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자면...내게는 정말 거창한 일이라며...
스스로를 뿌듯해 하면서, 뒤뚱 거리면서
초보농부 흉내를 열심히 내고 있는 중이다.
5월 한달 내내...을씨년스런 밭 하나를 옥토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지도는 바꾸어 놓았으니...뿌듯하고
귤 밭도 제대로 가는지 어쩐지도 잘 모르겠지만
농업 기술원의 자문을 받아가며 3차 소독과
작년에는 한차례 김 매기를 하고 쓰러져서 일주일 내내 홍역을 치루었던 일을
올해에도 기진맥진하긴 하지만 쓰러지지 않고 가고 있는 중이니
가치로 따지면 얼마로 환산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초보농부 되었다고 낭만적으로 좋아라 했던 작년과는 정말 다르게
초보 농부 2학년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누가 등을 떠밀어서도 아니고, 강요 해서도 아니고
이 길이 아니면 안 될 일도 아닌 것을
사서 고생한다고 스스로도 자책을 해 가면서도
꾸역 꾸역...황소처럼(누가 소띠 아니랄까봐) 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출근 하듯이 매일 밭으로 가서
오후 3-4시까지 기를 쓰고서 일에 매달리고서도 눈에 확 띄는 큰 변모는 없어도
시나브로...결실을 향해...모두들 자리잡아 가고 있는듯한 모습에
식물은 간사한 사람과는 달리 정말 우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진을 올리고, 낭만처럼 글을 올리면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전력투구하며 일에 매달려 보니...일은...정말 낭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몇시간 일을 하고나면 땀이 옷을 흠뻑 적시고
아직도 격렬한 노동에 이기지 못하는 내 체력에 헉헉대고 기진하기 일쑤이다.
집에 돌아 오면...아무것도 못하고...살림살이는 한편 엉망으로 가고 있다.
살림도 반짝 반짝, 아이들도 반들 반들, 농삿일도 삐까번쩍 하면야
금상첨화이겠건만...미련 곰탱이 나는 한가지에 매달리면
잘 될때까지 몰입하여 지쳐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단세포형이다보니
식탁은 시어 꼬부라진 김치로 몇달을 버티고
(그래서 요즘 요리 코너는 아예 폐업 상태이다.ㅎㅎ)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양 간식도 언제였던가 싶게
농부 이외의 다른 일상은 엉망인 수준이다.
뙤약� 아래에서 땀으로 샤워를 하고나면
입 안에 가시가 돋은 것처럼 깔깔하여 입맛도 없고
그러다보니 체력도 달려서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하룻밤 지나고나면 또 무슨 마법에 걸린 듯 밭으로 향하곤 하여...
텃밭도 조금씩 틀이 잡히고, 귤밭도 장장 보름에 걸쳐서
(하루 몇시간씩밖에 못하니까)
큰 풀을 제압하였다.며칠전엔 온전히 내 힘으로 자립하겠다고
귤밭 소독까지 도전 하였는데, 남들은 4시간 정도 하는 것을
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도 거르고 하고서도
2/3밖에 못하였지만...그래도...내가 해내고 있다는 뿌듯함.
그 날 나는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지쳐서...^^
숙련된 농부가 옆에서 보면 혀를 찰 일이지만...
쉬지않고, 꾀 부리지 않고, 미련하게
그렇게 나는 온전한 농부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해야 할 일은 태산 같아서...
육지에서 친 인척이 와도 미처 돌아 볼 새도 없어서
마음만 발을 동동 구른다.
때를 놓치면 안되는게 농사라고 요즘 생각이 들어서
때 맞추어 소독도 해야하고, 김 매기도 해야하고,
돌아서면 또 김 매기해야하고(풀은 정말 기세 좋게 자란다.)
씨 뿌리기도 해야하고...일을 찾으면 끝도 없기에
지인들이 여행와서 함께 시간을 내려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또 부대낀다.
혹시나 무심한 나라고 섭섭해 할까봐 애가 타지만...
일을 벌여 놨으니, 그리고 오로지 내가 혼자 감당해야만 할 일이 되었으니
직무유기하면 금방 엉망이 되는지라 마음도 급하고 몸도 헉헉대기 일쑤이다.
심지어 남편까지 그런다.사서 고생한다고...
사람 사서 소독도 하고 그러라고...
