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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집들이(3)

by 농부김영란 2004. 6. 28.

집들이를 3편까지 올리다니...(요란도 하구나)

일하다가 도중에 세세하게 느끼는 부분들을 순간에 기록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또 감감히 잊는 지독한 건망증인 관계로 이리 요란하게 3편까지 올립니다.^^

 

드디어...체증처럼 느껴지던 거사 집들이를 토요일 치렀다.

일주일 전서부터 인원 파악에, 시장 조사에 내 모든 신경이 집들이에 쏠려 있었고

막상 당일인 토요일,새벽 6시부터 동동 거리면서 순서 짚어 가면서

준비하여도 결국은 손님 오실때 난 우아하게 화장하고 곱게 차려입고 안주인의 품위를 보이려 했건만...

역시나 허둥지둥...땀 삐질 흘리며...간신히 땀 훔치고 입에 루즈만 살짝 발라

어두칙칙한 분위기만 커버한 채로...오시는 손님들 일일이 맞아 들이는 여유를 차리지 못했다.

난 저녁 7시쯤 예상하고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추어 하고 있는데

1차 지원병(3명..아마도 막내들)이 4시에 들이 닥친 것이다.

울매나 잘하라고 지원 부대까지 파견한단 말인고.

난 예감했다.아~우리 집들이에 대한 기대 큰가부다.

낮에도 회사 동료 사모님들이 도와 주겠다고 연락 왔지만 난 혼자서도

차근히 해낼것 같아서(남편이 쉬면서 보조를 해 주는터라)

일체 사양하고 순서 정하여 하고 있는데 세수도 못했는데 4시에 1차가 오자

내가 허둥대기 시작했다. 모두들, 퇴근 시간을 고대 하는게 분명해~~으~부담~~~

나는 하느라고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내 성에 차지를 않는다.

오전내내 돈 수육 고기를 각별히 잘 삶아 내려고 신경을 곤두 세워서 알맞게 했는데(삶는 정도가 엄청 중요하다)

고추장 양념에 재운 장어는 내가 굽기에는 시간이 빠듯하여 남편에게

큰 팬에 호일 깔고 양념장 넉넉히 발라서 처음에는 중불로 하다가,

간이 배어들면 마지막에 불 세게 하여 양념이 노릇하게 색깔 내라고 주문하며

각별히 잘 하라고 일렀는데 이 보조는(남편) 여태까지 잘하다가 지원병이 오자

그들에게 맡기고는 자기는 감독이 되어 어슬렁...하루 종일 잘 한것을 마무리가

시원찮아서 감점 당했다. 그러니 초보들에게 장어을 맡겨서 처음부터 센불에 하여

속속들이 양념이 배지 않고 겉에만 발리고 양념장도 충분히 바르지 않아 내가

나중에 시식해 보니...아이쿠...내 정성이 말짱 도루묵이 되얐구나...

음식은 과정의 섬세한 차이가 맛을 얼마나 좌우 하는데...

오븐에 구으려해도 이번에 이사 하면서 이삿짐 인부들이 초보들인지

내 오븐 문 손잡이를 부러 뜨리고 옆 귀퉁이를 떨어져 나가게 하여서 문을 잘

여닫지 못하여 쓰지도 못하게 하여...엄청 분통이 터졌는데...

할수없이 팬에 호일 깔고 구으라 하였더니 양념이 겉만 바르게 후딱 해 치웠다.

 

늘...많은 인원을 치르다보면 혼자 다 못하여 준비 과정에 만전을 기하여도

마지막에 도우미들이 초보들에다가 감각이 둔하면 음식을 내가 원하던

70%도 제대로 연출을 못해내어 20여명 내외이면 혼자 감당 하겠는데

인원이 많다보면 늘...미흡한 마음만 남는다.

더구나 손님들이 6시가 넘자 오시기에 급히 서둘러 내느라

미처 상차림을 사진에 담지도 못하여 다음날 아침에 겨우 남은 음식을

가족들에게 주면서 찍은 사진이라 많이 아쉽다.

 

저녁때는 아랫집, 앞집 새댁들이 도와 준다고 와서 음식을 담아 달라 하였는데

이때는 그 도움이 정말 크게 느껴졌다.

