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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by 농부김영란 2008. 4. 10.

 

작년 남편의 명퇴이후 엄습했던 어수선함을 미처 떨쳐 내기도전에 귤 수확기에 접어들어

남편이 새로운 직장을 들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당췌 새출발이라는 느낌을 갖지를 못했다.

몸과 마음을 새롭게 정리할 여유도 갖지 못한채...두어달을 한숨 돌릴 겨를도없이

귤 수확과 판매에 돌입하여 어찌 시간이 간지도 모르게 연말 연시를 보내고나서

조금 정신이 돌아온듯한 즈음이 벌써 2월이 다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주변을 정리하고 나를 수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따라 다녔지만

늘어진 몸이 제자리로 돌아 오는데는 부지런한 달팽이 걸음도 아닌

가도가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지친게다.

마냥 늘어만지고 몸을 일으켜 세우고 싶은 맘조차 생기지를 않았다.

늘어진 고무줄처럼 탄력을 잃고서  방학내내 탱자탱자 놀기만 하는 철부지 아이들을 바라보며

애궂은 속만 끓이고 시간을 속절없이 흘러 보냈다.

이제 나를 좀 생각 해 봐야지...그런 맘을 먹는 순간부터

애써 무시해왔던 피로감들이 궐기하듯 엄습해 왔다.

그동안 참 기세좋게도 달려왔지.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처럼

수퍼 울트라 캡숑...하며 숨도 제대로 고르지도 못하고 달리기만 했었지...하는 생각이 들고

오래 달리기를 막 끝낸 사람처럼 털썩 주저앉아 일어나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 봄감기는 내 곁에서 속을 후비기 시작했다.

아리하게 명치끝을 도려내는듯한 삶의 아픔이 몰려왔다.

사춘기 소녀때부터 이유도 모르면서 막연히 삶이 슬프다고 생각했던 그런 이유들이

사추기 아줌마가 되어서도 시시때때 나를 아득하게하는 것을 스스로 지병이라 여겼는데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지극히 현실적이어야만 할 시점에...이런 방황이 가당키나 한가.

 

 

 

 

사원주택이라 2월까지 예정되었던 집을 비우고 이사를 하고나서

내 감정과 상황을 정리하리라고 새출발을 다짐했는데 예정되었던 이사가 또 지연 되었다.

그동안 집이 좁기는해도 사택이라서 이사 걱정없이 살았는데

명퇴를 하는 바람에 나가야만 하여서 이사걱정을 하는차

새로 옮긴 직장이 마침 전 직장 사택을 사원기숙사로 10가구 임대를 하기에

우리도 신청을 하였더니 허락을 하여서 이사날짜만 세고 있었다.

아이들이 셋이라서 통학거리와 안전을 최우선 고려하여야 하기에

이사반경을 넓힐수도 없었기에 결국 제자리에서 맴도는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는데

2월말에 예정 되었던 이사가 꼬여 버렸다. 

사원 기숙사로 임대한 가구들을 수리를 하는 동안 우리가 입주하려던 호수가 불이 나고 말았다.

내부 수리중 누군가의 실수였는지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서 소방차가 달려오고

가슴을 쓸어 내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사를 하고나서...새 출발을 하리라 다짐하고 있는 차에...이 무슨 날벼락인가?

마음이 다잡아지지가 않아서 이사를 하고나서...모든것을 일신하리라하고 있었는데

수리중에 불이 나버려서 또 이사 날짜를 늦추고 이사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런데 불이나서 내부전체가 다 타는바람에 재 수리가 늦어져서 차일피일 수리가 끝나서

이사를 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3월말경이나 되어서야 수리가 거의 끝나가기에

회사에다가 입주를 하겠다고하니 그제서야 회사가 난색을 표하였다.

그사이 다른 집에 사람들이 거의 입주해 버려서 기숙사가 부족하게 되어서

우리는 입주를 말라는 거였다.회사의 사정을 이해는 하겠는데 이제와서...

 

 

 

 

털썩 주저 앉았다.이사를 하고나서 나도 심기일전 하겠다는 마음이었기에

일이 이렇게되자...진퇴양난...이사 시기 다 지나가고...이제와서 나더러 어쩌라고...

세 아이 생각하니 멀리 갈수도 없고 이리 가자니 이 아이가 걸리고,저리 가자니 저 아이가 걸리고

그래서 이 곳이 최선이다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는데...

며칠동안...답답하고 괜시리 분통이 터져서 남편에게 화만 내었다.

