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예지의 첫 영성체를 맞아서...

by 농부김영란 2004. 2. 8.


나의 둘째 딸 예지 미카엘라가 오늘 첫 영성체를 받았습니다.
신앙을 가졌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엄마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유산 중의 하나가
섬김을 통하여 평화를 지니기를 원해서
신앙의 씨 하나를 심어서 유아 세례를 받고
오늘 첫 영성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유아 세례를 받은 나의 딸들
가브리엘라, 미카엘라, 라파엘라...모두 천사 이름입니다.
나이롱에다가 날라리 신자인 나는
신앙적으로는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엉터리 신자에 엉터리 엄마...
자신이 부끄러워서 내내 가슴이 묵직하고
누군가가 손가락질 할것만 같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
그 말씀을 조용히 실천하시는 분 뒤를 따라
성당에 발을 딛게 되었으나
미숙함과 방자함, 오만과 편견, 나태함...
아직도 다 청산하지 못하고 들쑥 날쑥...
깨지고 엎어지고...이제사 신께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부끄럽고 부끄럽나이다.
내 자신의 허물이 부끄럽기 그지 없나이다.


절 아시는 모든 분들께, 머리 조아립니다.
제 한몸 지탱하기도 벅차서
더 많이 보듬지 못하고 늘~~~흔들리나이다.
내 품의 세 아이만으로도 벅차하는 못난이라
내게 서운함이 있거든 부디 용서 하소서.


내 소홀함을 용서 하소서.
내 허물을 잊어 주소서.
나의 무심함을 큰 마음으로 덮어 주소서.


회한으로 잠 못이루는 밤입니다.


한 아이마다 우주를 품고 있어서
어미의 좁은 가슴으로 다 품을 수가 없습니다.
어미의 눈으로, 어미의 마음으로 날 보아 주소서,
내 아픈 지인들이여!


엄마로만 한 세월 살아 보겠습니다.
잊었다 섭섭해 마시고, 한 세월 묵묵히 살아내거들랑
조용한 음성으로 기다려 주었노라고
나의 젖은 손 잡아 주시기를 염치없이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