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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까치와 연애 중^^

by 농부김영란 2025. 4. 23.

 

여름이 오기 전에, 장마가 오기 전에

나는 지난 2년간 주변 정리를 못했던 것을 정리하기로 큰 맘 먹었다.

하루 5시간 이상은 일을 하기로 계획하고, 봄 내...쉬지 않고 정리한 덕분에 얼추 주변 정리가 되고 있다.

재미를 느끼던 그림일기도 20일 이상 밀렸다는 것은, 내가 쉬지 않고 일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나는 까치와 놀면서  일을 하고 있다.

올 봄 부터는 내가 일을 할때마다 까치 한마리가 주변을 맴 돈다.

사람 별로 무서워 않고, 거의 1m 가까이 와서 맴돈다.

이런 까치가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서,

나는 까치에게 "깍~깍~깍~깍~ "하고 말을 붙여 보는데, 까치의 답변은 "깍깍~"이 아니고,

"걸걸걸걸, 갈갈갈갈.."하여간 흉내내기 어려운 말을 홍알홍알 지껄인다.

뭔가 내게 말을 하는 것 같은데...아직은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나...

뭔가 내게 전달하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배 고파요, 밥 주세요~" 인 것 같기도 하여, 강아지 사료를 주어 보았더니,

한그릇 뚝딱 다 먹어 치워서, 밥 달라고 내게 요청하는 것이라고 나는 까치말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서 까치만 보이면, 고양이 사료를 햇반통에 담아서 한그릇 주면 다 먹는다.

한자리에서 다 먹는게 아니고, 입에 가득 줏어넣고 어딘가 갔다가

다시 와서 가지고 가고 하는 것이 혹시 새끼를 부양하고 있나 하고 추측해보기도 한다.

나는 까치와 소통하려고(내 목소리를 기억하렴) 계속 깍깍깍~하고 말을 건넨다.

까치가 안 보일 때는 "까치야~ 밥 먹어라~깍깍깍깍~~"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날아와서 밥을 먹고 가는 경험을 여러번 하여 어디서 날아오나 하고 관찰해 보았더니,

건너편 창고 옆에 큰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그 쪽에서 날아왔다.

소나무 위를 바라보니 까치집이 두개나 있는 것을 보니, 높은 소나무 위에서

내가 어디서 일을 하나~하고 관찰하기에 딱 좋은 높이였다.

(한 30여m는 족히 되는 소나무 꼭대기 위에 집이 있다.)

이 봄에 나는...까치와 사랑에 빠졌다.^^

즐거운 대상, 흥미로운 대상, 귀여운 대상, 아름다운 대상...그런 느낌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나?

"까치야~ 우리 친해 보자~~~내 콩 한쪽을 너와 나누어 먹을게~"

 

내가 일을 할 때는 어딘가에서 날아와,내 주변을 맴돌면서 땅에서 이것 저것 줏어 먹기도 하고

깡총깡총 뛰어 다니기도 하는 모습이 앙증맞고 귀엽다.

사람들이 곡식을 심어 놓으면 파 헤치기도 하고, 땅 속의 씨앗을 파서 먹기도 하니,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하여 유해동물로 여기지기도 하는 까치지만....

너도 먹고 살려고 그러는 것이니...이해해 주기로...

(사랑은 이렇게 다 용서가 된다지~^^)

 

**********************************

 

몇년 전 상사화를 심어 놓았던 자리가 풀섶에 가려져서 상사화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보이지 않던 곳을 정리했다. 넝쿨과 풀에 가렸던 상사화가 다 살아 있었다.

이 상사화는 겨울에는 잎이 파랗게 살아있다가 이제 한두달 후면 잎이 다 지고,

다 죽은 듯이 두어달 있다가 8월경 목을 쑥~ 빼고 꽂대를 올린다.

잎은 없고 꽃만 보여서 잎과 꽃이 만날 수가 없다하여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꽃 말은 슬프다. 꽃은 매혹적이다. 사랑이란...아픈 것이다...

 

그 상사화 밭을 구해 주었다. 올 여름에는 장관이 된 상사화 밭에서...