주 요리인 수육과, 장어 오징어 불고기를 담을 단지 두껑은

아주 뜨거운 물을 받아서 미리 담그어서 따뜻하게 해 두고

돈 수육은 8 kg을 목 살로 삶고 5kg 오겹살은 모자라면 쓰려고 남겼는데

중간에 부랴 부랴 다 삶아야 했다.

오전에 삶아둔 수육을 적당한 크기로 편을 썰어서 식힌 다음

잠깐 냉동실에(얼지는 않게) 넣었다가 꺼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라 혹시나 음식맛이 살짝  갈수도 있겠기에 각별히

그 점을 명심해서 뜨거운 음식들을 살짝 살짝 냉동실에 들락 날락 하는것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음식이 얼면 맛이 감해지니 겉이 차갑게 되면 꺼내고...

수육은 손님 오실 무렵 찜통에 불을 약하게 하여 따뜻하게 덥히고,

장어는 오후에 구운 것을 손님이 오실 때마다 다시 전자 렌지에 덥혀서

오징어 불고기와 뜨거운 단지 뚜껑에 담아 내었다.

밥은 내가 평소에 완전 현미 잡곡으로 먹는지라 흰쌀 4kg,찹쌀 1kg을 사고

현미 잡곡을 섞어서 소금간 약간하여 찰밥처럼 하였는데

중간에 쌀이 모자라서 아랫집에서 흰 쌀을 빌려야 했다.

요즘 누가 밥을 두 그릇씩이나...허걱!

먹는게 궁한 사람들도 아닌데...아마도 아침부터 배를 비워 둔게야.TT

 

돈 수육 13kg에서 남은 것이 1.5kg정도...내가 심혈을 기울인 쌈장과 야채는

많이 남았다.장어와 수육을 쌈을 싸서 드시라고 쌈 야채를 제일 좋은 꽃 상추에

작은 배추 살짝 절이고,깻잎 곱게 채 썰고,마늘 편 썰고,고추 얇게 어슷 썰고,

대파 흰 부분 곱게 채 썰고,왕고들빼기 잎도 곁들여 쌈을 대 소쿠리에

이쁘게 담아 내었는데...남자들이라...젓가락으로만 사용하느라 청정 야채가

많이 남았다.

수육 삶아 낸 물에 사골뼈를 함께 푹 고으고,핏물 뺀 돼지 등뼈를

두시간 정도 고아서 갖은 양념하여 무쳐놓은 얼갈이와 열무(미리 삶아 냉동 보관)

30분 쯤 함께 끓여 내면 거의 알맞다.(불 세기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내갈 때는 위에 고명으로 홍고추와 청량초 다진 것을 한 스푼씩 놓아야

한결 맛이 칼칼한데 저녁에 다 써서 아침에 찍은 사진에는 고명이 없다.

너무 오래 끓이면 등뼈도 다 바스라지고 우거지도 죽이 되니 나중 손님들 것은

따로 퍼 놓았다가 다시 덥혀 드려야 마지막에 늦게 오시는 손님들께도 정성을

다한 음식을 선 보일 수가 있다.

 

손님은 거의 5차에 걸쳐서 오셨다.심지어 밤 12시에 오신 분도 계시고...

난 늦게 오시는 분들께 가장 잘 해 드려야 한다는 신조다.

회사가 특성상 2교대,3교대도 하는지라 늦게까지 마무리 하는 조들이 가장

힘들다 생각하고 가장 아랫 사람을 제일 지극 정성으로 해야 한다는게 또한 내 신조이다.

내가 그 쫄병 시절에 느낀 심정을 잊지 않기에...

2차에 오신 분들은 무게가 무거우신 분들이셔서 (예상치 못한 윗분까지)

내게 수고했다고 금일봉에다가(감사해용~) 술도 한잔 건네어 건배한 술잔이라

세잔을 받아 마셨더니...급기야...며칠 동안의 피로가 발목에서부터

근육이 풀리는지 자꾸만 앉고 싶어졌다.술이란 이런거...

결국은 술에 먹힌 한분이 계셔서 모두 다 피한지라

내가 마지막에 상대를 해 주어야 하는 분도 계셨다.

다~이해는 하지...만서도 술을 말로서 푸는 사람인가분데...

