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8일,
4월초 갑작스런 남편의 제주도 발령으로 부랴부랴 짐을 꾸려서 이곳 제주도로 왔었다.
이미 본사에서는 남편보다 나이 어린 후배들이 승진해 올라 오면서(30대후반)
40대 중반(소위 사오정)의 나이가 된 남편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기에
긴 고민없이 짐을 꾸리고 훌쩍 떠나올 수가 있었다.정년퇴직이 사라진 세대에 딱 걸린 우리 나이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격랑속에 표류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 운명인 시절인지라
주어진 현실을 빨리 받아 들이고 새출발을 준비해야만 하는 우리 세대!
그 사이 드디어(?) 명퇴를 당했고(자의적인 것이 아니었으므로), 다행이 새 직장을 찾을수가 있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난파하지 않으려고 나는 잔다르크처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ㅎㅎ...
드디어 농부로 거듭나기까지한 어언 4년의 시간!
결코 짧지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남편도 풍랑을 만났고 나도 회오리를 경험하면서...그 누구보다도 이 시대의 변화의 물결을
몸소 겪어 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던것 같다.
봉천동 아지매 시절부터 날 지켜 봐 왔던 지인들은 내가 누구보다도 더 치열한 시간들을
보냈음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청년시절부터 20년을 넘게 다닌 직장을
마음 가볍게 떠날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기다가 중간중간 정산 받았던 퇴직금
(내 집 마련에 들어갔지만)때문에 남은 퇴직금도 얼마 안되고,
아직 아이는 고등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 세아이의 가장이 해야만 하는 고민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나는 미리부터 미래가 불안하여 노심초사하다가 명퇴도 하고 새직장도 얻고 나니....
그 팽팽한 긴장이 풀린 탓일까, 몸과 마음이 기진한 탓일까.....
올 봄은 유난히 탈진한 기분으로 보내게 되었다.응석을 부릴 나이도 아니고
든든한 어깨를 빌려 주어야만 할 나이에 이렇게 휘청거리면... 누가 나를 위로해줄까마는...
맥을 놓고...나도 내 맘 가는대로 몸이 신호를 보내는대로, 가 보겠다고
강짜를 부리며 몇개월을 보냈다. 맥을 놓으니 몸도 안 쑤시는데가 없고,
마음은 해면처럼 늘어져서 중심을 잃고 흐느적 거렸다.
내 힘이 생길때까지 기다려 줘....이렇게 선언하고는...
오십고개...그 태산준령을 넘기전...재 충전을 해 놓아�...그 고개를 넘어가련만...
나이타령을 할만큼 그리 늙은(^^) 나이도 아니건만 유난히 나이가 의식되는 것은
늦게 결혼하여 늦게 낳은 세 아이가 자꾸만 어깨를 짓누르게 해서인것 같다.
미운짓 할때마다 도로 뱃속으로 집어 넣을수도 없고...ㅎㅎ...가지 많은 나무 타령을 하는 것도
요 몇년 내 환경이 너무 많은 변화를 감당해 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 이야기는 비단 내 이야기뿐 아니고 이 시대, 우리 나이가 겪어야 할 애환임을 알기에
내가 이렇게 부대끼고 흔들린다면 대부분의 서민들의 삶이 그러하다고 난 생각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어거지로 휴식을 취하고 나니...조금씩 의식이 돌아온다.
사실 이제부터 본 게임인데...이렇게 지쳐 있어서야 어찌 태산준령을 넘는단 말인가?
모든것을 일신해야만 해! 다시 시작해야만 해.
지나간 것은 모두 잊어 버리고, 그리고 내게 덕지덕지 달라 붙어 있는
타성도 깨끗이 털어내고, 잘못된 생활습관도 떨쳐내고
의식구조도 완전히 일신해야만함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는 본 게임에 백전백패이다!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솔개의 삶처럼 내 삶도 일신해야만 새로운 에너지로
새 삶을 받아 들일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새출발의 시점을 이사날짜로 잡았는데 2월말 이사 예정이던것이
우여곡절끝에 5월8일로 이사를 하게 되어서 그 사이의 기간이 몹시 어수선한 상태로 보냈다.
이번 이사는 내게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내 삶의 큰 획을 긋는 분수령으로 삼았기에
그 사이 내 맘을 가다듬느라 블로그도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다.
새로운 눈으로 삶을 바라보기.
이제껏 살아 오면서 터득한 지혜는 내 그릇에 맞게 추구하자는 것.
넘치게 추구하면 그만큼 부대낀다는 것.
비움의 의미를 늘 되새김질 하면서 몸집을 가볍게 늘 유지하자는 것.
삶에 순응하기.
그래도 치열하게 살아야만 할 10년 세월이 내 앞에 있기에(아이들 교육기간)
때로는 또 부대낌을 반복하겠지만
행복의 의미를 늘 되새겨 가면서 걸어 가려한다.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급하게 집을 구하느라 내 마음에 흡족한 집은 아니지만 이사를 하고보니
좁게 느껴졌던 집이 이만하면 족하다로 바뀌어서
몸도 마음도 다시 평온을 되찾고
햇살이 보이고, 들꽃들의 미소가 보이고, 공기속에 가득한 꽃향기도 느껴지고,
200만원짜리 나의 애마도 무지무지 사랑스럽고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픽업할수있게 운전을 배운 것도 뿌듯하고
남편 기사노릇하는 것도 기분이 좋다.
농담삼아(^^) 남편에게 새 차 하나 근사하게 뽑아 드릴깝쇼?하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남편도 오랫만에(^^) 고맙다.
담배를 절대 끊지 않는게 밉기는 하지만...
그동안 남보다 더 많이 가져서 행복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는데
나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이 잠시 외출하여 나를 혼동속에 가두었던 것도
이렇게 가끔씩 마음감기를 앓아야만 다시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짐을 깨닫게 하려는
신의 배려인지....내가 다시 나답게 살아 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그랬잖아. 그 어떤 상황에서도...씩씩하게 달려 왔잖아.
명예, 권력, 체면,남의 시선,군중심리, 보편적인 것...이런것들보다도
나의 색깔, 내 주관, 내 감성,내 가치관을 더 의미를 두면서
자본금 2000만원에서 출발하여 17년동안 잘 달려 왔잖아.
소수 몇% 특권층은 꿈도 꾸지 않지만 보통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법 어기지 않고 정석대로 살아온 대한민국 대표(^^) 국민!
내가 우울하면 대한민국 백성 80%가 우울하다고 생각 했었잖아.
그 기백, 그 얼토당토 않는 내 기백이 지금까지 달리게 했었잖아.
빽이 있어서 큰소리를 칠수 있었던게 아니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 왔었기에
그 언제나 당당할 수 있었던 거였잖아.
더 이상 어떻게 열심히 살아? 그렇게 반문할 정도로...
이사를 하고...
모든 것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을 한다.
지나간 것은 다 떨쳐 버리고...
다시 나답게...^^
다시 수다 9단 아줌마로 돌아 왔습니다.^^
2008.5.17.英蘭
이미 만개한 귤꽃도 있고, 지는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다음주가 되어야 만개할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는 회원님 나무 이름표를 매달려 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