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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장롱 면허 실력 발휘한 날

by 농부김영란 2004. 6. 21.

태풍이 온다는 예고에 계속 긴장하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어젯밤부터 그 많던 제주도 바람도 큰 태풍에 휩쓸려서

가버렸는지  바람 한점 없고 습도 높으니 불쾌지수가 높아만 갔습니다.

태풍에 떠는 것 보다야 백번 나은 상황인데도 이 후덥지근하고 끈끈한 기후에

은근히 솟아 오르는 짜증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태풍이 살짝 지나 갔나 봅니다.

비도 거의 안 내리고 바람도 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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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바다 낚시 동호회에 가입할까하고 요즘 그들을 열심히

따라 다니는 중이라 새벽 5시에 떠나는 것을 보고...태풍때문에 걱정 했는데

어인일인지...하루종일 낚시하기에 좋은 날이었답니다.

아이들과 나는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방콕하고 있는데

남편이 서너시쯤에 희색이 만면하여 돌아 왔습니다.

눈 먼 물고기를 낚은 모양입니다.수년 경력자들도 두 마리 잡았는데

자기도 두마리나 잡았다며...그 고기 오늘 태풍온다고 낚시꾼 있을까싶어

방심 했다가 초보 낚시꾼에게 걸려 든 모양이네요.

그래서 금의 환향 하라고 옆 동료들이 잡은 것까지 주었나 봅니다.

20여 센티쯤되는 고기를 다섯 마리 던져 주네요.

어허~~일진도 사나운 고기들이로군.

신사들을 만났으면 손 맛만 느끼고 방생 했을지도 모르는 아직은

어린 물고기들 같은데,초보 낚시꾼의 영웅심에 희생의 제물이 되었군요.

낚시에 문외한인 저이지만 낚시 채널에서 보니까 40센티 이하는

방생 해주는 신사도가 있두만...

그래도 나와 아이들은 그 영웅심에 더욱더 부채질을 했답니다.(그 밥에 그 나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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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탱탱한 고기를 보니까 저...은근히 그동안 꼭 먹어 보고 싶던

바다 낚시한 싱싱한 회를 먹어보고 싶다던 욕구가 샘 솟지 않겠어요.

회 좋아하는 저인지라 특별한 날에 외식을 하면 횟 집을 가자 하였는데

말이 활어회지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는 횟감들의 늘어진 맛에 성이 차지 않아서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탱탱한 생선들로 회를 먹고 싶다고 노래한터라

비록 미성년자 물고기지만 갑자기...그동안의 소망을 실현해 보고 싶어서

끝내 장롱 면허 실력을 되살려서 회뜨기 작업에 돌입했지요.

제가...왕년에...요리사로 빛 보겠다고 기고만장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에구...지금은 그시절의 치기가 부끄럽습니다.그때 나 알던 사람들께 미안.)

그것도 최초로 여자 일식 요리사가 되어 보겠다고 감히 도전장을 던진 과거가

있었답니다.그런고로...어찌어찌 사바사바...아는 사람 통해

없는 실력 잘 봐달라 사정하여 일식 조리사 면허를 땄지 않았겠습니까?

(놀래지 마시이소~^^)

운이 좋아 자격증을 거머 쥐고서 일식 요리사에 도전하려고 청운의 꿈을 꾸었는데

지금은 여자 일식 요리사가 생겼는데 그때까지는 정식 여자 요리사가 없었던지라

날 아끼고 후원해 주신 분이 여자는 한식을 해야 빛을 본다고 부득이

한식으로 진로를 터 주시는 바람에 결국...한번도 써보지 못한 장롱 면허가

되었는데...내 오늘...나이롱 면허라도 소지한 사람의  뭔가를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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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름이 숭어와 농어라 합니다.

