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름을 부르다가 너무 건조한듯하여 어느날...
막내를 "재롱아" 큰 아이를 "이쁜아~"하고 부르니
샘 많은 둘째가 난 뭐라 부를거냐고
단번에 주문이 들어 오기에 넌 "귀염둥이쥐~~~"
그제서야 모두들 만족하기에 한동안 그렇게 불렀다.
그렇게 한참을 부르다가보니 어느날...그것도 따분해져서
"뭐 좀 기발한게 없을까나"하고 체신없는 엄마는 궁리를 하다가
어느날 길 가다가 머리에 새똥을 맞았다.
"재수없게스리..."하며 새똥 벼락을 맞은 것을 기분 나빠하다가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좋아라 깔깔 대었다.
"똥도 똥 나름이구먼" 하고 나도 웃다가 보니 웃고있는 막내에게
"똥아~"하고 부르니 처음에는 "흐히힝~"하며 싫은 내색을 하기에
"옛날엔 임금님 이름을 일부러 개똥이니하며 천한 이름을 붙였단다.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일부러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제서야 막내는 자기를 귀하게 여긴다는 반어법이라는 말에
"똥"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며 허락하였기에 그때부터 막내는 똥이 되었다.
물론 우리끼리 있을때만의 호칭이라 남이 들으면 뭐라할까 싶고
집안에 어른이라도 계시면 귀한 자식에게 에미가 뭔짓이냐고 호통이실것 같지만
부르는 나도 재미있고 듣는 막내도 즐거우니 뭔 문제이겠는가...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두 언니들이 막내를 다정하게 똥이라 부르는 것에도
샘을 내면서 자기들도 하나씩 지어 달랜다.역시나...모전여전들이다.
그래서 둘째는 "뚱이"가 되었고 첫째는 "띵이"가 되었다.
주책맞은 에미는 가끔씩 "똥똥아""뚱뚱아"띵띵아" 이렇게도 불러 주는데
뚱뚱이와 띵띵이는 어감상 한글자보다 웬지 더 적나라하게 들려서
똥이는 똥똥이로 뚱뚱이는 뚱이로 띵띵이도 띵이로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제새끼들을 불러대며 낄낄거리는 한심한 에미임에도
폭군의 치세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그 냄새나는 별명들을 좋아라 하니
어쩔수없는 그 나물에 그 밥들인 모양이다.
우리끼리 낄낄대며 그렇게 부르다가 보니
어느날...어미가 제 정신이 잠깐 든 날...누가 옆에서 본다면 어찌 생각할까 싶었다.
그렇다면 접대용(?) 멘트로 하나 더 준비해야할듯 싶었다.
나도 내 새끼 귀하게 여긴다우...하는 홍보용 별명을 준비해 둬야지.
福똥이,福뚱이,福띵이...우리집엔 福이 굴러 다닌다우~하면서
우아하게(?) 그렇게 손님 앞에선 불러 줘야지.^^
남들은 귀한 자식 대접을 왕족처럼 하는 세상에
공주로 태어나 무수리로 살아가는 내 아이들에게
별명이라도 향기나게 지어주지는 못할망정
밥심이 국력이다며 질보다 양으로 먹이를 제공하여 배만 키워
돼지 가족으로 만들었고,보여지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채우라는
형이상학적인 주문으로 아이들에게 난해한 인생을 강요하는 에미다보니
가끔...내 아이들...행복하다고 여기며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랑을 하는것으로 치면...표현은 완곡해도 누구못지않게 내 아이들에게
집착이 강한 나이지만...물질이 풍요한 세상을 살고있는 요즘 아이들에 비해
난 지나치게 근검절약을 강요하는 구닥다리 엄마이기에
아이들이 그 부분에서도 외동딸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는것 같다.
부족한 부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내 아이들ㅡ 똥이와 뚱이,띵이는
건강하게 밝게 잘 자라주니...아이들때문에 감사함을 배운다.
어깨의 무거운 짐이면서도 삶을 지탱하고 인내하게하는 힘이 되는 내 아이들 덕분에
휘청거리는 걸음도 정돈하게 되고,허전해져 오는 가슴도 추스릴수 있게 된다.
2년전 7살 조기 입학을 감행한 막내 똥이는 에미가 기운이 떨어져 겔겔하던
서른여덟에 낳아서인지...아이가 보기에도 물애기처럼 여리고
바람이 불면 날아갈듯이 기운이 없어 보이고 키만 삐죽히 커서
그 아이를 보는 사람들은 측은히 여기며 "밥 많이 먹어라"하고 충고를 해주는데
그때 둘째 뚱이가 나타나면 정말 자매냐고 눈을 비비며 되묻는다.
"그러게요,요 나이까지 살아보니 세상 안되는게 너무 많습디다"
늦둥이라 더 안스러운 그 막내가 어엿한 3학년이 되었다.
7살 5월생이며 유치원도 4개월밖에 수료하지 못한 아이를
조기입학 시키며 고민하던 때가 벌써 2년이 흘렀다.
입학하고 2개월 후에 이곳으로 전학까지 한 막내인데 탈없이 잘 적응해주고
낭랑한 목소리로 "마미~"하며 팔랑거리며 엄마에게로 달려오는 아이를 볼때면
이 막내를 위해서도 내가 오래오래 살아야지~하는 맘이 든다.
결혼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이런 현상...아이때문에 오래 살겠다는
각오에 스스로 실소하게된다.
중2가 되는 띵이 때문에 난 또 험란한 길을 택하게 되었다.
