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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엎어진 김에 한동안....

by 농부김영란 2007. 10. 19.

특별한 그 무엇이 내 발길을 넘어 뜨린 것 같진 않은데

웬지 나는 외부적인 어떤 충격이 나를 넘어 뜨렸다고 우기며

그래서 내가 쿵~하고 충격을 받으며 뒤로 넘어졌다고 스스로 그렇게 쇄뇌하고 있었다.

살아가는 길에서 만난 소소한 걸림돌이었을텐데 마치 큰 해일에서 헤메다 구사일생 살아난 사람처럼

멍하니 제 정신으로 돌아 오지를 않았다.엎어진 김에...한숨 자자...이런 배짱이었을까?

아니 그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예전에 그런 호기를 부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냥...일어날 힘이 생기지를 않는 것이다. 발딱 일어나서 용감한 척,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자존심 꼿꼿하던 그 내가 아니다.

한 때는 강한 자존심이 내가 나약해 보이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나는 마냥 어리광을 피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보다 더 든든해 보이는 그 어떤 곳이라도 있으면  아무 생각없이 기대고만 싶었다.

어느땐가부터 내가 그렇게 안에서부터 스르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남편은 20년이 넘게 다닌 직장을 명퇴를 했고,길지않은 휴식을 갖고

다행이도 얼마전 새 일자리를 찾았다.내겐 천만다행이었지만 남편은 내심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함을 이유로 달가와하지 않기에 내심 노심초사 했다.

일개미처럼 살고싶지 않음이 내면의 바램이라해도 어찌 하겠는가?

아직은 고달픈 운명을 기꺼이 감사로 받아 들여야만 할 부모로서의 의무가 있기에...

새출발을 할 충분한 마음가짐과 재충전없이 새 일자리를 맞은 남편을

어르고 달래며(^^) 새 출발의 구호를 외치고 외치니...

천천히 안개속에서 다시 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재취업이냐, 자영업이냐를 두고 고민했었고, 아직은 할수만 있다면 취업을 원하는 나와

언젠가는 어차피 직장을 다닐수 없다면 하루빨리 내 일을 하고 싶다는 남편과의 의견 조율과

만약에 직장이 안된다면 차선의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고

자영업을 한다면, 무엇을? 어디에서? 아이들 교육은?......

생존의 문제와 아이들 교육 문제와 ...그런 중차대한 큰 문제들을 한꺼번에 생각 하자니

용량이 작은 내 머리가 과부하가 걸리고 말았다.어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아무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었다.그냥 흘러가는대로 살고 싶은 맘이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맘 흘러가는대로만 살수는 없지 않은가?일단 연말까지로

생각의 시한을 잡고, 이곳에서 새 직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어쩌면 제주도를 떠나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야만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려는 찰라...

전의 직장보다 더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우리가 다니기를 원했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분명 희소식임에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제자리로 돌아 오지를 못햇다.

누군가 내게 왜냐고 물어도 딱히 설명할수 없는 그 어떤 모호한 것이 나를 안개속에

갇힌듯 몽롱하게 했다.올 한해 너무 많은 변화와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과부하 걸린 내 머리가 계속하여 작동하기를 거부하는지...

몽유병자처럼 내 몸을 별의지없이 내 맡기고 바람처럼 흘러 다녔다.

이제 조금씩 내 자리로 돌아오는 나를 느낀다.생경했던 내 모습을 타인처럼 바라본다.

그토록 꿈 많고 열정적이던 내 젊음은 나의 어느 구석에 남아 있기라도 한걸까?

그래서 훠이~훠이~...넘어진 김에....바람처럼 흘러 다녔다.

아마도 인생선배들은...그것도 다 한 과정이라네...하고 일러 주실듯한 그런 진통의 시간들을

털고 일어나서 또 다가오는 내 삶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새 출발 합니다.

 

 긴 긴 장마와 태풍으로 초보농부  바닥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수십년 농부도 감히 엄두를 못내는 무농약, 유기농업을 한다고 설치며(^^)

까불때 내 알아 봤느니..하는 비아냥을 뒷꼭지에서 들을것만 같아서 기어이

해내고말리하던 그 호언 장담을 태풍 한방이 치도곤을 먹이더니

하루다멀다하고 내리던 장마에 적절한 처방을 못했는지

겉모양이 말이 아닙니다.일년초도 아니고 과수농사는 나무를 죽일 각오를 하고 덤벼야한다는 걸

실감치 못하고...난 그래도 그 길을 가고야 말거야...옹고집으로 가는 시건방진(?) 나를

또 시험에 들게 합니다.겉모양으로 보면 꼴이 말이 아닙니다.

무농약...한다고 다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초보농부의 무지)

올해 무농약인증에 도전하려던 것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상태는 무농약이 분명하나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자책때문이었습니다.

작년에 다른 사람 1/3 수준의 약을 치고 재배 했어도 왠지 내 마음에 흡족치를 않아서

순차적으로 무농약으로 가려던 것을 올 봄 거름을 아주 많이 주고는 무농약에 도전했습니다.

큰 돈을 벌고자 한것도 아닌 농사를, 내가 원했던, 내가 먹고 싶은 농산물을 만드는 것을

여전히 옹고집으로 고집하는 저도...엔간히 고집쟁이인것 같습니다.

작년 특히나 맘에 걸렸던 한분이 계셨지요.부모님이 암 투병중이신데 제 귤이 맛있다며

너무나 잘 드신다기에 저는 저농약임을 분명이 말씀 드렸어도 제 맘이 편치를 않았습니다.

귤 껍질에 항암물질이 있다는 보고서를 접하고는...저도 약으로 키우기로 맘 정했습니다.

5년만 버티어보자~~~그런 맘입니다. 시시때때 시험 받곤 합니다.

수확은 작년의 절반도 안될것 같습니다.

상품은 거의 없습니다.그래도 저와 제 귤을 아껴 주시는 분께는 정성껏 나눌 생각입니다.

약으로 생각하고 나눌 생각입니다.저의 귤 수확은 11월 말경이 될것 같습니다.

올 봄 거의 한달여 심혈을 기울였던 구절초밭에서 1/10도 살아남지 못했지만 엊그제

그중에 꽃 피운 것들을 따서 일부 구절초차를 만들고, 일부 구절초 주를 담그어 두었습니다.

봄내 그리움을 안고 정성껏 씨 뿌리고 모종 심었던 도라지 밭은 다 떠내려 가버렸지요.

실은 아직도 태풍 후...그대로 두었습니다.한동안 의욕상실 때문이었는데

그제, 밭을 둘러보니 그 모진 태풍을 이겨낸 꿋꿋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저를 반겨주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리고 귤나무들에게 미안했습니다.그들은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이 디카를 가지고 출장을 가서 다음에 익어가고있는 귤밭 풍경 올리겠습니다.

귤 나무도 저도...다시 기운을 차리고 있습니다.

 

2007.1019.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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