나올리도 없고...

올 가을 귤 농사 풍년 들어, 소득이 좀 되면

남편 눈치 안보고 지름신을 초대해볼까나...

모처럼 목표가 생겨서 가슴이 두근거리긴 한다만

이 경제가 안 좋은 시절에...

나만의 취미를 위하여...

어찌할까나...ㅎㅎㅎ...

흔들리게 만드네!

 

 

 

 

 

 

 

  돈만 있으면 참 즐거운 세상이기도 한데,

한편 돈만 있는데도 불행한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열가지 복을 다 주시지 않는다고

항상 조금 부족한듯해야 부지런해지고, 노력하고, 추구하고

맑은 소릴 들을 수 있건만...

 

자꾸 자꾸 황금이 좋아만지네.

금송아지도 키우고 싶고,금돼지도 키우고 싶고, 금궤도 갖고 싶어라.^^

(금붙이라곤 달랑 결혼반지 하나 있구먼)

아이구...속물 김영란!

 

누가 이 카메라 경품걸지 않나...ㅎㅎㅎ...

오늘밤 꿈이나 잘 꿔 봐야지~~~

 

2008.5.24.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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