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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퀴즈! 대한민국> 도전기

by 농부김영란 2007. 11. 11.

나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가끔 나를 당혹하고 황당해 하기도 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서서 기인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돌출 행동과 과격한(?) 도전,극한 인내심을 보이다가도,

자유분방함이 종잡을수가 없어서 어디까지 가늠해야 할지를 몰라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갇힌 느낌을 싫어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보헤미안적인 요소가 다분한 끼를 내재하고 있음을,

펑퍼짐한 외양으로 봐서는 잘 가늠이 안되었던터라

나의 그런 행동을 만나면 어떻게 해석해야하나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하는것 같다.

그런데 나를 오래 아는 사람들은 나의 종 잡을수 없는 행동과, 나의 선천적인 방랑성과

어디로 튈지 몰라도...이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서 다소곳이 일상을 지켜나감을 익히 알고 있다.

다만 사는 몸짓이  좀 요란한,바람을 가득 안고 사는 사람임을 알지만...

그래도 본심은 늘 지키려고 하는 사람임을 믿어주어 오랫동안의 우정이 이어지고 있는것 같다.

돈키호테,홍길동,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좌충우돌,쟌다르크,...헷세,고호,사라사테,...

 

스스로도 지병이라 여기면서도 내 안에 내재된 그런 끼가 어쩌면 예술 분야에

투신 했더라면 ...한곳에 몰입하는 그 기질이 어떤 색깔 하나는 만들어내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도 가져 보지만...그 어느것도 제대로 못해낸 것은 결국...내 그릇이 엉성하고

제대로 미쳐보지도 못하고 늘 주변만 맴도는 얕은 바람이기에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된것같다.

한때 학구적인 시절이 있었다. 여학교 시절 교내 독서퀴즈 대회에서 우승을 한 전력이 있는지라

아직도 내 유년의 친구는 나만 보면 퀴즈 프로에 나가 보라고 말하곤하여

나의 내부에서 잠자던 작은 의식들을 살짝 건드리곤 하여 언젠가부터 일요일에 하는

<퀴즈! 대한 민국>을 눈여겨 보게 되었었다.가끔은 내가 아는 문제들이 많이 나와서

나도 한번 언젠가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지만 막상 공부를 하려고 보니

집중도 안되고, 늘 현실적인 자잘한 문제들에 얽매여 차일피일 생각만 하고 있었지

구체적인 도전을 할 준비는 전혀하고 있지 않았는데

한달전쯤 남편이 새직장을 구하게 되어 여러가지로 어려워하는터라

나도 남편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시장조사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퀴즈대한민국) 예심이

제주도에 지방순회 온다고하여 구경을 가자고 하였다.

지나가는 말로 아이들에게 그러자고 했지만 막상 그날따라 시장조사를 갔다오니 오후 세시...

제주시까지 내 운전 실력으로 갈 생각도 까마득한데다가 지금은 오직 남편을 도와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한터라 (퀴즈)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난리였다.

"왜 엄마는 약속을 안지키느냐는 거였다.남의 속도 모르고...아이들이 난리를 하니

그래, 너희들이 어찌 현실을 알 나이겠느냐? 하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용기를 내어 제주시로 달려갔다.예심 녹화는 다섯시라하는데 지리도 잘 모르는 것을

지도를 들고 이리저리 해매다가 간신히 예심 직전에 도착하여 얼결에 시험을 보게 되었다.

막내와 둘째를 데리고 갔는데 둘째와 내가 시험을 보았는데 객관식 5문제정도였나

그리고 15문제정도는 주관식이었던 것 같은데...아는 것도 있었지만

아주 모르는 것도 몇개나 있었다.30년전의 그 실력을 믿고서...깝죽대는 내가 그래도 가상한지

이게 웬일이야...아마도 커트라인에 딱 걸려서 통과가 되었나부다.

예심도 몇수째이신 분이 계시다니 그나마 예심 통과한 것도 아이들 앞에서

체면은 살린것 같아서 히히낙낙하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엄마 아직도 이렇게 건재하시다는 말씀.."그러면서...

예심 시험을 보고 통과한 사람들은 면접과정을 거쳤는데

그 중에서 일주일 후에 연락이 갈거라셨는데 설마 나한테 연락이 오리 싶었다.

