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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이번엔 내 차례야!

by 농부김영란 2007. 11. 10.

제주도를 내려오던 전후를 해서 내 삶의 바람이 훈풍이 아니라 대륙풍...

서서히 태풍처럼 바람이 점점 거세어짐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내 삶의 무게가 점점 무겁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이를 많이 의식하게 되었다.외부적인 변화의 바람이 거세었고

언제나 내 안에서 넘치게 생성되던 에너지도 시나브로 소진되면서

새로운 에너지 생성이 잘 안됨을 느끼는 것...그것이 나이를 자꾸 의식하게 만들었다.

나이듦의 현상이 비단 그것뿐이랴. 세 아이 낳고부터 거의 고꾸라지다시피한 내 몸도

새롭게 강건해지는커녕 나이에서 오는 노화현상까지 겹쳐서 안팎으로 휘청거리는 현상.

벌써 내가 나이를 심하게 의식해야 할때인가 싶어 나를 돌아보면

무모하게 쏟아내버린 에너지들이 내가 일찍 지치게 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하고

 일상의 연장이 아니라 쉼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주변 상황에

내 뜀뛰기가 미처 따라가주지 못해서 오는 부대낌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보니 자꾸만 주위에 소홀하게 되었다.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귀찮아 질때가

점점 많아지면서,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내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자꾸만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나와 맺어진 인연들을 잘 관리하기는커녕 가끔씩 귀찮아지기도 했다.

온전히 내 보살핌과 내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내 아이들조차도 점점 소홀해지게 되는것이

나의 정신적인 건강과 육체적인 건강이,모두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는 탓에

휴식이 필요함에도 하루도 온전히 쉰적이 없었다는 자성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푹쉬고 싶다고 생각한들 푹 쉴수있는 환경이 그 어떤 어미에게 주어지던가.

 

요 몇년이 그렇게 흘러갔다.그러면서 아~~~이게 혹시 갱년기 증상이 아닌가하는

현상도 느껴지고,맺은 인연도 잘 관리하지 못한다는 자성에서

새로운 인연 맺기가 번거로워졌다.이런 상황에서 외부적으로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 요구하는

변화의 상황이 계속되니 나는 내 주변사람들에게 점점 소홀해져만 갔다.

언젠가 내 몸이 심하게 피폐 했을때, 나이로는 젊음의 한가운데였지만

4번의 배가름 수술후에 탈진직전의 상태였을때....

그때부터 나는 서서히 외부가 아니라 내 내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힘을 외부에서 얻는게 아니라 내 안에서 길어 올려야 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를 세울수 있는 사람은 그누구의 도움도 아닌 내 스스로 힘을 만들어서 일어서야 함을.

(가끔씩 소식없이 잠수하는 것도 때론 그런 이유이기도 하다)

 

내 제주도 생활은 스스로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늘 안고 시작했기에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건강치못했던 몸에서의 자성이

건강한 먹거리를 유난히 추구하게 되었고, 그래서 얼치기이지만(아직 프로가 못된)

친환경 농사를 시도한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것....그것도 나를 찾기위한

하나의 방편인 것 같다.크게 나누면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 될 내 앞으로의 삶에서

새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오는 진통이 내 안에서 쉼없이 계속되고 있어서

여전히 내 주변 지인들을 살뜰히 챙기지는 못하고...그 미안함에...

오래 기다려 주세요...하고 수없이 말해왔다.일찍 실망하지 말고

내가 내 길을 찾아서 휘청거리지 않고 곧게 갈때까지...섭섭해도 너무 일찍 실망 말고

기다려 주라고 나는 변명아닌 변명을 하면서 내가 아끼는 지인들께 양해를 구하면서

요 몇년을 지내온것 같다.내가  해 준것도 없는데 사심없이 내게 베풀어 주었던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소홀함이 몹시 미안함에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하고...

늘 미안함을 말해왔다.내 길을 온전히 찾고,내 삶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게 정해지면

내가 받은 사랑...조금씩 갚을께요....그렇게 말해왔다.

이 블로그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방문하여 안부인사라도 하는게 도리이건만

그 조차도...늘 받기만 하고...미안해요...하고 말해왔다.내 소홀함에 일부 마음을 떠난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그려려니 하는지 변함없이 나를 믿어주고

쉼없이 여전히 주시기만 하는 것을 ....나는...여전히...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마음으로 멧세지를 보내고 있다.

 

눈이 핑핑 돌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누가 한없이 기다려준다고 그렇게만 되뇌고 있을까...

하나 주고 두개 받기를 원하는 계산적인 세상에...먼저 베품없이 기다려 달라고만 말할까.

내가 내 안에서 나를 일으켜 세울 답을 찾는 동안에 내가 깨달은 것...

내가 많은 이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감사하고 감사했다.

내가 주기보다는 받기를 더 많이 했다는 것을.그럼에도 곧바로 일일이 다 갚지도

못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줄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내 살기가 버겁다고...그냥 떠밀려 오듯이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나에게 받기를 원하지도 않고 사심없이 베풀기만 해주었던 너그럽고 따뜻한 지인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이상한 나를, 그래도 인간성 하나만은

믿어 주었는지, 아니면 나를 연민하는지, 아니면 오래도록 지켜보아서 깊은 정이었는지

나를 믿어주고, 아껴주고, 말없이 기다려 주었음을 깨달았다.

인생 오십이면 지천명이라고...하늘의 이치를 깨닫는다고...내게도 서서히 그런 깨달음이 온다.

내가 받은 사랑...다 갚을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 차례야!" 하면서...내가 갚을 날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사랑의 표현이 그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지만...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내가 받은 그 이상을 드려야 하겠지만...변명을 하자면 아직은 내게로 온 어린 아이들 부양에

온 정신을 쏟아야 함을 이해해 주시라고...

부디...일찍...실망하여 돌아서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 드리고 싶었다.

내게 무엇을 바래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면, 천천히 두고보면...안까지 보일 것입니다.

그렇게 변명아닌 변명을 하면서...요 몇년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번엔 내 차례야"하면서...내가 드릴수 있는 사랑을 환하게 전하고픈 마음....

멀지않은 날에...그런 날을 만들어야한다고 느끼고 있다.

(내가 내길을 찾아 암중모색하고 있으니...멀지않아  안정되리라 생각 한다.

기도를 통해 늘 내안을 들여다 보아야함을 요즘은 절실히 깨닫는다.)

나이 들어 가면서...얕은 애정 표현이 아니라 곰삭은 깊은 된장같은 정을 점점 더 그리워하게 된다.

 

내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신 사랑하는 분들께...

오늘은 내 심중을 절절하게 고백하고 싶은 날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겨울이 저만치 오고 있다.

새해에는 "이젠 내 차례야"하면서...넘치게 받은 사랑을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2007.11.10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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