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사정으로 세번이나 밀린 집들이가 드디어 이번 토요일에 잡혔습니다.
이사하고나면 꼭 치러야 할 신고식 같은 집들이...
그간 결혼하고나서 많이도 치렀네요.몇번의 이사와 아이들 돌,남편 부서 이동,
승진등등...일년에 두어번씩은 치른 것 겉은데 요 몇년 사이는
제가 몸이 따라 주지 않으니 예전처럼 기세 좋게 초대를 하지 못하고 살았지요.
"이젠 일이 무서버~~~" 이런 실정이니, 이번 집들이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았는데 남편은 그것도 모르고...내가 예전처럼 거하게 차려서
기 살려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입니다.(이러니 내가 철없다 함)
경제가 ...하면서 미적거리다가 아무래도 숙제 못한 것처럼
편치가 않아서 맘을 고쳐먹고 칼을 빼기로 작정 했습니다.
실상 나라 경제, 가정 경제 그다지 좋지도 않은 마당이지만
어쩌면 남편의 회사에서 치르는 마지막 집들이가 될지도 모르기에(조만간 명퇴할 분위기라)
유종의 미를 장식 하기로 생각을 바꾸어...동병 상련의 회사 동료들에게
정을 담아 위로주와 용기 백배주를 기꺼이 하사(?) 하기로 한거지요.
어제부터...준비 작업에 들어 갔습니다.
예상 인원 30-50명이라 합니다.난 남편에게 최대한 작은 소리로 하루 전에
기습 발표하라 하였건만(작게 오게 하려고) 아마도 사람 좋아하는
남편이 내 처지 감안않고 옛날 70명도 치른 과거 지사를 떠올리며
또 영웅심을 발휘할까봐 조마 조마 하지만...이제는 제가 체력이 따르지 않아서
내가 감당할 만큼의 스타일로 조촐하게 하기로 정했기에 그리 두렵지는 않습니다.
어제 시장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아당당하고 연한(집에서 기른 듯한)
열무와 얼갈이,노각을 사와서 물김치 담그었습니다.
지난 번에 오일장에서 맛있어 보이는 열무를 사와서 담그어 놓은 열무 김치가
간만에 있는 정성 다 쏟았더니 맛이 있게 잘 된지라 그동안 조금씩 꺼내 먹다보니
부족하게 되어서 시원한 물김치를 다시 담그었지요.
감자 두개 삶아 으깬 물에 무우 한개, 양파 두개 갈아서 즙을 국물에 넣고
열무는 충분히 절이고(대충 절이면 풋내가 남), 얼갈이는 살짝 절이고,
오이는 큼직하게 썰어서 속 빼고(무를까봐) 살짝 절여 간이 밴다음
절인 국물은 버리지 않고 섞고,쪽파 길게 썰어 넣고,양파 채 썰어 놓고(햇양파는 달고 시원하게 함)
햇마늘 넉넉이 다져 넣고 생강 넣고,물을 자박하게 하여 왕소금과 황설탕으로
약간 짭잘하고 약간 달콤하게(봄,여름 무우, 배추는 쓴 맛이 있어서 약간의 단맛을 첨가하면 간이 스며들면 달지 않습니다.)
열무 김치를 담그었는데 요즘 입맛이 깔깔할 때 시원하게 먹으니
입맛이 돌아서 손님용으로 한 것을 절반이나 먹어서 어제 한 것은
물을 더 많이 부어서 물김치가 되게 했지요.
(위의 사진은 지난 번 담은 것입니다.)
저는 설렁설렁 후딱 해 치우는 스타일이 아니고 꼼지락거리며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여유있게 천천히 해야 겨우 제 맛을 내는데 역시 정성껏 하니 제 맛이 납니다.
이번 집들이 컨셉은 자연적인 토속 스타일로 연출하려 하고요.
메뉴는 장어구이와 오겹살 제주 도야지 수육 보쌈,동래 해물 파전,
해장국으론 우거지 뼈다귀탕으로 정했습니다.
내가 집들이 할때마다 고민 하는 것은
*늘 어디가나 먹는 평범한 메뉴는 하지않고
평범한 메뉴라도 한가지라도 감칠맛 나게 한다,
*최대한 저렴하게 하되 싸게 보이지 않는 재료 선택한다.
*계절에 맞는 메뉴 선택하고 찬 음식은 차게, 더운 음식은 덥게하여
정성들여 만든 음식 맛을 재대로 낼 수있게 한다.
*그리고 초대받은 손님이 후회하고 돌아 가시지 않게 풍성하게 한다.
우리가 초대받아 갔을때 안주인은 거금을 들여서 열심히 만들어 놓았는데
손님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에다가 미리 상을 봐 놓아서
음식은 식고, 마르고,그릇은 작아서 볼품이 없고 가짓수는 많은데 먹을 것은 없고
....
