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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밀린 여름일기

by 농부김영란 2007. 9. 15.

9월도 한참이나 지났건만...지난 8월 이야기를 왜?

그다지  영양가 있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왜 기록으로 남겨 두려는지...싶지만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으면 웬지...숙제를 못한 느낌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이웃 나들이는 못하면서도 블로그에는 내 안부를 전해야만 될것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이제는 명실공히(^^) 자타가 공인하는, 어쩔수없이라도 공인(^^)이 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무슨 유명세를 타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내 멋대로(아무도 권유하지 않았음)만든

이 공간에서 내가 아줌마 수다 하나로 대기오염을 시키든 말든(정화되지 못한 언어와 감정으로)

내 스트레스 해소와 그리고 코드가 통하는 이웃 블로거들과의 친분과 그들의 진솔한 삶에 매료되어

이 자리를 지킨지가 어언 5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이다.

인터넷 가상 공간에서 5년의 세월 동안...수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기도 했지만

건강한 생각을 가진,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삶들을 간접 체험한다는 것이 내겐 늘 활력소가 되었기에

클릭 하나로 사라질 수도 있는 이 공간에서의 우정을 끈끈한 정으로 승화(^^) 시키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처럼, 한자리를 지켰다는 것도

하나의 의미 부여를 할 수가 있는것 같다.

 

 

 

참을수 없는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 뚝배기의 곰삭은 깊은 맛을  내 블로그 친구들과

나누게 된것도...이제는 소중한 인연들이라 여겨져서....

나의 기쁨, 슬픔, 고민,쓰잘데기 없는 수다까지도 마냥 토해내는 것이다.

중무장한 고상함으로 자신의 속내는 철저히 감춘 사람들보다도

하얀 속살이 다 비춰 보이는 연민이 느껴지는 진솔한 그런 사람들을 나는 좋아한다.

인생, 알고보면 다 거기서 거긴데...인간성이 모호한 베일을 쓰고서

사람 관계가 어찌 더이상 깊어질 수가 있겠는가?

이상하고 요상한 사람도 많지만, 은은하게 향기나고,따뜻한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내가 이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 두면...미안해지기까지 하고...

웬지 도리가 아닌 생각까지 들어서...한동안 배회를 하다가도 달려와 안부를 쏟아내게 된다.

날 궁금해 해주는 내 지인들께 늘 감사해서....

 

 

 

무중력 상태의 여름이었지만 아이들 개학 며칠 전....내 생일이 끼어 있었다.

에미는 그동안 쌓인 심술을 부려댔다.아이들 핑계를 대었지만

늘 내가 흔들리는 것을 꽁꽁 동여매려고 강한척, 바쁜척 했으나

나이를 들면서..점점 감정이 본능에 충실해 지려고만 하는 것 같다.

내 생일 나 먹자고 상차리지는 않겠다며...대접 받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부러 아침상을 안 차리고 tv만 보고 있으니 배 고픈 아이들이 슬금 슬금 부엌으로 가더니

희한한 미역국을 끓여 왔다.성의가 가상해서 속이 거북(맛이 요상했음,달착지근함)해도

두 그릇이나 먹어줬다.그리고...점심도 저녁도 난 안할테다고 선언하고 일단 바람 쐬러 나가자고 했다.

가 볼만한 곳은 거의 가 본지라 특별히 구미를 당기는데가 없어서 성산포쪽에

다시 한번 돌기로 하고 떠났다. 매번 길 떠날때마다 바리바리 챙기던 먹거리를 일체없이

홀가분하게 떠났다.난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싶다~~~~외치며....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싶어 길 떠나 먹게 된 식당 밥. 간판이 찬란(TV맛집...어쩌구...)하여

들어 갔더니...으~ㄱ....흐 흐ㄱ "얘들아~ 엄마는 정말 식당은 안하고 싶지만

이런 집을 보면 엄마가 웬지 칼을 빼들어야만 할것같은 사명감을 느낀단다~"

부디 관광지의 식당들이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한가지도 내 입에 맞지를 않았다.

돈 아까버~~~하며 체할뻔 했으나....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이 벌인 이벤트에

꽁하게 심술을 부리던 내 마음이 사르르르 다 녹아 버렸다.

긴 긴 여름...내 속을 �어 대더니...이쁜 것들....막내는 요리를 못한다고 홈플러스를 가서

초밥을 사왔길래 두쪽만 먹고 나머지는 입 다시고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주었다.

둘째는 나름 심혈을 기울였다며 녹차 초컬릿 케익을 만들었다 한다.

예슬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었는데 아빠의 도움을 받으며 만들었다는데

맛과 모양이 그럴듯 했다.으흠...슬슬...가사노동에서 탈피할 궁리를 해야겠다.

아이들이 용돈을 거의 다 썼다기에(재료 사느라)...금일봉은 이런때 하사하는기지.^^

(그런데 오직 먹는 것에만 일념인 우리 가족들...아무래도 내 탓인것만 같다.)

 

 

 

그리고 얼마전 개관한 현대 미술관에 아이들 바람도 쐴겸...달려 갔다.

지도 하나 달랑 들고 나섰다.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헤메다가 두시간만에 찾아 간 현대 미술관.

무턱대고 눌러댄 사진으로 느낌을 대신한다.

 

 

 

 

그동안 무채색 공간과 감정이 건조하고 서걱거린 느낌이라서 화사한 색깔을 입히고 싶어

지나버린 일상을 사진으로 남겨본다.사는게 별 다른것 없건만

남편 실직을 이유로 내세워 실은 내가 가을맞이에 심하게 속을 후벼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젊은 기운이 다 빠져 나갔는지 이제는 인위적으로 에너지를 과시하고 싶지는 않다.

흰머리가 가득해지는  자신을 거부하고 싶은 몸살이었는지 웬지 스산한 맘 떨칠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조용히...나이듦의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저녁노을처럼 다가오고 있는 내 삶의 오후에는...

부담을 주지 않고, 그리움을 자아내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잔잔한 사람들과 따뜻한 우정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

늘 보고싶은 사람들과 오래 오래....

 

2007.9.15.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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