"미안타,물고기야. 잡혀 죽은 것도 억울한데 오늘 초보 요리사의

연습용 횟감까지 된 너에게 참으로 미안하지만 정글의 법칙이 어찌 내 죄이겠느냐,

다음 생에는 부디 사람으로 태어 나거래이"

짧은 묵념 후에...깊숙히 넣어둔 사시미 칼 꺼내기 귀찮아 식칼로 한번

회를 떠 봤습니다.비록 칼날이 고르게 매끈하게 나가지는 않았지만

서울에서 올때 꼭 쓸것 외에는 다 박스에 넣어서 지하실에 두고 온지라

이럴때 근사하게 미는 채칼이 생각 나지만...그래도 한때 채 써는 연습 하다가

두번이나 병원가서 10바늘이나 꿰매면서 갈고 닦은 실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하여 무우를 돌려 깎기로 채를 썰었더니...흡족은 아니지만

10년도 넘게 손을 놓은 실력치고는 다행이다싶게 작품(?)이 나오네요.

우선 집에 있는 것들을 다 꺼내서 연출을 해 봅니다.

지난번 횟집에서 시켜먹고 버리지 않았던 일회용 접시에 무우채 깔고...

크지가 않아서 얇게 뜰 수가 없는 생선이지만 그래도 먹기 알맞게 편을 뜨고...

(옛날엔 생선이 불쌍해 차마 회를 뜨지 못하겠더니...나 많이 두꺼워졌구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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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와서 신기해서 들여다 보며 좋아라 하네요.

우리 집 아이들은 도대체 어인 일인지...회까지 너무 잘 먹는답니다.

난 어릴 때는 절대 못 먹었는데...어느날부터 회맛을 터득했는지

모처럼 내가 입맛좀 돌리려고 횟집에 가면 아귀들처럼 달려들어서

엄마 아랑곳없이 말끔히 해 치우는 아이들이라 이제는 횟집 절대 안가자 하지요.

저래 먹어대니 어디 당해낼 재간이 있나 싶어서...ㅎㅎ...

엄마가 아이들 두고 더 먹겠다고 달려 들 수도 없고...

이런 지경이니 제 오늘 회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을지 짐작이 가지요?

"아빠, 일요일마다 낚시 가서 잡아 오세요." 이럽디다.

저도 먹어보니...바다에서 맘껏 활개치던 녀석들이라 싱싱한 맛이

그 전에 횟집에서 먹던 맛과 다르더군요.

나처럼 살아 있어도 빌빌하는 사람처럼 수족관에서 간신히 목숨만 연명한

활기없는 고기들이 어찌 감칠 맛을 내냐구요.

그리고 양식할 때도 좁은 공간에서 주는 먹이 먹고 자란 놈이랑

자유로이 바다에서 활보하던 놈들이랑 맛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요.

저도..."낚시대 좋은 걸루 사줄테니 실력 발휘 해 보이소~"

슬쩍이 치켜 세워 줬지요.ㅎㅎ...

회 뜨고 남은 뼈로 매운탕도 끓였는데 역시 거기에서 맛의 차이를 느꼈답니다.

그전에는 매운탕을 할때 육수도 내어서(조개, 무우, 다시마,생선뼈..)

고기 넣고 정식으로 끓였을 때 보다도 더욱 그냥 맹물에 있는 야채 집어넣고

간만 맞추었는데도 그 맛이 아주 감칠 맛이 나더군요.

매운탕 잘 안먹는 우리 아이들도 매운탕으로 밥 한그릇씩 비웠거든요.

역시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제 맛을 내는 것이 확실 하다는 생각을

거듭 확인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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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남편 낚시 하라고 팍팍 밀어 주겠다 다짐을 하는데

본인은 자기 체질이 아니라 하네요.

한없이 기다려야하는 것이 체질에 안 맞다 하지만...저는 앞으로 적극 후원자가

되어서 회 뜨는 아지매로 거듭나 볼까 합니다.^^

일거 양득 취미가 아닌가요?

 

           2004.6.21.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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