그런데 뭘 모르시는 말씀이다.적어도 농사를 지으려고 하면
딴 사람 손만 빌어서 일을 해내려고 하면 안된다고 단언한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해 주는 이도 드물거니와
타인에게 의존하여 수확만 바라고 농사를 지으면
농사는 당췌 수지 타산이 맞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낭만으로, 소일거리로,취미삼아...할 수준이 아닌 것이다.
생업이라고 생각 하며,삶의 일부이기에...
무조건 열심히 해야만 한다는게 내 지론이다.
이런 이론으로 스스로를 쇄뇌하고 있는지라
인생 그 자체가 고달플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미련하게...그렇게 내 길을 가고있는 중이다.
나는 왜...우아하게 못 사는 것일까??? 가슴을 치면서도 말이다.
이런 몸부림(?)의 댓가로 탄생한 유기농 쌈채소들이
오랫만에 식탁을 풍성하게 채우게 되었다.
봄 날이 다 가도록...새까맣게 그을리면서...죽은깨 아줌마가 되면서
내가 이룬...땀의 결실이라고...아이들에게 무지 무지 의미 부여하면서
많이 먹고 건강하여...큰 일(?을 할 체력을 가지라고 독려한다.^^
늘상...이런식이다. 삶에 거창한 의미부여.
아주 하찮은 일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면서도 늘상...
아이들에게 그냥 열심히는 안돼, 목숨을 걸고서 하라고...등 떠민다.
철부지 아이들은...그냥 단순히 먹는 일에만 목숨을 거는듯 하지만...
그래도...이 엄마는 이런 식으로...목숨거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누군가...어리석은 자...라고...비웃을 것만 같은데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나는 이렇게 뒤뚱거리고
수지타산 안 맞는 일에 목숨을 거는 일을 반복하며 살 것만같다.
귤밭은 제때에 소득을 잘해주어야만 상품이 된다고 하여
그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요즘은 일기예보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농업 기술원에서 자문을 받아서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여
약의 농도도 약하게 주고, 주는 기간도 조금 길게하여
저농약으로 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완전 유기농으로 가고 싶지만 아직 모든 것에 서툴고
무엇보다도 우리밭에 적절한 방법을 관찰중이라
귤나무가 이겨내고 견딜만한 상태를 체크하면서 소독하는 약을 조절하고 있다.
제초제를 쓰면 두어달동안 풀 걱정을 안해도 되지만
스스로 농사를 짓고자 한 배경이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있는터라
최대한 약을 덜 쓰고 건강한 귤 생산을 하고자 하니 일이 몇배나 힘이 든다.
초생재배로 하기로 하였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않아서
큰 풀들이 기승을 부리는지라 한차례 큰 풀을 제압하는데
거의 보름이 걸리다시피 하였다.
돌아서니 또 풀들이 기세좋게 올라오고 있지만
2-3년동안 큰 풀들이 자리잡지 못하게 제거하고나면
키 낮은 풀들이 정착할 것 같아서 그동안은 풀과의 전쟁을 각오해야만 할것 같다.
쪼그리고 앉아서 몇시간을 풀을 뽑고나면 다리가 마비되는 것 같아서
작년에는 두시간쯤 일하고 쉬었지만 올해는 힘들기는 해도
작년보다는 한결 버티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쉬는 날...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은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든든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렇게 일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이 무의식중에 자연을 가슴속에 들여 놓아서
훗날 살아가는데 메마르지 않은 정서를 가지게 되기를 바라서다.
초록색으로 가슴 가득히 채우고나면 웬지 포만감이 드는 것을
아이들이 느껴 주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이 자연처럼, 나무처럼, 푸르게, 푸르게...잘 자라주기를 바라면서...
(지금 월드컵 프랑스 전을 보려고 깨었다가 이 글 올리면서...
퇴고는 다시 프랑스전을 보고와서 하여야겠다.
에고...월드컵이 몬지...한 밤중에 일어나서 이 아지매까지 잠을 설치고 있다.
그래도...가끔씩 지루한 일상에 이런 이벤트가...재미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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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골세리머니 |
추신:
우하하하....프랑스를 제압했다!!!
무승부지만...이긴거라고 생각한다.
통쾌, 상쾌한 아침이다.
월드컵 점점 재미있어진다.
아자~~~~!!!!!!!!!!
대~~~한 민~국 !!!!!!!
2006.6.19.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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