실정 모르는 남편은 돈만 있으면 이사가 뭐 걱정이냐는데

며칠동안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 다녀보니 돈이 있어도 집이 없는 상황이란것을

남편은 알지도 못하고 더더구나 회사는 우리 사정은 안중에도 없으니

애간장 타는 것은 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만사가 다 짜증이 나고 화가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제주도 풍습은 신구간이라고 구정 전후해서 이사시기가 있는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구간에 모든 사람들이 이사하는 풍속도인지라

신구간 다 지나고 이제와서 세 아이의 통학거리 시간등등에 맞는 집을 구하자니

하늘에 별따기라...주거가 불안정해지자...마음은 더더욱 안정이 되지않아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귤밭 일도 태산 같은데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고

마음이 어수선 하기만 했다. 전세를 찾다가 아예 포기하고 죽은세(이곳에선 일년치 세를

미리 내는데 죽어 없어지는 세라하여 사글세, 죽은세라한다) 도 찾으니 없고

그러다가 도저히 안되어서 아이 하나 전학 시키고 두 아이 통학 시키고 하는

차차선의 방법까지 생각해서 집을 구해도 또한 찾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이곳 집 사정을 잘 모르고 있다가 이런 상황에 부딪히니

이곳도 서울 못지않는 대란이 일어 났음을 알수 있었다.집이 부족하니 집값이 오르고...그런 악순환이...

요즘같이 흉흉한 시절에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인데 아무곳에나 , 아무 집이나 구할수도 없고...

일이 이렇게 되니...혼비백산...

잠시라도 몸 가는대로 , 맘 가는대로... 늘어져 있어 보려던 심산이었건만

그럼 그렇지...팔자에 없는 호사를 누리려든게 잘못이었나...(맘껏 쉴 팔자가 안되는지)

또 호랑이 꼬리에 불 붙인 마냥 혼비백산 달리게 되었으니...

 

 

 

 

교차로 오일장을 구멍이 뚫어지도록 �어보고 ,또 보고,부동산이란 부동산을 다 뒤져도

집이 없다! 이럴수가...정말 마뜩잖은 파는 집이 하나 있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이것은 아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그랬다. 도저히 안되면...귤밭도 집어 치우고, 남편만 남기고

 나 서울로 아이들 데리고 간다아~~~~~~     고 선언했다.

사실...남편이 무슨 죄라고....싶어서...불 붙은 꼬리 나만 타면 되지 싶어서 또 헤메고 다니다가

오일장신문에 옆 아파트 하나 전세 났다는 소리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막내 녹색어머니회 들었기에 교통당번 서고 오다가 오일장 신문을 보니

옆 아파트가 하나 나와 있기에 동 호수 가릴것도 없다,

무조건 주인에게 전화 걸어서 계약 하겠다고 했다.

보지도 않고 하냐며  주인이 일단 가 보시고 전화 하라기에 옆 아파트라 달려 갔더니

나보다 한발 앞서 달려 온 예비신혼부부가 있었다.일단 집을 함께 보러 갔는데

먼저 온 그분이 주인에게 전화를 하더니 지금 계약하러 간다고 내 앞에서 전화를 하였다.

집이 좋고 나쁘고도, 금액도 가릴것도 없이 무조건 나오면 해야만 하는 상황!

이래서 서울 집값이 폭등을 하는구나 싶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에...게다가 정부가 남발하는 개발공약 때문에

애꿎은 서민들만 혼비백산 발을 동동 구르는구나...싶었다.

그래서 이곳 집값도 이년전에 비하면30-40% 올랐다고 한다.

살기는 팍팍하기만 한데...어쩌자고 집값은 이리도 요동을 치는가?

경제 살리라고 밀어준 여당이 지난번에 장관후보라고 추천한 복부인 장관후보들이

집을 수십채나 가지고 있고(비록 낙마했지만) 부자 내각인 이번 정부가

서민들의 이런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산전수전 다 겪으시고 자수성가하신 이 명박 대통령께  아직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혹시나...이런 서민 사정 다 무시한 정책이 나올까...우려 되기만 한다.

서울 사는 큰 언니가 전한 말...옆에 아는 아줌마 부대들이 지금 집값 폭등하는 틈을 타서

무작위로 집을 사들여서 양도세 50% 물고도 남는 장사라고  메뚜기떼 몰려 다니듯이

몰려 다니면서 짭잘한 시세차익 남기느라 전업을 팽개치고 몰려 다니고 있다한다.

집이 다급한 서민들이 부르는데로 다 주고도 울며 겨자 먹기로 세를 얻든가 집을 사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줄은 나도 이번에 겪어 보고야 실감하였다.

항상 정부보다도 투기꾼들이 한발 앞서서 움직이기에 치고 빠지는 복부인들이

땀 흘려 일하지 않은 불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을  원천봉세하는 법을 만들수는 없을까?

의.식.주가 안정이 되어야 생산적인 열정이 나오는 법인데 주거가 불안정 해지자

마음을 잡을수 없는 체험을 하면서...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이 상황을

넋두리하듯 이곳에 와서 토로하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에 블로그를 소홀리 했다고

면죄부를 청하는 심정에서이기도 해서다.(누가 뭐라하진 않았지만 불성실이  미안하여)

 

천만다행...다음주에 계약을 하자는 구두약속이 있어서 마음을 쓸어 내리고...

혼비백산한 마음 추스리고  하소연 겸 이 글 쓴다.

구두약속이라서...조금 불안 하기는 하지만...설마...길거리에 나 앉을라고...휴....

또 명이 일년 단축 되었다고...넋두리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08.4.10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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