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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는 아픔도 필요 하겠지.

by 농부김영란 2004. 6. 5.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하거나 아프면 잠이 오지를 않는다.

이사전부터 양쪽 손목 관절이 통증이 오며 손을 돌리기가 원활치 않았는데도

이사를 해야겠기에 온 정신을 긴장 시키며 버티어 오느라

내 몸 한쪽이 기우뚱 하는 것을 미처 가늠치 못하고 있었다.

이곳 제주도에 와서 처음 한동안은 주변 황홀한 풍경에 마음과 눈이 멀어

아픈 줄도 모르고, 또 어린 세 아이들이 새 환경에 적응 못할까봐

노심초사 긴장하여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내 자신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내 몸 여기저기에서

고장의 징후가 나타나더니...이곳 기후가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이 오니

몸 무겁기가 마치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아침에 일어 나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

급기야 어느날 아침...일어나니 목이 뻣뻣 돌아 가지를 않고 손목,어깨에

통증이 왔는데 병원 무서워 하는 내가  그러다가 낫기를 바래서

스스로 목을 돌려보고, 흔들어 보고, 이러다가 제 자리로 돌아 오겠지하며

며칠을 목에 기브스 한 것처럼 지냈다.

며칠이 지나도 원위치 하지 않고 통증이 그대로인지라 도저히 안되겠기에

이웃에서 알려 주는 잘한다는 한의원에를 찾았다.

 

무지몽매하고 덤비기 잘하는 다혈질 내 성격 탓에 깊은 생각없이

첫 아이 낳을 때 병원에서 노산에 고혈압 어쩌구하면서 은근히 재왕 절개를

유도 하는 것을 병원측의 전략이라는 것을 눈치 못채고 더럭 겁이나서

배를 가르고 첫 아이를 낳은 후...내리 세 아이 제왕 절개에다가 또 한번의 수술로

서른 둘에서 마흔 나이에 무려 네번이나 배를 가른 휴유증이 마흔이 넘으면서

아플 때는 눈도 못 뜰 정도로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내 몸을 소홀히 하고 홀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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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이런 내 몸 상태와는 달리 언제나 씩씩해 보이는 내 언어들과

목소리에 설마 내가 다 죽어가며 골골대는 줄은 꿈에도 짐작을 못한다.

왜냐하면 원래 내 태생이 오랫동안 어두운 감정에 짓눌려 지내는 것을 거부하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이 높은 데다가, 스스로 침몰하는 것을 막기위해서도

명랑 쾌활한 태도를 유지하면 내 기분도 어느새 쾌청으로 돌아오는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원리>를 어느 정도 터득하여 내게 적용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어느날부터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기능마저도

심히 쇠약해지고 고장이 났는지 아무리 힘을 내려고 머릿속을 고무시켜 보아도

몸이 꿈쩍도 않는 큰 바윗처럼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할 때가 찾아오는 것을 보니

(사실 숨 쉬기도 어려움을 느낄 때가 간혹 있다)

나이탓인지...무력해지는 내 정신력 탓인지...내 몸과 마음 통제가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을 받아 들이기가 어렵더니, 이제는 그 마저도 서서히 순응하게 된다.

 

몇년전부터 찾아온 반갑지 않은 이런 증상들때문에 나는 본의 아니게(?)

참 많이 무너져 내렸다.팔팔한 젊은 열정마저 몸 기운에 영향을 받아선지

수그러 들고 심지어 말 한마디 하기조차, 숨쉬기조차 힘들어 질때는

만사가 귀찮아서 아이들 밥 챙겨 주는 것조차도 너무 버거울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의 아득함이란...

내 몸의 힘이 다 빠져 나간듯...때로는 내가 풍선처럼 가벼워졌다는 경험을 할

때가 있었다.내 신체중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눈알 뿐인 것 같을 때...

이런 아득해지는 체험을 종종 하게 되니...난 세상 만사 바라보는 것 어느정도

초연해 지는 것 같기도 했다.애증의 소용돌이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고...

 

긴장이 풀어지면서 요즘 내 몸이 마비 증상이 따르는지라

한의원에를 다니는데 침,뜸, 물리 치료를 병행 하는데 며칠은 시원한데다가

제법 몸도 유연해 지는 것 같아서 동양 의학에 감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할아버지가 한의사셨던지라 서당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내 아부지께서도

어깨 넘어 배운 한의술이 남 달라서 병원에서 못 고친 중풍 환자를

고치신 적이 있고, 침술도 주변에서 제법 알아주기에

아부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종종 무면허 한의를 하셨는데

그래서 내 어릴적 우리집에는 한약 다리는 냄새가 늘 풍겼다.

우리들 감기약등...웬만한 약은 거의 아부지가 처방해 주시는지라

나는 병원에를 가 본 기억이 없다.딱 한번 내가 병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어릴때 넘어져서 코피가 자주 났는데 중학교에 가자 걸핏하면 코피가

펑펑 쏟아지는지라 코 안의 막을 재생시키느라 병원에를 다닌 적이

있을 뿐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내가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소홀히 하여

마흔이 되기도 전에  난 몸과 마음이 아주 지치고 쇠약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실은 이곳 제주도에 부랴부랴 이사를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내 건강을 회복하여 장차 남편이 명퇴 했을시나 남은 인생을 위해서도

한시바삐 건강을 회복해야 겠다는 비장함이 서려 있기도 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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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며칠 다닌 한의원이 맘에 흡족해 내 아이 셋중에 하나쯤은

외 할아버지의 후예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고

몸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자 마음이 벌써 앞질러가고 있는지 심지어...

