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온지 이제 한달이 조금 지났는데 내가 감히 제주도의 대표음식
<자리돔 물회>를 소개할 수 있을까...한 음식의 깊이를 알기까지는
일정 기간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 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내 입맛과 관심을 사로잡은 자리돔 물회를 소개도 하고 싶고
나름대로 내 느낌을 정리해 두고 싶다.
처음에 제주도에 오자마자 (열흘도 되지 않아) 나는 제주도에서 유명하다는 음식
<갈치 조림><갈치국><자리 물회><제주도 흑돼지 구이><회>등을 먹어 보아야
직성이 풀리겠기에 수소문하여 잘한다는 음식점에 가서 <갈치 조림><갈치국>
<자리돔 물회>를 시켜서 먹어 보았다.거슬러 생각하니 이사온 다음날
아직 이삿짐도 풀지 않은 날이었던 것 같다.이삿짐 도착하기 전에는 부두에 나가서
회를 먹어 보았고...그날 저녁에는 아직 부엌 살림도 정리 안된지라
식당을 찾았는데 제주 명물 음식을 내가 아니 맛 볼 수가 있겠는가?
이사 하느라 제대로 식사다운 식사를 못한 탓도 있겠지만 소개해준 식당을
찾아 들어서 먹은 갈치 조림은 정말 맛이 있었다.과거 그래도 그 계통에 물을
먹었다고 가는 곳마다 음식을 평하는 나와 내 남편,
그리고 우리 아이들까지 모두 허겁지겁 밥 한 그릇을 비웠다.
갈치 조림이 1인 8000원이었는데 처음에는 3인분만 시켰다가 너무 맛 있어서
2인분을 추가로 시키게 되었다.갈치도 최상급인데다가 밑에 깔은 애호박도
간이 알맞게 배고 색상도 파랗게 살아 있어서 더욱 맛깔 스러웠고
내가 처음 먹어보는 갈치국은 얼갈이 배추에 갈치와 청량초로 끓였는데
비린내도 전혀없고 시원하고 담백하여 술 먹은 다음날 속풀이 해장국으로
딱 알맞게 느껴졌다. 그 후 중문 관광단지내에서 먹은 갈치국과 갈치 조림은
영 별로였으니 음식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더욱 실감 하였다.
그런데 그날 시킨 자리돔 물회와의 첫 만남은 ...
"별로다!" 우리가 동시에 한 평이었다.
워낙이 입에 착 붙는 갈치 조림을 앞에 두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희멀그레하게 된장을 풀어서 야채 잔뜩 넣고 작은 토막낸 생선이 섞인
자리 물회란 것이 모양도 맛도 처음 먹을 때는 우리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했다.
관심을 끌기는 커녕...음식이 촌스럽고 밋밋하다고 생각까지 하게 되었었는데...
내가 시장에서 손바닥보다 작게 생긴 생선들을 머리까지 잘라내어
바구니마다 담아서 팔고 있는 그 생선이 뭔가하고 관심을 갖다가
그것이 제주도에서만 난다는 지리돔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한번 다시
<자리돔 물회>를 만들어 보자고 작정하게 되면서부터
내 <자리돔 물회>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것이다.
시장에서 만난 작은 자리돔들은 눈알이 새파란 것이
싱싱하기가 한눈에 봐도 느껴져서 시장 아주머니께 만드는 법을 대략 물었다.
된장으로 주로 간을 한다하고 미나리,부추,깻잎,오이,무우,배,갖은 양념....
그렇게 대충 듣고나니 나름의 감이 와서 사 온 자리를
세로로 가늘게 썰고(뼈째) 오이 채 썰고,미나리,깻잎 송송 썰고,
무우 채,배 채,생강채,마늘채,청홍고추 다지고 된장3:고추장1 비율하여
황 설탕, 감식초로 새콤 달콤하게 간하여 물을 자박하게 잡아서
물회를 하여 시원하게 먹으니 의외로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야채,된장, 자리 회가 어우러져서인지
처음에는 텁텁하고 밋밋하고 맛이 별로라 여겼는데
내 입에 맞게 재료를 배합하여 시원하게 해 먹으니
자리돔 물회야 말로 영양학적으로도 손색이없는 여름철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깨끗한 제주 바다에서 나는 자리도 청정하거니와 야채와 된장, 그리고
새콤 달콤하게 한 맛이 식욕을 자극하고, 자리도 뼈째 잘게 썰어서 칼슘까지
섭취할수 있다는 생각에 영양 배합이 훌륭한 음식임이 새삼 느껴지고
그 날 시원한 자리돔 물회 한 그릇을 먹고나니 온 몸의 기운이 싱싱하게
살아나는 듯하여 그 이후 시장만 가면 눈 파란 자리를 찾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입맛을 들이라고 자꾸 권유하니 처음에는 인상을 찌푸리던
아이들이 조금씩, "맛있네~" 하며 다가온다.시원한 냉국이 제철인지라
더욱 입에 맞는것 같다.
요즘 내가 거의 매일 식탁에 올리다시피하는 자리돔 물회...
(실은 내가 거의 다 먹음..아직도 남편은 뜶뜨름한 표정)
어느새 난 <자리돔 물회> 예찬론자가 되어 요렇게 조렇게 내 입에 맞게 요리한
자리돔 물회로 쌩쌩 기운을 찾아가고 있다.실제 자리돔 물회 한그릇을 먹고나면
더위로 눈이 게슴하던 것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열번 스무번 감이 올 때까지(딱 이맛이야할때까지) 해보고 내 식을 찾게 되는
나인지라...아마도 앞으로도 한동안 자리돔 물회로 싫증날만큼
조물락거리고 나서야 자리돔과 거리를 두게 될 것 같다.
(난 한번 매료되면 그 대상에 폭 파 묻혀서 허우적대는 맹점이 있다.)
그리고 요즘이 자리돔 제 철이라 한다.얼마 후면 자리돔 축제도 열린다하니
"자리야~너 잘 만났데이~나하고 잘 인연 맺어 보자꾸나~"
이렇게 요즘 나는 자리돔 사랑에 푹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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