왜냐하면 내가 성적이 우수한것도 아닐터고 미모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몸짱도 아니고...등등...

혹시 농사짓는 사람이 출연하면 액스트라로 구색이 맞을까? 그런 생각은 들긴 했다.

엑스트라를 위하여...

 

그런데 일주일 후...정말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어머나...난 아무 준비도 안되었는데..."

그래서 아무래도 이번 기회는 아니 되겠다고 말했다. 다음에 기회를 주시라고,

준비할 기간을 주라고 말했는데 다음 기회는 없다는 거다.그러면서 출연만 해도

백화점 상품권 30만원은 주니 경험 삼아 나가라고 감언이설 꼬시는데

내 안의 얄팍한 물욕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백화점 상품권?"

언젠가보니 한우갈비세트도 있던것 같은데...하면서

공짜라면 10리를 달려가는 저력을 가진 아지매근성이

나를 마구 흔들어대고 있었다.꼴찌로 탈락하면 그 망신은 어찌하고...

갈팡질팡 잠시 흔들리다가...에라잇!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백화점 상품권에

가문의 망신도 잊어 버리고 허락하고 말았다.그날부터...가문의 망신이냐 부활이냐의 기로에 서서

두문불출...혹시나 있을 망신에 대비하여 출연사실을 극비로하고 정말 오랫만에

공부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퀴즈 공부라는게 도대체 너무나 광범위하여 어디서부터

준비를 하여야 할지 몰라서 그냥 인터넷으로 과거 방송한 것만 다시보기해서 보고

신문 대충보고하니 일주일이 금새 흘러가 버렸다.그런데 출연 날이 다가오자

백화점 상품권에 눈이 멀어 허락하고만 내가 너무 한심해서 이제라도 다른 핑계를 대어서

출연 취소할까하는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제와서 그것도 도리가 아니겠고...

마침 남편이 출장중이라 어느날 갑자기 내가 tv에 나와서 혹여라도 내가 운이 좋아

3라운드까지만 가도 비난 보다는 내 용기에 긍정적인 평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녹화는 11시 반이라는데 나는 집에서 6시 반에 나서야만 했다.책 하고는 담 쌓은지가 언젠데

...참...나도...여러가지 하는구나...스스로 혀를 차면서...그래도 일주일 동안 공부를 하면서

아주 오랫만에 내 자리로 돌아 온 느낌을 조금 받았다.

그동안 내 머리를 너무 비워 두었었구나 쓸데없는 잡동사니로 가득찬 내 머릿속을

이제부터는 아이들과 공부하는 엄마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원래 태생도 촌놈인데다가 한고집하는 성격이 흙이 좋아하며 점점 더 촌아지매 스타일로

일관하며 사니 이젠 영락없는 촌 아지매가 오랫만에 방송국 구경을 하니...얼얼하다.

더구나 벼락치기 공부한 아이들처럼 아무거나 되는대로 쑤셔넣은 머리속이

녹화를 시작하자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았다.

제발 꼴찌 탈락만 면했으면...했다.보아하니 나처럼 이렇게 황당하게 준비없이

달려 온 사람은 없는 듯 했다. 느낌으로 영락없이 내가 꼴찌 탈락일거라 예감하고

그래도 정신 바짝 차려야지...그러면서 어색한 녹화방송에 적응하려고 하였는데

야무져 보이던 젊은 새댁이(처음에 이분이 파이널가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차차...일번으로 탈락하고 말았다.순식간이었다.그 순간 내 안에서 "휴~~~"

그 다음에는 동점자로 탈락 여부를 가리는데 버튼을 빨리 누르는

사람을 뽑는다 해서 바짝 긴장을 했다.네명중에 한사람이 먼저 올라가고

두번째 나도 순간적으로 버튼을 눌렀는데 사실 머릿속은 얼얼하여 내가 제대로 생각했는지조차

가늠이 안되었다.그런데 정답입니다~하며 내가 통과 되었다한다."휴~~~"

내 옆의 할아버지가 동점자  퀴즈에서 탈락하고 말았는데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인것 같았다.

사실 한 순간에 아주 작은 차이로 결정되기때문에 어쩌면 많은 준비를 하고도 이 순간에

잠깐의 실수로 그냥 미끄러지는 우를 범하기 쉬운 코스인것 같았다.