나는 까치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불 태워 보리라~...까치와...^^

"까치야~ 어때? "^^

까치 왈 "어머...이 분이 실성 하셨나? 난 단지 밥이 필요할 뿐이라구욧~" 

"ㅋㅋㅋ...아무렴 어때, 나는 널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내가 사랑하는 것은 내 맘이잖아~"

나는 밥으로 까치를 유혹해서, 까치와 동무하면서...까치와 재미나게 놀고 싶어~ㅎㅎ...

(어쩌면 좋아~ 이 엉뚱한 사랑을...^^)

 

여름에 피는 상사화

 

이 안에 상사화가 살고 있다.(놀랍게도 다 살아 있었다)

작은 절벽이 멋져서 그 앞에 상사화 피는 풍경 상상하면서

몇년 전 심어 놓은 상사화가 내가...돌보지 않았어도 다들 살아있다.(전투력 짱이야)

수풀을 걷어내니...이리도 장한 상사화들이 늠름하게 자태를 뽐 낸다.

올 여름...장관이 될 풍경을 상상하니...므흣~^^

 

까치  "오호~ 여기 계셨구나요~ 저 왔쩌요~"

 

낫 한자루와 장갑 한켤레가 내 전투복이다.

나는 전의를 불 태우면서...온 몸으로 풀과의 전쟁을 치룬다. 가열차게...

오늘은 코에서 피 냄새가 난다. 쉬어야겠다.

 

내 사랑 까치...

까순이인지, 까돌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까도리" 로 부르기로...나는 동성애자 는 아니니까~

" 까돌아, 너 참 귀엽네~" 

 

까치 "나는 먹을게 필요 하다구요~사랑은 무슨~"

나 " 난 사랑이 넘치는 인간이야~나랑 사랑하자, 까치야~"

까치 "먹을 거나 주세여~" 

나 "그래, 그래, 나 먹을거 나누어 줄게~

내 손바닥에 올라오면 내가 기절할만큼 감동할텐데~"

까치 "  지극정성을 바치면...내 맘이 움직일지도 몰라요~"

나 " 짝사랑이 되어도 좋아~너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

 

 

 

넌 전생에 누구였니?

혹시 나와 인연이 있었니?

 

 

까치는 내가 수풀을 걷어내니 몸을 숨길 수 없는 벌레를 찾느라고

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나는 까치가 넘 사랑스러운 걸.

 

거친 일을 하면서도...나는 이런 재미를 만들어 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올 봄에는 까치랑 연애하는 기분 재미있네~

매일이 일일신(一日新)

 

 

여기가 까치집, 아파트 3층 높이는 될 것 같은 소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있다.

사방을 살펴보니 까치집이 하나가 아니고 두개인 것 같다.

저 높은 곳에서 내가 어디서 뭐하나~하고 살펴보는 것 같다.

너야말로 나를 스토커하는거 아니야? 

 

수년전 꽃길을 만들있던 길이 2년 방치했더니 정글이 되고 있어서

여기도 산더미같이 잘라내고 정리 하였다.

매일 까치가 와서 친구 해주니...일 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올 봄에는 까치가 나의 애인이다.

내 힘의 원천은 사랑이야.

 

 

 

 

 

내 곁을 맴 돈 보람을 느낀 까치.

오늘 단백질 섭취도 하시고...(지네공은 제삿날 되었군)

기절시킨 지네를 물고 날아가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새끼를  부양하는지도 모르겠다.

저녁 늦게 일이 끝나서  까치밥(고양이 사료)을 한그릇 담아서

까치를 부르니 오지를 않았다. 아마도 잠 자는 시간인가부다.

그래서 까치밥 주던 자리에 두고 밤 지나고,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까치 소리가 나서 나가서 살펴보니,

밤새 까치가 먹었는지, 고양이가 먹었는지  밥 그릇이 비어있다.

그 누가 먹든, 배 고픈 생명들이 먹은 것이니...다 좋아~

내가 열심히 일해서 너희들도 먹여 살려 줄게~^^

(난, 참...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인간이여~경제개념 없는데도 잘 살아 가거든.^^)

매일 즐겁게 사는게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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