왜 나도 한의학을 하지 않았나 싶고 지금부터라도...하다가...

그 머리 복잡한 수학 생각하니(난 문과였다) 고개를 젓게 되었는데...

나...오늘은 이게 무슨 현상인지.....

침과 뜸까지는 흔쾌히 즐겁게 통과...그런데 오늘 물리 치료는 유난히

아프게 여겨지더니(오늘 내 몸이 감기 증상이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마치 세탁기 속에 들어 갔다 나온것처럼 휘둘려서 기진맥진 했다.

물리 치료 하는 기계가 내 목 뒤에서 쥐어 짜고, 비틀고,때리고,압축하고

비비고,회전시키고,...아갸갸갸...절로 신음이 나왔다.

오늘따라 왜 이리 아프고 힘들게 느껴지는지...

세탁기 속의 빨래처럼 휘둘리고 나자 이번에는 진공 청소기같은 기계로

탕탕 치면서 압축하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생각 한 것이 무엇이었냐하면

의사 선생님은 직접 몸에다 실험을 해 보셨을까...이런 생각이었다.

아마 기운 쇠약한 노인네들은 이런 물리 치료도 감당하기 힘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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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어리한 시야에 정신이 멍멍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 그대로 뻗었다.

입에 혓바늘이 돋고 깔깔한 것이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어서

아이들 밥도 못 챙겨주고 드러 누웠는데 잠이라도 푹 자고 개운해지고 싶은데

마음뿐이고 눈동자만 더욱 또랑거리니...피곤하기 그지없다.

내 체력에 과했는지 아님 요즘 내 맘이 한동안 어수선 하던 것이 몸 상태로

전이되어 몸까지  더욱 탈이 난 것인지...이렇듯...몸과 마음이 일탈하는 경험이

참으로 피곤하다.갈수록 잠은 오지 않고, 의식은 더욱 또렷해지건만...

이제는 이런 극도의 피로를 잘 감당 못하겠어서...난...그냥 헤벌레하게 살고자한다.

그 어떤 상황이 내게 촉각을 곤두 세우게 해도 그냥 무덤덤해지려 하는 것도

이렇듯 몸이 안 따라 주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곤 한다.

그래서 때로...이런 내 예민한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한 내 지인들은

나의 소홀함이 무심으로 간주하여 섭해 하거나 돌아 서기도 한다.

하지만...내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가 힘들 때는 마음이 있어도 표현을 못하고

살기도 한다.

그나마 내게 조금이라도 힘이 모아지면 그 전부를 아이들에게 쏟아도 실은

늘 아이들에게 미안할만큼 밖에 보살피지 못하기에...조금 쾌청할 때 꾸던

맑은 꿈조차도...다시 안으로 갈무리 할 수밖에 없다.

 

한때는 내 몸이 날 구속하는 것에 무지 떨치고 일어나려 바둥거렸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기운을 소모시키는 것이기에 그대로 내버려둔다.

 

이럴때...내가 주변 지인들께 소홀해 질 때다.

허구헌날 아픈 타령 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겉 포장은 멀쩡 해 보이는데 속빈 강정이 되어 이렇게 기가 제로 상태일 때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 듣는 것도 늘상 들으면 식상하건만

아픈 소리를 줄창 들으면 위로할 말도 없기 때문인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병원 한번 안 가본 내 가장 가까운 남편도 내 지난날 큰 소리 뻥뻥치며

무거운 장롱도 혼자 끌어다가 식상한다고 사시사철 집안 인테리어 바꾸어대던

삼손의 후예쯤으로 여기던 팔팔한 마누라가 누워 있다고 해도

그 십분의 일도 내 아픔을 짐작 못하는데...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있을때는 그대로 침잠해 있어야만 힘이 다시 조금씩 모이기에

난 어쩔수없이 식물 인간처럼...나를 그 상태에 내 맡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지독하게 아프고나면...그래도 얻어지는 것 또한 있다.

미처 일상에 치여서 나를 잘 돌아볼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는데

그렇게 죽음처럼 어쩔수없이 웅크리고 있는 시간에 난 내 맘속을 짓누르던

버려야 할 짐들을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다.부질없는 그 어떤 것들을 내가

다 짊어지고 가봐야 결국 그 짐에 내가 주저앉게 되던 것들을

실은 타의에 의해 내려놓게 되지만...그렇게 비워지고나면...

난 세상을 좀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가 있다.

아집도, 교만도,명예도, 권세도,자존심도...그 모든 것들이 내가 건강치 못하여

최소한의 것도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일이 내게 반드시 주어진다는 보장을 누가 해 주었던가?

내 앞에 주어진, 보이는 시간만이 내가 느끼는 전부일 뿐.

 

그리고나면, 그렇게 기가 다 빠져 나가서 아프고나면...

난 다시 가벼워져서 조금씩 날개 짓을 할수 있다.

이제는 아주 작은 날개 짓을 할수밖에 없지만 그게 내 사는 몸짓이니

이왕이면...아름답게 꾸미고 싶어서...이렇게...나를 토해내는 글도아닌...

글로 나를 정화시키곤 한다,

아주 가끔...이런 나를 함께 아파해 주는 친구가 그립다.

요만큼이 내게 허용된 내 삶이란 것을 이제는 받아 들이며...

 

       2004.6.5. 잠을 청해도 잠이 안오는 밤에 英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