 그 다음부터 다시 차례로 돌아 가는데 내 차례가 다가와서 묻는 문제가 내가 아는 문제인데

도대체가 갑자기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다.정답이 에이즈인데 이 문제를 아는데

그 순간 왜 입에서 그 말이 떠오르지를 않는 것이다.이 병으로 록 허드슨도 죽었는데...

그 생각까지 나면서도 갑자기 머리가 정지하여 입밖에 그 말이 튀어 나오지를 않고

문제를 놓치고나자 그때부터 갈팡질팡...집중력이 흔들린 것 같다.

내 문제는 놓쳤어도 다른 사람 문제는 세문제를 버튼을 눌렀어도 늦게 눌렀는지

기회를 잃어 버리고,다른 것은 또 알쏭 달쏭하여 놓쳤다해도...어머나...웬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말한다는게 파라과이라니....흑흑흑...

결국은 실력이 분명하지만 방송에서 이렇게 헛소리가 나오기도 하더라는...경험을 했다.

안타까운 에이즈하며 아르헨티나를 놓치고서...가슴을 치고 내려왔는데

내 옆에서 천안에서 왔다는 헤어 디자이너이신 분께서 나와서 물어보니

대학노트로 수십권은 빼곡히 정리가 된 것을 보고(2년 가까이 준비했단다)

내 탈락을 아쉬워 했지만 역시나 준비된 사람만이 성공할수 있다는 것을 절실이 느꼈다.

2라운드 탈락자는 미리 집에 갈수 있어서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 몰랐는데

오늘 드디어 이 촌 아지매가 나오는 것을 보며 파이널에서 그 헤어디자이너가 영웅까지 된것을 보고...

역시 준비된 도전자가 성공을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운이 좋아 그리 어렵지도 않은 문제들이었기에 3라운드까지는 갈수 있었겠다 싶었지만

겨우 일주일 벼락치기 공부처럼 갑자기 빈 머리를 굴린 나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다.

도전이 중요한게 아니고, 준비된 도전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얼결에 재미삼아, 추억삼아,도전하였던 나의 방송 출연기가 스스로 몹시 부끄러워

주위에 쉬쉬했지만 즐겨 보시는 분들이 그새 나를 알아 보시고

 전화까지 주셔서...부끄럽고 망신스러웠지만...그래도 내겐 아주 오랫만에 신선한 도전이기도 하였다.

오랫동안 공부를 잊고 살았고, 머릿속은 나를 체계적으로 단련하고 도전하는 일은

늘 차일피일 미루고,미리부터 잡다한 걱정을 앞세우며 발 구르며 살아가고 있는 나를

냉정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이제부터...그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나도 진정 준비된 도전을 위하여 노력해야만 되겠다고 반성도 하면서...

그래도 도전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도전해서 직접 느껴보고, 깨달았던 것이

훨씬 유익한 과정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패자 부할전이 있기는 하다는데...준비 한번 나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기냥 분수를 알고 농삿일이나 전념하셔~~하는 조소를 스스로에게 보내면서...

사추기 운운하며 휘청대던 내 안의 바람을 한꺼번에 날리게 했던...나의 <퀴즈!대한민국 도전기>.

마음같아서는 이 치욕을 씻을 와신상담을 한번 해봐봐~~~하는 오기도 스물거리고

다른 한편 패자부활전은 정말 치열하다는데...한번의 망신이면 됐지 뭘 두번씩이나 하려고 그러셔...

하는 망설임이 설왕설래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일을 기회로 내가 공부하는 엄마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수십년 전의 알량하게 쌓은 지식을 가지고

한평생 울거먹는 태만함을 떨치고 제대로 일일신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또 하였다.

 

에궁...혹시나...저를 알아 보신 분...부디...너그럽게 보아 주시옵소서~~~^^

농사나 열심히 짓지...전국적인 망신을 자처하여 2라운드에서 보기좋게 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도전 안했던 것보다 도전 했던 것이 제 인생에 도움이 된것만은 확실합니다.

절 보신 분...뒤늦게 부끄럽게 인사 드리고 고백합니다.

일단은...올해 귤 농사 마무리 잘 짓고 6개월 후...다시 한번...ㅎㅎ....

 

 

2007.11.11.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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