그런데 정도가 넘쳐서 사람들이 다 피해 도망 갔다.에구...그러게...잘 배우시지.

술을 먹는게 아니고 먹혀서야 어찌 대장부라 하겠는가?

하도 횡설 수설 하길래 담에 한 수 가르쳐 드리리다하고 흰 소리...오잉?ㅎㅎㅎ...

술을 다스리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겠거든 술을 피하라...요게 또 내 신조라...

 

술~~~얼마나 샀을까?...목욕탕 욕조에 얼음 채워 하나 가득....(진풍경이로세)

맥주 두 박스에 소주 두박스...소주 몇병 남았다.크아~고래들.

 

다리 힘 풀리고부터는...에고...새댁들...이제 알아서 해 주이소.

야무진 새댁들이 내 손발처럼 움직여줘서 얼마나 이쁘던지...

두고 두고 은혜 갚으리다.멀리 있는 친척보다 이웃 사촌이 낫고말고...^^

 

우리 집 양반은 어느새 본분을 망각하고 도우미들이 있다하여

벌써 게임에 투혼을 불 사르고 있구나.

우리네 남정들 노는 문화에 고스톱을 빼면 뭐가 있겠는가?

내 좀더 젊은 시절엔 고스톱과는 전혀 인연을 맺지않은 내 눈에

밤을 새고도 부족하여 다음날 아침까지 하는 고스톱 치는 풍경에

외계인 보듯 했지만...이제 내 뼈 다 흐물해지고 삭아지는 세월의 풍상을 겪으면서...

그게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면(내 생각엔 쌓일것만 같구만) 손 힘 잃을 때까지

줄기차게 하시다가 싫증 날 날이 오리니...이렇게 되었기에 이젠 넉넉하게

술과 안주까지 지원해 준다. 그랴~돈 있는 양반들 골프치고 우아하게 노실때

가진 것 없는 우리네 서민들 문화 생활이 뭐가 있겠는가?

이것도 정 돈독히 하는 미풍 양속이겠지.단...쌈지돈을 넘으면 도박일 터...

언제나 경계를 분명히 할 줄 알아야 탈이 없겠지.

 

나는 내 의도한대로 다 연출하지 못하여 마음이 미진했지만

오신 손님들은 그래도 칭찬을 많이 해 주시네.(하기사 어느 무뢰한이가

남의 집들이 초대 받아 가서 음식 맛 없다고 하겠는가)

반쯤 감해서 칭찬으로 들었지만 높으신 어른께서 여느 집들이에서 보지 못한

단지 두껑 컨셉이 이색적이라 칭찬하자 또 철없는 남편...내 과거 요리사였음네

자랑까지 곁들이며 "내 그만 두어도 되겠습니까?" 하고 묻기까지 한다.

남편 소원이 늘, 나와 자기의 역활을 바꾸어 보는 것이라 하는데(엄청 부담이야)

이러니 내가 어찌 한시도 맘 편히 살겠는가 말이다.

회사는 남편이 다니지만, 앞으로 살아갈 궁리는 다 내게 맡기고 있으니...으...

아마도 그리되면 아이들과 신나게 놀기는 잘 할게야,나보다...^^

 

그렇게...나름대로 애를 쓴 집들이를 치루고 그래도 난 참으로 감사했다.

많은 분들이 모두 부자되라 기원해주고,정을 듬뿍 나누어 주고

휴지,세제,치약등등 생활용품은 또 이사갈때까지 안사도 될만큼 사오고

서울서 화분 가꾸기가 내 취미였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이 옆에 있어서

그리운 것이 없는지라 허브 하나만 샀었는데 근사한 화분까지 사 오셨다.

내 고가구에 잘 어울리는 화분들이라 또 내 입이 자랑하고 싶어서 찰깍...(용서를)

 

 

감사하고 감사하다.

어렵고 힘들어도 이렇게 어깨동무하며 나누는 정이 참 따뜻하고 고맙구나.

이래서 난 집들이하고 비록 며칠을 몸살을 앓아도 후회한 적이 없다.

늘, 내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넘치는 것을 느끼기에...

