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달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뿐이라서
보름에서 적어도 20일정도로 귤밭을 소독을 해야 한다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거의 한달을 채워 버려서
그동안 나름대로 애써온 것이 허사가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였다.
가능한 한 저농약으로 가기를 지향하지만 상품이 되지않아 판매를 못할지경에 이르면
감당을 못할것 같아서 신경을 곤두 세우며 소독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2-3일은 비가 오지 않아야만 약을 칠수가 있는데 예보는 비가 온다하고
실제로는 오지도 않고 시기를 놓쳐 버려서 마음을 내내 졸여야 했다.
처음에는 소독하는 일이 너무나 엄두가 나지를 않아 두번은 사람을 사서 했는데
역시 제대로 농사를 지으려면 모든것을 내 혼자 감당해 내어야만 되겠기에
약 치는 것을 도전 했는데 남들은 한나절 걸리는 것을 나는 세배의 시간을 들이고도
녹초가 되어서 기진맥진 하였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해내었다는 뿌듯함.
엊그제는 세번째 소독을 하였다.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에 서둘렀는데
소독치는 도중에 줄이 터져서 약이 새어 나와서 일단 멈추고
집에와서 다시 연장을 가지고가서 터진 줄을 잘라내고 새로 이어서 일을 하면서
스스로...웃음이 나왔다.이제...진짜 농부 다 되었네...하고...
실험삼아(?) 심은 참외...장마 기간동안 별 관심없이 풀숲이 된 밭 귀퉁이에서
아직 줄기도 크게 번성치 못했다 여겼는데 우연히 들춰 보았더니
이렇게 예쁜 참외가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아직 노랗게 익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보석이 이리도 예쁘게 보일까...
장마 기간중에 수정이 안되어서 떨어지던 호박도 기대도 않았는데
어느새 아이들 호박전 한끼 너끈할것 같은 호박이 잎새 사이에 숨어 있다.
히히히...하하하...우헤헤...귤밭 소독하고나서 온 몸에 땀띠가 나서
따가와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가 이렇게 어느새 결실을 맺은 것들을 보니
힘든 것을 다 잊어 버리고 절로 환호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돈으로 환산하면...만원어치나 될까...그런데 돈 만원 누가 준다하면 이리도 기쁠수 있을까?
봄내...쏟은 땀방울에 보답하는 듯...어화둥둥 내 사랑이로구나~~♬
작년에 삼나무 아래 심었던 들깻잎으로 장아찌를 담가 먹었던 것이 너무 좋아서
올해는 들깻잎에 거금을 투자 했었다.씨앗을 뿌려서 모종을 했어야 하는데
올해는 내가 늦게야 농사를 시작한데다가 밭도 새로 일구느라 모든것이 늦어서
모두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신선초 씨앗은 아예 새밥이 되었는지 싹조차 볼수가 없었고
케일은 모두 벌레들에게 봉양 했었는데 그나마 두어번 재미나게 뜯어먹은 상추는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다 녹아 버려서 할수없이 다 뽑아낸 상태이다.
깻잎도 미처 싹이 자라기도 전에 야금야금 수확하기 바빴는데
그동안 벌레들의 지상천국을 내가 빼앗은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절반 이상은 그들 몫인것 같다.6월 중순에 고구마싹을 한단 사다가 심은 것도
제법 줄을 뻗고 있기에 생전 처음으로 고구마 수확하는 재미도 느낄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고구마가 안되면 줄기라도 먹지뭐~하는 심정으로 심었는데
일단은...잘 자라고 있는 듯 보이기는 하다.^^(보기만 했지 심어 본것은 처음이라)
그리고 고추 모종은...욕심을 부려서 무려 100포기나 샀는데
그냥 무조건 심고보자는 심뽀라서 그런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절반은 지난번 태풍때 뿌리가 들려서 시들거리더니 죽어 버렸고
그리고 어떤 고약한 벌레놈이 줄기를 똑 부러뜨려서 비명해간 고추도 몇그루나 되어서
남은 고추로 올 여름 풋고추나 제대로 맛볼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많이 수확하면 나눌 생각까지 하였었는데....
그동안 내안의 갈증을 일시에 해소하고 싶었는지...오만가지 눈에 띄는 씨앗들은 다 심어서
실은 제대로 된 농사는 하나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조금씩 감이 잡히는듯하다.
그 어떤 이론보다도 실제로 몸으로 부딫혀서 익혀야만 산지식이 된다는 것을.
2~3년이 지나면 나도...조금은 자신감이 생길듯하다.귤밭도 조금씩 느낌이 온다.
그리고 땅에 대해서도...그동안 무기력해진 내 몸이 감당하기엔 좀 벅차다 싶었는데
조금식 적응을 해나가는 것을 보니...나도...자연의 일부로...시나브로...젖어드는 듯하다.
초보 농부가...이제...조금씩 허물을 벗고있는 느낌이 든다.
2006.8.1.英蘭
맜있는것 먹었다고 나누어 주지도 않으면서 자랑만 하거나,
다른 사람의 아픔은 헤아리지도 않고
자기의 잘되는 것이나 좋은 것만 열나게(?) 자랑하는 인간...
정말 얄밉게 여겨졌는데
어쩌면 제가 그 꼴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랑할 것도 보여줄 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일상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게 살아가야만...
그나마 생기를 더하는 우리들 삶이라...
혹여... 배 아프거나 아니꼽거나,얄밉더라도
널리 용서 바랍니다.
혼자서만 배 터지게 먹고...희희낙낙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선은...먹성이 대단한 저의 세 아이부터
열심히 먹이는데 애 쓰겠고
그리고...제 여력이 있거든 다른 좋은 일도 할수 있도록 찾아 보겠습니다.
올해는 제 자신의 길을 모색중이라
모든 것이 자랑만큼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만
차차...자리가 잡혀가면 나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늘 대수롭지도 않은 이야기를
이벤트인양 호들갑인 절...너그럽게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겐 여름이 너무 힘든 계절입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자신을 감당하기 힘들답니다.
블러그 방문에 게으른 제가 더더욱 불성실해졌습니다.
가끔씩...제 안부로 인사 대신 하겠습니다.
정은 주고 받는 것인줄 알면서도...
받기만 하는 것을 마음,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합니다.
배려, 사랑, 호의,성원...모두
제게 보약이 되어 조금씩 힘이 생겼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저를 사랑하고 아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언제, 어디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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