초등때는 제법한다여기며 방심한 탓인지 중학교에 가서 적나라하게 숫자로 평가되는
성적표를 몇번 받은 결과...이제는 더이상 유유자적 할때가 아니란 판단이 들었다.
여전히...스스로 공부해야한다며 학원을 선택하지 않고 오직 아이의 노력만을 요구하는
에미가 말로서만은 더이상 효과가 없음을 깨닫고...할수없이 솔선수범의 기치를
내걸지 않을수가 없었다.늘 자신을 들볶아 고달픈 길을 걸어온 나.
솔선수범의 길이라는 것 또한 험란한 태산준령이다.
겁도없이, 준비도 없이,방통대 영문과 3학년으로 편입학을 한것이다.
20년도 넘게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세월에...더구나...영문과 3학년이라니...
내가 늘 이모양이다.벅차서 쓰러질것같은 상황을 선택하기에 늘 헉헉대곤 한다.
7권 책중에 딱 한권만 한글로...나머지는 여백하나없이 빽빽한 영문일세.
어질어질하고 미리부터 포기할까하는 생각부터 자꾸 맴도는데...
아이에게 뭔가를 보여준다하구선
정말...고난의 해가 될것만 같다.그냥 말로만 할걸...벌써부터 후회막급이다.
게다가 고용촉진의 일환으로 "웹디자인 "6개월 과정이 있기에 그것도 등록하여 아찔하다.
대충살걸.솔선수범은 무슨.....벌써부터 내 가슴을 치고있는 중이다.
이곳 제주도로 와서 가장 약진을 하고 있는 아이는 둘째 뚱이다.
갓난 아이때 웬침을 그리 많이 흘리는지 목에 건 손수건을
한 시간이 되기전에 갈아 주어야 했다.
웬 아기가 이리 침을 질질 흘리나하고 혹시 무슨 병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생겼었는게 그 발달한 침샘은 훗날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그 식욕은 또한 물욕과 비례하는지 둘째의 물건에 대한 욕심은 치열하다.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노는것에만 발산하기에 저 놈은 공부보다는
영업쪽으로 가야할것같다고 미리 속단까지 했는데
지난해 말 에미의 속단을 비웃는 사건이 있었다.
둘째는 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과 MP3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어떻게하면 핸드폰을 가질수 있는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는 나를 몇번이나 졸랐지만
핸드폰 사는 요금보다 관리비가 많이 들어서 안된다며 혹시 중학교에 들어가서
전교1등을 하면 생각 해보겠노라고 전혀 이루지못할것 같은 고지를
정해놓고 맞섰는데 매월 나오는 요금이 더 큰 문제라는데에 승복을 했는지
이번에는 MP3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큰 아이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둘째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운지 드디어 내게 제안을 했다.
보통 시험때도 공부하는 것을 별로 못보는데도 간신히 90점은 턱걸이하는 정도라
공부 안하는것에 비하면 그나마 괜찮은 성적이라 공부로 승부걸지 않아도
장차 굶어 죽을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에 내심 너 운명대로 살아라하고 있었는데
둘째가 평균 95점을 맞으면 MP3를 사줄수 있냐고 물어서
"너가 공부하는 것은 널위한 것인데 내가 왜 경품을 거냐"며 단연코 거절했는데도
집요하게 제안을 하기에 아이의 사기진작을 위해 한발 물러나 줄까하고
96.5점을 맞으면 고려해 보겠노라고 운을 띄었다.
당근이 코앞에 걸려 있어서인지 학기말고사를 제법 준비하는듯해도
난 둘째가 설마~하며 방심을 했는데 웬일인지...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둘째가 95.5를 맞은것이다.어쨌거나 1점이 모자라기에 난 결코 안된다하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에 잠시 마음이 약해질뻔 했으나...한번 물러나면 앞으로
감당할 일이 더 큰 일이기에 절대 안됨.그랬더니 다음에 도전하면 해 주냐고 하기에
이번에는 97점을 목표로 세우기로 합의했는데...실은 조마조마하다.
난 둘째가 못할줄 알고 경품을 걸었는데 턱걸이까지 온것을 보니 맘만 먹으면
해낼것 같은 기분에 아슬아슬하다.공부와는 취미가 없고,
노는데는 한수한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위 사진에서 보듯이 경품이 걸린 일에는
목숨을 걸고 덤비는 것을 보니 앞으로 둘째를 대성(?)시키려면
경품 꽤나 걸어야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위에 사전과 참고서는 둘째가 방학때 학생 문화원에서 실시하는 논술반에 신청하여
2등으로 받은 상품권 6장을 내리 세번이나 신청하여 받은 것으로 장만한 것이다.
1등은 못한것이 아무래도 양으로 승부하였기 때문인듯.(독후 감상문등등)
물론 둘째는 사전을 사는 것은 싫고 자기가 보고싶은 얕은 흥미위주의
소설이나 만화따위를 사고 싶어 했는데 내가 꼬셔서 가보로 물려줄 것을 사라며
영한사전과 한영 사전을 사게 된것이다.내 돈으로 사줘야 하는 것이지만
내 돈도 굳거니와 무엇보다도 자기가 스스로 노력해서 산것이라
소중히 여길것 같아 유도한 것이다.돈으로치면 10만어치쯤 되지만 아이 스스로
성취한것이라 스스로 뿌듯해하고 나도 속으로 흐뭇해하고 있다.
배만 채우더니 이제 조금씩 머리도 채워가는것 같아서 대견한 면이 있다.
뚱이의 약진을 올해에도 살며시 기대해본다.
2006.3.10.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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