하여간 안주인이 애쓴 보람도 없이 된 초대상을 많이 보았기에
모든 재료 준비 완료 하였다가 뜨거운 것은 바로 내어 가게 하고
나물도 손님 오시기 직전에 무치고,찌게도 재료 준비 하였다가
오시면 불 켜서 끓이고....이렇게 음식이 신선해야만 우선 식욕이 돋구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상을 차리게 됩니다.(이렇게 해내기가 초보자는 쉽지 않겠지만)
메뉴 선정은 지금 철이 아주 애매 모호한 철이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곳은 바닷가라 서울에서 귀하게 여기던 생선회는 오히려 어느 집에나
차리는 메뉴이고 숯불구이등은 인원이 너무 많아서 해 낼 수가 없고...
여러가지 감안하여 바다 장어구이와 돈 수육 보쌈(보쌈은 가을 겨울 제격이지만)
을 단지 뚜껑을 뜨겁게 덥혀서 내가기로하고(뚜껑 개당 4000원에 7개 삼)
작은 대소쿠리에 갖은 청정 야채와 쌈장을 내고
반찬은 지난번 만들어 둔 왕고들빼기 장아찌와 열무 물김치,보쌈용으로 만든
배추 김치,나물 1가지, 동래 해물 파전과 뼈 해장국 이렇게 정했습니다.
수육 삶은 물에 돼지 등뼈 고아서 열무 김치 다듬을 때 속 여린 것만 담그고
겉잎은 떼어 놓은 것을 삶아서 냉동 시켜 놓았는데 갖은 양념하여
뼈 해장국에 넣으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해장국이 되지요.
뼈만 한것보다 이렇게 우거지가 들어가야 시원하고 칼칼 합니다.
고추 가루와 청량초 넣어서 얼큰하게 하는 우거지 해장국이 제가 자신있는 요리랍니다.
바다 장어가 비싼 줄 알았더니 오히려 오겹살 수육의 절반 값이더군요.
1kg에 만원씩인 것을 8500원에 10kg을 지난번에 사 놓았는데
(집들이를 하려고 샀었는데 미뤄져서) 제가 연습하며 2kg을 먹어 버려서
5kg을 더 사려고 오늘 아침 전화해보니 요즘은 또 장어가 귀하게 되었고
한치철이라 하니 아무래도 양이 부족할 듯 싶어서 한치 양념구이를
곁들여야할까 생각 중입니다.위의 사진은 연습해 본 장어 구이입니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시식시켜 맛짱이야 소리를 들은 거지요.^^(밥맛 없는 자랑..)
오겹살은 무려1kg에 17000원이라 하니 장어가 저렴하고 맛도 있어서
돈 수육은 5kg만 할 생각입니다.위의 바다 장어는 제가 두번에 걸쳐
연습해 본 것인데(나도 장어 요리는 잘 해 보지 않아서 다시 연습해 보았는데
일식에서 하는대로 두 번 양념 발라가면 구운 것보다 내 식으로
명태 양념 구이처럼 고추장 양념에 장어를 재웠다가 양념 넉넉히 하여
팬에 호일 깔고 양념이 잦아 들대까지 구우니까 간도 맞고 맛이 더한 것 같아
한식 스타일로 구울 생각입니다.)
세세한 메뉴는 집들이 후에 2부로 올려 보겠습니다.
이렇게 제 이번 주는 꼼꼼히 체크 해 가면서 집들이 준비에 바쁠것 같습니다.
아무리 아끼면서 한다해도 인원 수가 있고,오시는 손님들께 미안치 않게 하려면
기십만원은 들것 같네요.^^하지만...그동안 살아 오면서 이렇게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이 삶이며, 또 그렇게 내 주머니 끈을 푸는 만큼(아니 그이상)
복이 되어 다시 돌아 오는 것을 느낀지라...
손님 치르기가 기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제는 내 몸이 옛날만큼
따라 주지 않으니 피로 회복제 먹어가며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남편도 지금까지 다닌 회사를 퇴직해야 할 날이 멀지 않음을
예감 하는지라...그동안의 정든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게 사람 도리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제가 집들이 메뉴에 잡채,갈비찜, 불고기,냉채,샐러드,등등...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이제 그런 메뉴는 어디가도 볼 수가 있고 집에서도 늘 해 먹는 음식이기에
그런 메뉴들을 넣지 않은 것이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넉넉해 보이고,자연스럽고,맛있고, 푸짐하고, 편안하고...
이런게 좋아서 그런 분위기로 갑니다.
지금은 보쌈용 김치 배추 절인것 물 거두는 중...들어와서 또 입이 근질해서
준비 과정을 수다 떨어 봅니다.집들이 후기에서 다시 한번 메뉴들과
저의 이번 집들이 상차림 올려 보겠습니다.
2004.6.23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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