 

 

오셔서...부족한 제 음식을 맛나게 드셔 주시고, 축복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또 서론이 너무 길어져서...요리 이야기는 간략히 올림)

 

*돈 수육

돼지 사태나 목 등심,삼겹살등을 수육으로 사용하는데 여자들은 살이 찌는

기름을 싫어해서 사태쪽이 좋고, 남자들은 기름이 아롱아롱 배긴

삼겹살이나 목등심을 선호 한다.실제 맛은 기름이 섞여야 팍팍하지 않다.

고기가 잠길만큼의 물에  집 된장 한스푼,대파,마늘,생강,후추,

(소주는 넣었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서 안 넣음)마른 고추,왕소금으로

국간 정도 되게 간을 하여 고기가 간이 적당히 배게 한다.

고기가 너무 크지 않게 토막을 잘 내어 물이 끓을 때 고기들을 넣는다.

불 세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20-30분 쯤 끓여서 젓가락으로 찔러 보아서

핏물이 배어 올라오지 않을 때  2분 정도 더 삶아서 꺼낸다.

식히는 것도 빨리 식혀야 여열로 더 익지 않는다.

너무 삶아지면 쫄깃한 맛이 사라지고 퍽퍽해지니까 삶은게 매우 중요.

식으면 편을 떠서 내어갈 때는 찜통에 약한 불에서 덥혀 뜨겁게 내어야 한다.)

 

*오징어 불고기

오징어 다리와 꼬리는 잘게 썰어서 부추 부침개에 넣고 몸통을 안쪽에

가로 세로 어슷하게 칼집을 넣어서 끓는 물에 데쳐서 끓어 오를때 꺼내었다.

(생것을 양념에 섞어서 굽거나하면 물이 한정없이 나오고

오징어는 오래 불에 있을수록 질겨 지므로  삶아서 양념 하였다.) 

고추장 3:고추가루1:간장1:소금1:조청 물엿 2의 비율과 다진파,마늘,

생강,참기름,깨소금등으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약한불에 약간 졸인 다음

데친 오징어를 넣고 버무리듯 하였다.

손님 오시기 전에 다시 한번 덥혀서 수육,장어와 함께 뜨거운 단지 뚜껑에 담았다.

 

*바다 장어 구이

일식당이나 요리사들은 장어를 구울때 양념장을 붓으로 발라 가면서

오븐에서 두번을 구워 내는데 나는 오븐 형편도 안되고 그렇게하니 초보 솜씨라

두번의 연습끝에 한식 스타일로 양념장에 재웠다가 팬에 호일 깔고 구우니

비슷한 맛이 나왔기에 그렇게 도전 하였다.

양념은 오징어 양념과 비슷하고 물엿을 조금 더 넣었다.윤기가 흐르게 하려고...

장어도 굽기가 맛을 많이 좌우 하는데 위에서 말했듯이...내가 직접 못하고

지원병에게 남편이 넘겨 주어서 굽게 하였는데 양념을 충분히 바르지 않고

센 불에서 구어서 깊이있게 골고루 양념이 배어 들지가 못했다.

나중에 내가 시식해보니...중간 불의 팬에 서서히 양념을 끼얹어 가면서 굽다가

마지막에 잦아 들때 쯤은 불을 세게 하여 양념이 노릇하게 빛을 내게 하여야 하건만...

(역시 만드는 과정중의 미세한 차이가 맛을 많이 좌우 한다.)

내어 갈때는 전자 레인지에 한번 더 덥혀서 내었다.

숯불 구이를 하여 즉석에서 먹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많은 인원에 가정에서

하는 것은 이렇게밖에 연출이 안되어 아쉽지만...나니까 이렇게라도 한게 아닐까

감히 공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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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너무 길게 써서(난 왜 이러나 몰라)...지쳐서 퇴고도 없이 그냥 올립니다.

 

쓰는 나도 하도 지겨워서 대충 읽고 그냥 올렸더니...다시 보니 오타 투성이라...

뉴스 레터 발송한 것은 어쩔 수 없고 ...지루한 글...끝까지 읽어 주신 분은

복 많이 받으시이소~^^

 

그리고 내 뉴스레터가 이상타 하여서 신청하여 받아보니

오늘 간 내 뉴스레터도...아이구...이게 뭔고...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원인을 아시는지요?

 

   2004.6.28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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