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수확 카운트다운을 세던 2007년 1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두달동안...
오직 귤...귤 생각밖에 하지 않고, 귤 이야기만 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 크지도 않은 저의 귤밭이지만...그 누구보다...화사한 귤축제를 벌인 시간이었읍니다.
매출액으로 비교해서가 아니고...이 작은 블로그에만 올려두고 따로 홍보도 아니하고
지인들만 믿고 간 시간이었는데...부족함이 많았던 제 귤을,
오직 절 믿고,맛에도 모양에도...아랑곳없이 보내 주셨던 그 성원에...힘든 줄도 모르고 예까지 왔습니다.
부족함 많았던 것은 제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최선, 최고가 아니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미라
내 입에 최고가 되지 못하는 맛에...가슴을 내내 쓸어 내려야 했습니다.
내 입에 내 눈에 흡족하면 시중의 최상의 상품이 되어야 하는데
초보농부가 과욕을 부리는 것도 알면서도...못내 아쉬워하는 맘에
포장을 하며 나가면서도...그래도 정직하게...무농약농산물임에 다소 부족함을
널리 이해해 주셨으면 하고 미안해하면서...걸어 오게 되었습니다.
2006년은 일조량이 좋아서 첫번째 판매임에도 맛과 모양이 좋아서 팔면서도 뿌듯했는데
2007년은 좀 더 잘 하려고 봄, 여름...우직하게 가다가...지리한 장마에, 태풍에...
억장이 무너지는 농심도 겪어야 했는데, 어쩐 일인지 다른 사람들은 유례없는 풍작이라하니
이렇게 농사가 어려운지...점점 더 느끼고 있습니다. 워낙 시중 귤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한상자씩 포장하며 내 보내게 되었습니다.
귤 농부에 도전할때도, 맹목적으로 무식하게(?), 걸어 왔지만
판매도...그냥 내 식으로 일관되게 걸어 왔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친환경이라 하여 큰 차이가 나게 받을 생각이 아니었고
값이 오르든 내리든...내가 정한 값에 소신껏 가려고 맘 먹었고
그에...믿음으로 호응해 주신 분들께는 제 나름의 감사 선물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제가 받은 사랑과 배려를 어떻게 나도 표현할수가 있을지...
늘 고심하면서...농사를 짓게 될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제 귤 밭이 저만의 귤밭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십시일반 모두의 마음이 모아져서...제가 농사 지을 힘을 주셨기에
그 보답을 생각하면서...힘든 순간도...이겨 나갈것입니다.
지나간 3년 동안도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가 없었으면 벌써 쓰러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도...이미...농부의 고단한 애환을 여실히 겪은 저니까요.
고마운 분들을 일일이 꼽으라면 헤아릴수가 없습니다.
아낌없이, 계산없이, 물심양면 내 일처럼 도와주신 언니들, 친구들, 그리고 블로그 친구들...
전업주부로, 샐러리맨의 아내로 박봉을 쪼개어 세아이 키우면서 집안에서만 살던 제가
그리 발이 넓지도 않고, 사실 사교성도 별로인 절, 이쁘게 봐주셔서
얼마나 큰 용기를 실어 주셨는지...제가...이제 농부 4년차에 당당히 들어서게 됩니다.
농사도 힘들었는데 사실 판매는 더더욱 막연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판매까지 하고보니 배우고 깨닫는것이 많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사람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믿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올 가을에는 언니들, 친구들에게...모두 수확해 가시라고 떼를 써 볼 참입니다.ㅎㅎ...
저는 열심히 농사를 지어 놓을테니 직접 오셔서...수확해 가시라고...떼를 쓸 참입니다.
그래서...고마운 분들께 나무를 다 이름을 정해 볼 생각입니다.
꽃 피는 오월이 되면...수확을 많이 할 나무가 가늠되므로 그때에...나무에 이름을 붙일 것입니다.
저는 제가 지은 농산물로 소박한 상만 차리고 일일농부의 체험을 하시라고 권할 생각입니다.
일년내내...수확의 기쁨을 생각하며 제가 농사를 지어 놓을테니
그 수확의 기쁨을 함께 누리자고 떼를 쓸 생각입니다.^^
지난해도 제게 힘을 실어 주시려고 향기언니 일행 9명이 일일 농부가 되어 주셨고
판매도 많이 해 주셨지요.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미처 쉼터를 마련 못했는데 올해는 차라도 마실 공간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그렇게...함께 갈 것입니다.
올해는 귤 이외에 수확해 가실것도...준비해 보겠습니다.
언니들, 친구들, 사양하지 않으실것이지요? ^^
지난해도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일주일내내 털어 놓아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상품 귤 택배 마감하고...
구정명절에 나누어 먹을 일부만 남겨두고 종료 하려고 합니다.
농사가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지만
그래도...올해는 더욱...진일보한 농부가 되어 보겠다고 각오해 본답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사랑...그 충만한 마음으로...한동안 또 굳세어라 금순아...가 되어
우직한 농부가 될것입니다.그러다가...기운이 떨어질때는...또 응석을 부리면
기운을 채워 주실것이지요? ^^
여러분.....너무 너무...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
2008.1.19.英蘭
아이들이 신나게(TT) 방학중에 컴퓨터를 하더니
과부하 걸린 컴퓨터가 새창이 뜨기만 하면 먹통이 되어서
다른 님들 방에를 가지를 못하네요.
귤만 생각 하다가...정신이 조금 들어...세아이들 이제 돌아보니
에궁....가슴이 아주 먹먹해지네요.
부모노릇하기...벅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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