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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장마방학

by 농부김영란 2008. 6. 21.

 

 

 

매일이 새로운 날이건만 꼭 어떤 계기를 정해놓고

작심을 하게되는 나약함을 여태 떨구지 못하여

지천명을 눈 앞에 둔 나이에도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은 여전하다.

주변이 어수선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한 것을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고

때를 정하여 언제부터...이런식으로 미루다가보니

내 생활이 혼돈속에서 정리가 되지를 않았다.

엉망진창, 개판오분전,폭탄투하장소,아수라장...

모든게 두서가 없어진 것을 귤 농사 짓다가 그로기가 된 탓이라고만 돌리기엔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기만 하였다.

이건 아니지.이건 아니고말고.

일일신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일일신하겠다는 시점을 이사하고나서로 잡는...또 그런식의 다짐을 했다.

 

 

몽유병자처럼 지내다가 이사를 하고나자

다짐의 효과가 있었는지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귤 수확과 판매에 올인(^^)한 두어달과 기진하여 못 일어난 두어달까지

너댓달을 넋빠진 사람처럼 보내고나서 이사를 계기로

차츰 안정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기력을 쉬이 회복하지 못한  이유를 갱년기 탓인가하며...

몸과 맘이 좀 살만해지자...장마오기전에 해야만 할 일들이 태산 같았다.

초보농부 4년차...이젠 일의 꼼수를 대충 파악한지라

마음의 여유는 한결 찾은것 같다.최선과 차선도 저울질 해보고...

선과 후를 대충 알고 있으니 어쨌튼 장마오기전에 소독과 예초까지

얼추 끝내고 나니 갑자기 장마시작을 예고한다.

장마기간...이야말로...핑계김에 쉬어가는 방학이라고나할까.

일이야 찾으면 끝도 한도 없는지라 비 핑계로

잠간의 망중한을 즐겨 보리라.회심의 작심을 해본다.^^

 

 

 

내 주변정리를 명쾌히 하지는 못해도 어쩔수없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 들여야만하는 환경이 되었다.

초보운전 3년차...요즘 나와 나의 애마 11살 아반테는

눈부신(^^) 활약을 아니할수가 없게 되었다.

남편 회사가 셔틀버스가 없어 부득이 자가용 출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내 차를 주거나 아니면 차 한대를 더사야만 하는 상황인데

수입은 줄고 지출은 왕창 늘어난 상황에서 또 차 한대까지

더 장만해야만 한다면 빨간불 켜진 가계부가 불이날것 같아서

한동안 남편에게 차를 양보하고 오토바이를 한대살까, 자전거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귤밭을 매일 가야만 하는데)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발이 묶인 내가 답답하여 기사노릇을 하기로 자청했다.

(그 편이 아무래도 지출이 덜할것 같아서)

아침에 큰 아이 학교 데려다 주고 돌아와서 다시 남편 출근 시켜주고

그리고 밭으로 향했다가 막둥이 올 시간에 돌아와서  저녁에 남편 퇴근 시키고

큰 아이 또 하교 시키는, 운전을 원없이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요즘 장마에 안개까지...기상이 나쁜 상황에 운전을 하려니 초긴장을 하게된다.

이 핑계로 한번쯤 폼 나는 차 한대 새로 빼도 누가 뭐라할까마는

늘 중고품에 익숙했던 생활이라 이젠 외려 새 차가 부담스러워지니

어쩔수없이 중고인생으로 살아야할 운명인가부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엄청 늘어난 상황...이

우리세대의 공통점일듯 싶다.

그래서 현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미래가 불확실하여

마음의 여유를 시나브로 잃어가는게 아닌가싶어

마음 비우기와 중심잡기에 만전을 기하여야겠다고 다짐을 하곤한다.

태풍이 휘몰아치던 사춘기의 절정인 둘째와의 관계에서도

내 시각을 반성하고 마음 비우니 평화가 찾아왔다.

인내와 온유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며 아이를 포용하려고 노력하니

막무가내 주장이긴해도 원인제공을 내가 한거라고 인정하자

아이의 태풍을 조금씩 잠재울 수가 있었다.

내가 바라는 것과 아이가 바라는 것이 다를 때...

결국엔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부모가 정해야만 하는 것도 터득하며...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고 가려고해도

아이가 따라와주지 않으면 점점 더...거리감만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도 사추기란다...이런 주장도 한낱 투정이었던 것을...

사춘기 아이가 어찌 엄마의 사추기를 이해하리요.

 

 

 

큰 아이와도 진로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한 끝에 아이가 미술을 하고 싶다하여

한참을 고민하다가 뒷감당부터 두려워서 도전하지 말라하는 것도 부모 도리가 아닌것같아

네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면...하고 아이의 바램대로 결론을 짓고

아이를 이달부터 미술학원에 등록시켰다.

내가 좀 더 힘을 내야겠구나...하고 다짐하고서...

에너지 분출할데가 없어서 언니 동생 가족들을 타도대상으로 삼은 둘째도

출구를 열어주려고 함께 미술학원 등록을 했다.

골프회사로 취직한 남편이 골프 골자도 몰라서야 되겠나싶어

남편도 골프연습장회원권 끊어주고...

하지만 절대로 즐기지는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이렇게 주변정리를 하고나니

알거지 내 모습만 달랑 남아있는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 많이 내핍에 동참해 준 가족들이니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난 괜찮아!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덧 장마...

잠깐의 짬이 내 앞에 있기에 두서없는 글로 건재를 알린다.

 

2008.6.21.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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